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원신흥초, 책 향기로 물든 교정…신간 맞이로 활짝 피어난 아이들의 독서꽃

교실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5월의 바람처럼, 대전원신흥초등학교의 아침 풍경도 어느덧 달라졌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한 교과서 냄새대신 새 책 장을 넘길 때만 느껴지는 미묘한 종이 내음이 공기 중을 가득 메운다. 도서관 정문 앞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돌고 돈다. 올해 대전원신흥초는 다양한 신간과 함께, 책을 함께 나누고 읽는 ‘신간 도서 맞이 행사’를 학교 전체에 펼쳤다. 단순한 독서 장려를 넘어, 교내에 새로운 이야기의 물길을 트겠다는 상상력 어린 도전이다.

벌써 수년째 반복되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유혹에도 아이들의 손끝을 다시금 낡은 나무 책장 앞으로 끌어당긴 건, 어쩌면 ‘새로움’에 대한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행사 기간 동안 도서관은 미니 북페어처럼 변신했다. 국내외 아동 문학 신간부터, 환경·과학·예술을 아우르는 교양 서적까지, 마치 작은 교실 우주선에 온갖 별을 담아놓은 듯한 풍경이다. 학생들은 낯선 책을 들고 친구와 어깨를 부딪치며, 어른들 틈새에 껴서도 기어코 책 표지를 매만져본다. 읽지 않던 장르 앞에서 망설임도 잠시, 곧 분주하게 페이지를 넘긴다. 그 순간 어린 시절 단순한 시나브로가 아닌, 한 권 한 권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시작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행사를 지켜본 한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보는 책을 발견할 때 망설이면서도 결국 자기 고유의 취향을 만들어간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한 듯 느껴질지라도, 성장의 포물선을 그리게 하는 작은 자극이 결국 책장 한쪽 한쪽을 넘기는 손길에 녹아든다. 이곳에선 읽은 책을 나누고 싶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토크’도 자연스럽게 벌인다. 특정 신간을 놓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서로 짚어보며, 누군가는 그림책의 작은 뒷장에 숨은 상징을, 또 누군가는 생활 속 과학 지식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쓴다. 대화는 이내 교실 경계를 넘어 일상 속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독후감 숙제가 아니라, 타인의 감상에 귀 기울이며 또 다른 세상으로 자신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어머니들과 함께한 ‘책 꾸러미 추천 행사’에는 세대의 벽도 무너졌다. 부모들은 어릴 적 만난 청춘 소설을 들고, 아이들 손에 쥐어주며 지난날 이야기를 덧붙였다. 새 신간과 추억의 낡은 문학이 교차하는 순간, 책은 시간 여행의 도구가 된다. 최근 전국적으로 청소년 독서률이 하락세라는 여러 언론 보도들이 쏟아진 와중에, 이 학교가 시도한 ‘책 마중’은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2025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교내 정기적 독서 비율은 50%를 밑돌았다. 스마트폰이 손에 익숙한 세대에, 책이라는 고전적 매체는 종종 구식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전원신흥초의 사례는 여전히 책의 마법이 유효함을 말해준다. 문학은 단순한 활자와 종이 이상의 역할이다. 아이들은 신간의 낯선 이야기에서 자신의 내면 감정을 비춘다. 사건을 쫓고, 캐릭터를 따라가며, 마음속에 숨겨진 조용한 질문들과 만난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성, 비판적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적 공감 능력을 키운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책은 가장 조용하고도 가장 깊은 ‘함께 자람’의 무대다.

트렌드를 따라 잠시 번쩍이는 IT 기기와는 달리, 책은 결코 쉽사리 낡지 않는 문화 자본이다. 이번 신간 맞이 그늘 아래, 친구와 책꽂이를 뒤적이며 함께 웃는 아이들 모습은, 우리가 놓치곤 했던 교육의 본질 – ‘함께의 힘’, 그리고 ‘느림의 시간’을 복원한다. “책을 읽을 때면, 내 마음도 한 장씩 바뀌는 것 같아요.” 행사에 참가한 5학년 학생이 남긴 말이다. 이 한 문장에, 대전원신흥초의 도서관이 품은 의미와 여운이 모조리 압축된다.

너무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들에게는 작은 쉼표다. 디지털의 소음 한가운데 울리는 ‘종이 넘기는 소리’—그 미묘한 음악은 마음이 숨 쉬는 창문을 연다. 대전원신흥초가 마련한 이번 이벤트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한 시대를 가르는 문화적 저항이자, 책이라는 오래된 미래로 다시 돌아가자는 상징적 제안이다. 

누군가의 유년 시절, 혹은 이제 막 시작되는 어린 날의 한 페이지에, 이 소중한 이야기들이 황금빛 띠를 만들어주기를. 우리 모두는 또다시 책으로 나를, 그리고 서로를 만난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대전원신흥초, 책 향기로 물든 교정…신간 맞이로 활짝 피어난 아이들의 독서꽃”에 대한 2개의 생각

  • 요즘 진짜 책 읽는 애들 보기 힘든데… 이런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아이들이 독서와 친해졌으면 합니다😊 학교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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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건 👍 더 많아져야죠! 책 읽는 학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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