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비즈니스의 먹잇감이 된 이유와 씁쓸한 판

학폭 논란의 드라이브는 학교 울타리 너머를 완벽히 뚫고 있다. 예전엔 피해 당사자, 가해자, 학교, 그리고 학부모끼리의 내부적 문제 같던 학폭 기사가 지금 산업의 한 축으로 변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가족들은 어느새 변호사 사무실에서 상담부터 견적 잡기까지 일종의 ‘견적’ 전쟁을 펼친다. 중학생 자녀가 폭행을 당했다며 찾아온 한 학부모는 이른바 ‘학폭 전문’으로 불리는 변호사들에게만 집중됐다. 단순 민사는 안 돼, 무조건 결과까지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소송은 기본에 6개월에서 1년 계약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 사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근 서울권 대형 로펌과 지방 법률 사무소까지, ‘학폭 대응’이 수익형 신사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는 건 곳곳에서 확인되는 흐름. 어떤 변호사는 “학폭이 이슈니까 대충 만들어진 피해 사실로도 문의가 밀려온다”는 내부 고백을 한다. 그야말로 학폭불패 신드롬이다.

업계 패턴을 보면, 피해자 가족들에게 ‘빨리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자료를 최대한 모으라’는 식의 안내가 기본처럼 박혀있다. 점점 일상어가 되어가는 ‘학폭 비즈니스’란 말, 법률 마케팅판에선 이미 하나의 큰 리그가 된 것. 평범하게 다듬어진 양식 서류, 정규 패키지 상담, SNS 피드에 버젓이 뜨는 상담 후기까지 교묘하게 공포와 불안을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실제 학부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내역을 보면, 착수금 500만원에 성과 보수 1500, 2000도 훌쩍 넘는 예시가 태반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변호사, 사건 브로커, 콘텐츠 제작자 등이 연계되어, 실제 피해보다 더 공포감이 증폭되는 구조로 진화 중이라는 점이 쟁점.

농구 메타나 e스포츠 게임 환경과 비교하면, 일정한 승자 독식 룰이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압도적인 1티어 변호사 몇 명이 최근 몇 년 학폭 이슈에서 톱 스타로 떠오르자, 중소 사무실들도 ‘학폭 전문’ 간판 달고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하위 티어 시장에선 브로커의 전화유도나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상담예약까지 서둘러 진입시키는 패턴이 반복된다. 의뢰인 입장에선 불확실한 승부를 걸고 선뜻 큰돈을 집행하지만, 실제로는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최종 피해자(피해 학부모 또는 피의자 가족)가 소송에서 기대한 만큼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건, 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린다.

최근 사회 여론 흐름을 보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프레임이 학폭 시장에 강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자녀가 피해자’란 타이틀을 앞세운 전문 변호사 광고가 온라인에 범람한다. 피해자 입장에서의 정보 전달, 상담 후기 부각, 그리고 ‘경험담’이라는 키워드 활용까지 일련의 스토리텔링이 첨단을 달린다. 이런 변호사거나 마케팅 회사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하여, ‘내 아이 미래’라고 시작된 가족의 고민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일부는 실익이 적어도, 이미 돈은 돈대로 나갔고 심리적 상처까지 한 겹 더 얹혀진다.

올해 들어 로펌 간 경쟁도 본격화됐다. 특정 학교, 지역 명문 등 ‘학폭 다발 학교’로 찍힌 곳엔 사전에 미팅이나 브로커 접촉 시도가 더 노골적으로 이뤄진다는 증언도 있다.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에 자주 거론되는 학교는 이미 변호사들에겐 ‘타깃’이 됐다. 여기에 TV 예능과 유튜브 등지가 학폭 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사건 자체가 매일같이 주목을 받는다. 게임판에서 이른바 OP(오버파워) 캐릭터가 밸런스를 틀어쥐고 흔드는 것 같은 판세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과거 학폭 의혹에 휘말릴 때마다 결국 정보 불균형과 사회적 지도층에 대한 공포가 다시금 산업을 키운다.

시장은 지금 더 달아오른다. 특정 변호사는 ‘학폭 1타 강사’식으로 유명세를 쌓아가고, 입시, 취업, 방송 출연에 줄줄이 따라붙는 학폭 클리너의 이름값까지 올라간다. 피해자 쪽도, 가해자 가족 쪽도 현실적으로 비슷한 금액을 부담하게 되고, 변호사 시장은 승자 독식, 새로운 먹잇감 찾기 식의 게임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피해자 입장에서도, 실제 얻는 건 제한적이거나, 사건 자체의 본질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학폭 문제 해결의 본질이 어디로 갔냐는 데 있다. 메타 분석을 돌려보면, 변호사의 법률 지원이 단기적 도움은 될지 몰라도 제도적, 구조적 해법에 거의 접근하지 못한다. 사법 리그가 주도하는 시장, 모두가 플레이어인척 흉내 내지만 근본 해결은 뒤로 밀린다. 게임에서 핵(치트) 유저가 다수 판을 흐릴 때와 다르지 않은 구조, 산업 논리가 학폭 시장에까지 스며든 현주소가 씁쓸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학교 현장, 학부모, 법률가, 그리고 사회 모두가 문제의 본질에 한 번 더 집중하게 될 때 비로소 학폭이라는 게임판의 룰이 바뀔지 모른다. 지금은 오히려 모두가 이 게임의 소비자, 잠재적 피해자, 방관자 그리고 때론 산업의 실질적 후원자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학폭 비즈니스의 진짜 민낯은 사건 수임이 아니라 상처를 파는 구조, 불안과 공포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이 신사업의 판 짜기에서 확인된다. 이 복잡한 판에서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피해자와 사회는 정말 무언가를 얻기라도 하는 걸까? 치열하고 쓴맛 가득한 학폭 – 법률 비즈니스의 전장에서, 실질적 변화와 해법은 투자금과 광고비가 아닌 진짜 개선 의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학폭, 비즈니스의 먹잇감이 된 이유와 씁쓸한 판”에 대한 2개의 생각

  • 사회 문제로 끝날 수 있었던 게 마케팅 판이 됐네요🤔 피해자만 계속 힘들듯…대책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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