황매산군립공원, 모두를 위한 ‘열린관광’으로 물들다

새벽녘 안개가 살짝 걷힐 무렵, 황매산군립공원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번 달, 한국관광공사는 합천 황매산군립공원을 ‘열린관광지’로 지정하고, 그 첫 나눔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관내 장애인과 교통약자,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봄빛으로 물든 산길을 함께 걸으며 몸과 마음에 쌓인 일상도 천천히 느슨해지는 시간. 높은 접근성과 세심하게 마련된 편의시설이 여행의 벽을 허문다. 무성한 진달래가 붉은빛 물결을 이룬 산등성이, 휠체어도 오를 수 있도록 평탄하게 정비된 탐방로, 안내사의 따뜻한 설명이 따사로운 햇볕처럼 머문다.

황매산은 매혹적인 풍경만큼이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과거 폐광의 흔적이 남은 산 아래에는 긴 세월의 상처와 치유의 발자취가 엉켜 있다. 최근 개방에는 단순히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선언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여행의 시작을 바꾸는 것은 공간 그 자체보다 그 공간을 감싸는 ‘이정표’ 같은 배려다. 유모차와 휠체어의 길목은 낮은 경사와 평평한 길로, 점자 안내판은 산을 느끼는 또 다른 손길로, 촉각지도와 음성안내가 동행이 된다. 사진 한 장에도 담기지 않는 배려의 미학이 천천히 일상을 흔든다.

이번 황매산 나눔여행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경험이다. 자녀 손을 꼭 잡은 가족, 교통약자를 위한 ‘여행친구’ 봉사자들, 시골의 소박한 맛과 냄새 속으로 들어가는 도시인들. 그들에게 공원은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감정, 오래된 기억을 되짚는 ‘무대’가 된다. 산 아래 잔잔한 저수지, 그 위에 가만히 떨고 있는 새벽 안개, 오래된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황매산의 일부가 된다.

관광공사가 준비한 ‘열린관광지’ 사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여러 지역의 대표 관광지들이 제약 없는 접점을 지향한다. 황매산은 그 선발주자이자 실험 무대다. 앞으로도 탈시설·교통약자·노령자 모두가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여행지를 더 늘린다고 한다. 실제 참가자 인터뷰에서는 “처음으로 아이와 멀리까지 나들이할 수 있었다”는 소박한 말이 반복된다. 실내외 휠체어 대여, 장애인 안내 하이킹, 무장애 화장실 등 섬세한 시설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모든 변화는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여행’을 구호로 끝내지 않고, 현실로 옮긴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여행지의 이미지, 공간의 느낌, 적당한 소음과 새소리까지 세심하게 분산시킨 설계 덕분에 자연의 참맛을 더 크게 느낀다. 황매산 수목이 연둣빛으로 번질 때, 등산로 곳곳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아 멍하니 눈을 감아본다. 발밑의 흙, 바람, 그리고 함께 걷는 이웃이 모두 선물처럼 느껴진다.

황매산군립공원 나눔여행은 접근성의 한계, 물리적 경계, 인식의 벽을 부드럽게 녹인다. ‘함께’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져 때로는 진부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그 말을 실천하는 현장은 생각보다 적었다. 이번 나눔여행에서 무엇보다 새로웠던 것은 여행의 기준을 완전히 바꾼 ‘섬세한 배려’다. 저마다의 사연, 걷고 싶은 목표, 감각의 특성이 공원이라는 공간에 투명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내미는 산,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자들. 황매산은 이제 남녀노소, 장애 유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다. 보면 볼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이 산의 풍경과 이야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어쩌면 여행은 물리적 이동 이상으로 우리에게 ‘함께할 용기’를 건네는 일인지도 모른다. 숲의 이야기, 바람의 냄새, 그리고 타인의 세상에 조금 더 다가가는 이 평범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황매산에서 천천히 만날 수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여행지의 울타리가 한 뼘 더 넓어질수록 우리 일상도 포근한 품을 갖는다. 황매산이 그 증거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황매산군립공원, 모두를 위한 ‘열린관광’으로 물들다”에 대한 6개의 생각

  • 이런 거 진짜 실효 있나 ㅋㅋ 현실은 복불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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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달래 출근길보다 많네🌸ㅋㅋ갬성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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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wk_laboriosam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여행 인프라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용하신 분들의 후기도 계속 반영됐으면 좋겠네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아서요.🤔 이런 현장 기사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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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everybody

    진짜 무장애 여행지는 별로 없어서 이런 시도 응원함. 근데 한국 특유의 계획만 하고 아쉬운 마무리 안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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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매산 볼 때마다 봄에 진달래 필 때 색감이 정말 대박이거든요ㅎㅎ 나눔여행 프로그램이 정말로 효과 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분도 불편없는 대한민국 됐으면…이런 기사 자주 나와서 현실이 바뀌길 바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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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편의, 시설 관리까지 꾸준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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