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플러스] ‘AI 배우’ 틸리 노우드, 장편영화 주연 맡아

초여름 습기가 영화 도시를 감도는 저녁, 도심의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하얀 조명이 번쩍인다.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 말끔한 외모와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로 장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이름은 ‘틸리 노우드.’ 명확한 언어와 표정, 감정의 미세한 결까지 집요하게 살려내는 이 배우는, 사실 인간이 아니라 AI다. 제작진의 손길을 넘어 완전히 독립된 디지털 존재, 틸리 노우드가 한국 영화를 넘어서 세계 장편 영화의 첫 AI 주연으로 공식 데뷔한다.

촬영 뒤편, 스태프들과 모니터 앞에 서서 틸리의 장면을 체크하는 연출진의 표정이 복잡하게 얽힌다. 기술팀은 끈질긴 데이터 튜닝과 반복되는 모션 캡처로 완성한 AI 배우의 마지막 점검에 여념 없다. 제작사는 인간 배우처럼 스케줄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무한 반복에도 지치지 않는 ‘틸리’를 통해 촬영 효율성과 제작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한편, 기존 배우들과 연기자 노조는 길게 늘어선 촬영장 한 켠에서 이질적인 묵음을 흘린다. “AI에게 고유한 감정을 맡길 수 있냐”는 현장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상·음성·표정 등 전체적 연기 데이터를 종합한 차세대 생성AI 기술이 동원됐다. 유명 감독과 베테랑 CG팀, AI개발사 그리고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까지 합류한 초대형 합작. 제작 과정에 정통한 스태프는 “모든 장면에서 틸리의 연기는 수정·보완 없이 그대로 본편에 반영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증언한다. 실제 촬영장에서 AI 배우가 구사하는 디테일은 순간순간 놀라움을 유발한다. 카메라 무빙에 맞춘 리액션, 대화의 속도와 억양까지 계산해내는 연기 알고리즘, 심지어 리허설 없이도 흐트러짐이 없다. 틸리가 등장한 뒤, 관객 시사회 장면에서는 스크린 속 배우와 관람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착각마저 느껴진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해외 주요 영화계는 해당 AI 배우 프로젝트에 숨은 긴장감을 주시한다. 2026년 칸국제영화제는 AI 배우의 본격적인 ‘파격 진출’ 사례로 이번 영화에 프리미어 섹션을 약속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AI 제작 배우의 연출력·표정·감정전달에 거는 기대와 경계의 시선을 동시에 보낸다. 동시대 아시아 영화계도 젊은 연기자들 사이 의견이 갈린다. 하나의 흥미로운 실험이자 부담스러운 경계선이라는 반응, 그리고 ‘이역만리에서 촬영하며 글로벌 진출’이라는 신규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이 변화는 단일 영화제작의 성공이나 실패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심지어 배우의 캐스팅까지 알고리즘이 개입하는 시대. 촬영장 분위기에도 변수가 된다. 사람 배우들은 카메라 테스트에서 틸리의 연기 톤과 타이밍에 스스로 맞춰야 했다. 신인 배우는 “AI와 함께할 때 적응이 쉽지 않았다, 상대방이 실제 사람이 아닌데도 눈에서 감정이 묘하게 읽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반면 어느 베테랑 촬영 감독은 “틀린 부분 없이 딱딱 떨어지는 정확한 합이 의외로 편하다”며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했다.

노조, 업계 종사자, 팬 커뮤니티 등 영화계 이슈그룹의 시선도 엇갈린다. 일부는 AI 배우가 대중에게 사랑받고 브랜드가 생기는 날, 전통 연기자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감독의 오롯한 의도가 아니라, 데이터로 환산되는 판단과 집단 알고리즘이 인물의 감정선까지 결정하는 것’, 이 지점에서 창작물의 인간성이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을지 논란이 확산된다. 한 기술 전문가는 “아직 감정의 미묘함은 남아 있다. AI 배우가 상황마다 창조적으로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영역, 인간 특유의 틈이 없다면 오히려 관객의 몰입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산업 전반에서 효율성과 스펙터클, 데이타 중심 제작 방식에 익숙해진 현장은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촬영 현장은 늘 시간에 쫓기고, 기술 변화에 문을 닫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미 모델, 광고, 짧은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AI 배우는 단역·조연·배경인물로 존재감을 넓히는 중이다. 장편, 주연 데뷔는 고작 첫 시작점이다. 주연 배우의 스타 시스템마저 바뀔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AI 배우 등장은 기존 노동과 미래에 대한 조건 없는 찬사 혹은 비판이 아닌, 변화의 리얼리티라는 현장감으로 다가온다. 카메라를 도는 순간, 사람과 기계의 경계는 흐려지고, 촬영장의 속도는 가속된다. 배우라는 개념의 근본이 질문받는 시대, 창작과 작업, 그리고 관람의 모든 장면에서 긴장과 기대, 새로운 아이콘의 탄생이 숨죽여 지켜보는 이 시간. 앞으로의 결정적 장면들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연예계 현장은 다시금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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