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해설] 임오경 의원, 손흥민·황희찬 청문회 참고인 신청 철회 파장과 축구계의 함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의원이 최근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을 파리올림픽 관련 청문회 참고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한 사건은 이른바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라는 오래된 화두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렸다. 축구 대표팀 간판 선수들의 청문회 소환 시도, 그리고 돌연한 철회는 단순히 국회의 한 행사로 볼 수 없는 여러 층위의 메시지를 남긴다. 국회 일정이나 당사자 동의 여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법과 우리 스포츠 문화의 현주소, 축구가 갖는 사회적 상징성까지 전방위적으로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참고인 신청은 오랜 세월 축구계에서 금기시되어왔던 ‘외부 압력’의 또 다른 변주에 가깝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현 시점 대한민국 축구 정점의 아이콘이자, 유럽무대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영향력·상징성이 가장 큰 인물들이다. 2024-25시즌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으로 EPL 정상 공략의 선봉에 섰고, 황희찬 역시 황소처럼 저돌적인 돌파와 압박으로 울버햄튼 공격라인의 핵심을 맡고 있다. 이 두 선수를 한 데 부르는 것 자체가, 마치 공격 축구의 두 에이스가 벤치에서 갑작스레 호출당하는 기묘한 전술 전환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문회와 선수소환 논란, 맥락을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표면상으로는 파리올림픽 대비, 대중적 관심과 언론의 시선을 축구 대표팀 선발 및 운영 방식에 맞추기 위한 ‘소통 강화’라는 명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껏 국회가 스포츠 스타, 특히 국가대표급 축구 선수들을 참고인 명단에 오르는 그림은 전례가 없는 일. 실제로 UEFA 챔피언스리그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대표적 ‘국민 스타’가 정치무대에 불려가는 장면을 찾기 어렵다. 이는 ‘경기장에서 증명하라’는 축구 본연의 규율과, ‘정치적 상징성을 극대화시키려는 외부’의 간극이 결과적으로 혼란을 부른 셈이다.

무엇보다 시점이 절묘하다. 손흥민은 토트넘 내에서 주장 완장을 새로 차며 프리시즌 막바지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고, 황희찬 역시 소속팀 훈련과 국가대표 소집에 시차를 두고 집중해야 하는 예민한 시기다. 유럽 축구를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 ‘대중적 이슈’가 아닌, ‘전술적 컨디션 조율’이 더욱 결정적이다. 임오경 의원의 철회 결정은 결국 이러한 선수들 컨디션 조절과 빅매치 준비라는 ‘성장 전략’의 중요성을 어느 순간 이해한 선택으로 읽힌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번 해프닝은 동아시아 축구행정의 관성, 선수활용 방식에 대한 전통적 오해와 무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K리그 각 구단이 선수개발·관리 시스템을 선진화하려 애쓰는 가운데, 여전히 선수 개인사와 국가대표팀 운영에 정치 외부의 개입이 시도되는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네덜란드, 독일, 잉글랜드 등 선진 축구 문화권에서는 대표팀 선수단 결정과정에 ‘정치적 배려’가 아닌, ‘기술스태프 중심의 오픈커뮤니케이션’이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사건은 반대로 정치권력이 선수 개인의 축구 인생과 커리어 관리에 ‘특정 목적’을 덧씌우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대표적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선수를 비교해보자. 손흥민은 아시안컵과 월드컵, 프리미어리그 등 굵직한 무대에서 국위선양을 넘어 ‘정신적 리더십’까지 완성한 인물. 황희찬은 공격지역 전방압박, 세컨 볼 습득 능력 등 유럽에서 필요한 팀 내 기동성을 극대화시킨 모델이다. 이런 선수들이 일거수일투족이 대중과 언론, 더 나아가 정치의 이슈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숙명이나, 적어도 ‘참고인 청문회 소환’은 이들의 전술적 가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회 결정 후 보이는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절도 있고 냉철하다. K리그 지도자 다수는 “국내외 정상급 선수는, 오로지 경기장에서 국가와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더 큰 기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해외 축구전문 채널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한국 축구계의 전통적 위계질서와 외부 압력 구조가 다시금 문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한다. 팬덤 사이에서도 ‘선수 보호’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올림픽 출정을 앞둔 대표팀 분위기에 미치는 역동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정치계와 축구계의 경계, 이쯤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손흥민·황희찬 참고인 철회는 단순히 한 번의 정치 일정 취소가 아니라, ‘스타 선수 보호’와 ‘축구 본연의 가치 존중’이라는 테마를 강조하는 신호탄이다. 앞으로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곳은 경기장이다.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전술적 성장, 기량 향상 그리고 대표팀의 팀케미(Team Chemistry) 구축이야말로 궁극적 국가대표의 몫임을 새삼 일깨운다. 축구도 정치도 ‘존중’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칙 앞에서 결국 진화할 수 있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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