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소설은 인간을 다시 직면한다

소설은 언뜻 허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르로 여겨지지만, 이 장르는 우리의 일상과 마음 풍경에 가장 집요하게 스며드는 예술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하는 기사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것이 소설의 일”은, 소설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서 ‘타인의 안부, 곧 안녕함’을 묻는 행위 자체임을 정면으로 제시한다. 이 말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즉 고립감과 불안, 무관심이 만연한 2020년대 한국사회를 그대로 투영한다.

기사에서는 최근 출간된 작품들의 한 경향, 즉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네는 장면이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하는 점을 관찰한다. 이는 각박해진 사회 현실이 예술을 통해 재현되고, 문학이 인간적 교류와 관심, 그리고 ‘돌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천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 소설가는 언어적 실험이나 구조적 파격에서 한 걸음 물러서, 외로움에 흔들리는 인간 개개인에 집중한다. 소설은 타인에게 “요즘 잘 지내?”, “그냥 한 번 궁금해서”라고 묻는 순간을 주의 깊게 붙든다. 이는 장황한 담론이나 거창한 주제보다, 삶의 작은 장면에서 진실과 새로운 의미를 샅샅이 탐문하는 시선을 닮았다.

특히 이번에 언급된 작품들은 인간관계의 ‘틈’, 즉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 어색해진 가족, 소원해진 연인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 소설가는 이 거리의 실체를 순간 포착한다. 서툴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인사, 망설임 끝에 건네는 안부 문자가 누군가에겐 삶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순간. 이렇듯 소설이 만들어내는 가장 인간적인 미덕이란, ‘너는 어떻게 지내는가’라는 매우 단순한 질문에 담긴 의미와 울림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문학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혼자서 완결될 수 없는 존재이며, 특히 한국 사회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과 불신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의 소설은 과거의 대서사시적 ‘구원’이나 ‘영웅담’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져왔다. 대신 사라진 ‘정’, 식어가는 ‘공감’의 온도를 재발견하거나, 무너져가는 일상을 조심스레 부여잡는 역할을 자처한다. 최근의 젊은 작가들이 이러한 신중한 다정함을 택한다는 점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갈급하게 찾는 것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세련된 플롯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친구의 느릿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한 마디 “괜찮아?”라는 위로일 것이다.

이 점에서 기사에서 언급한 신진 소설가들의 경향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인물들을 군더더기 없이 내세우고, 복잡한 세계를 단순한 말 한마디―안부―로 환축한다. 반면 이 안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 타인에 대한 절박한 기대와 그 실망을 동반한다.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이 되어버렸는지는 우리 모두가 체감한다. 기사에 언급된 소설집들의 주요 모티프가 ‘연락두절’, ‘침묵의 단절’인 것만 봐도, 사실상 이 시대는 고립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음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이, 그리고 소설이 다시 돌아오는 길목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기사에서 인용된 작가의 말처럼 “문학은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작은 손길로 안부를 묻는 데서 시작된다.” 실제로 최근 문학상 수상작이나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모두 대단히 사려 깊은 인간적 관심,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돌봄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이름을 올린다. 이는 단지 하나의 ‘경향성’이 아니라, 소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여기,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삶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소설.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에 가장 절박한 문학적 실천이다.

OTT 드라마나 영화가 대규모 스케일과 시퀀스를 강조하고, 빠른 전개와 자극성에 집중하는 지금, 소설이라는 장르는 오히려 더 느리고 소박하게, 잠시 멈춰 서서 ‘살아 있는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번 기사에서 내세운 메시지는 여러 신인 작가와 평론가들의 논평, 최근 주요 문학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화두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로놓인 끊임없는 거리, 소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거리를 잠시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소설’은 때로 현실 자체보다 더 절박한 응답을 요구한다. 익숙한 질문이지만, 그 안에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을까’, ‘내가 받은 위로는 무엇이었나’에 대한 자기 성찰이 담긴다. 그리고 독자 역시 소설을 넘기다가 자기 자신의 최근 일상과 정서를 잠시 돌이켜보게 된다. 이처럼 문학은 거창한 교훈보다, 인간성의 가장 본질적인 지점을 작게 꾸준히 두드린다. 그렇게, 한 번은 누구나 누군가의 안부를 진심으로 물었던 기억을 새삼 상기한다. 이 사소함의 위대함,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소설을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의 최전선일 것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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