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기일’에 리치 이기 ‘모욕 공연’ 논란…음악·사회 경계 위의 소란

길게 뻗은 저녁빛, 서울의 한 공연장 외관엔 아직도 조명 테스트가 남아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래퍼 리치 이기의 콘서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관객들의 실망 섞인 탄식, 관계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엉켜 있는 현장. 무대 뒷편에는 리치 이기 측 스태프들이 급하게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비쳤다. 예정된 이 공연이 취소된 이유는 예상치 못한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기일’에 맞춰 ‘5만2300원짜리 모욕 공연’을 예매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SNS를 중심으로 퍼진 공연 소개 문구와 예매 내역, 그리고 논란의 핵심은 ‘공연의 타이밍과 그 의도’에 모아진다. 사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불거졌다. 한 이용자가 리치 이기 콘서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에 열린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티켓 가격 5만2300원이 ‘5·23’일과 묘하게 맞물린다’는 주장이 바로 뒤따랐다. 삽시간에 ‘모욕 의도’ 논란이 자리잡았다. 리치 이기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취소 발표까지의 몇 시간, 공연장이 있는 골목 곳곳에선 일부 팬들과 시민들이 모여 득달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주변에선 음악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리치 이기 곡 가사를 흥얼거리는 청년들도 포착됐다. 라운지 안팎을 돌며 스태프의 손동작과 압박감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공연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붙자, 일부는 허탈하게 자리를 떴고, 또 다른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표를 환불 받을 수 있나요?’라며 연달아 질문을 남겼다.

직접 공연장을 둘러본 취재진은 예매 대기 줄, 리치 이기의 포스터가 걸려 있던 벽, 무대 전광판에 번진 안내 문구까지 남김없이 포착해냈다. 예매 대행사 측은 “일정에 맞춰 이미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다”며 “논란이 확대되면서 아티스트와 충분한 논의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매자들에겐 개별 안내와 환불 절차가 진행됐다.

현장만큼이나 온라인은 뜨거웠다. 리치 이기 팬 커뮤니티에선 ‘5.23’ 가격 혹은 날짜의 상관성 여부, 기획 의도에 대한 분분한 목소리가 오갔다. 일부는 “그저 우연일 뿐 오해로 공연이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반대 쪽에서는 “상징적인 날에 공연을 밀어붙인 건 의도가 있지 않냐”는 의심 섞인 주장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졌다. 리치 이기 측은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었고, 날짜와 가격 선정은 단순한 기획의 결과”라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 사회적 상징이 뒤섞인 오늘 이 논란은 공연계와 대중음악계에 적지 않은 온도로 각인된다.

타 장르 음악인과 기획사들도 SNS를 통해 ‘적어도 기념일과 겹칠 땐 신중하자’는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일부 인디밴드는 ‘공연 날짜와 가격, 작은 것도 세심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업계의 자성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를 냈다. 대중음악 현장은 빠르게 흐르고 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공감대가 번지고 있다.

공연계 종사자 한 명은 “한두 명이 악의적으로 몰아가도, 퍼지는 속도와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다”며 “이럴 땐 소통과 설명을 신속하고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논란 확산 이후 리치 이기 측의 해명, 취소 결정은 모두 ‘빠르지만 그 영향까지 거둘 수는 없었다’가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다. 공연 취소는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팬덤 전반에 큰 파장을 남길 수밖에 없으며, 특히 정치·사회적 의미가 얽힌 날에 치르는 문화행사는 언제나 더 예민한 시선을 받게 된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조각난 화면들이 연신 갱신됐다. 누군가는 ‘오버 아니냐’고 여겼고, 또 누군가는 ‘작은 상징도 예의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 작은 콘서트가 남긴 파장은 최근 음악계가 처한 긴장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인물, 사건, 정치적 의미와 문화콘텐츠가 얽힐 때, ‘순수한 의도’란 구실조차 통하지 않는 시대임을 다시 확인케 한다.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마지막까지 공연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장은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예술인의 한순간 결정이 대중과 사회에 미치는 여진은, 그 오랜 쌓임 만큼이나 길고 깊다. 시즌이 끝난 공연장 바깥, 서울의 밤은 조용히 흘러갔지만 남겨진 논쟁의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노무현 전 대통령 기일’에 리치 이기 ‘모욕 공연’ 논란…음악·사회 경계 위의 소란”에 대한 8개의 생각

  • 다음부턴 날짜, 가격 다 두 번 확인하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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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이 정도면 래퍼도 피곤하겠다 그냥 막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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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_investment

    …이젠 날짜도 눈치봐야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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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 날짜랑 가격 억지로 엮으면 뭐든 문제다 ㅋㅋ 뭐가 진짜 의도고 무슨 의미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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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정도면 공연 준비한 사람들 진짜 억울할 듯, 사회가 너무 예민… 콘서트 하나에도 눈치가 필요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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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repudiandae

    진짜 별거 다 논란되네 ㅋㅋ 솔직히 우연도 있지 않음? 티켓 가격까지 꼬투리 잡는 건 좀 오바다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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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계 수준 이거 어디까지 조심해야함? 날짜랑 숫자 신경 안 쓰면 안되는 사회 유감…!! 관객들도 피곤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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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정도면 비트코인처럼 무슨 암호 넣는 것도 아니고;; 행사 날짜, 티켓값까지 트집이라니 정말 웃긴 사회다. 논란 일으킬 의도가 있었으면 초대장에 대놓고 적었겠지. 공연계도 이제 타자 없는 야구만 하라는 건가…? 상상력마저 검열하는 사회로 점점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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