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앞으로는 제조업 강국만이 살아남는다

2026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 판도는 더욱 뚜렷하게 제조업 경쟁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선진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구조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포럼(WEF), 그리고 주요 경제 전문지들은 일제히 제조업 기술력을 갖춘 국가만이 글로벌 수출 주도권과 경제 회복 탄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추세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제조 인프라를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로 부상했고, 미국과 유럽 역시 반도체-배터리-완성차의 연계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첨단 제조업 혁신은 단순한 공정 효율이 아니라, 데이터·소프트웨어·친환경 공정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 중이다.

한국의 현실은 복합적이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글로벌 3위권 완성차 생산능력은 분명한 강점이나,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수입 의존성과 인력 공급, 투자 여력 문제는 여전히 뼈아프게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주요 배터리 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 증가는 국내 제조 투자 여력 감소와 직결된다. 국내외에서 불붙는 기후 정책, 탄소 규제, 에너지 전환은 기존 제조업 강국마저도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ESG 경영 전환 압력에 노출시킨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변화 등도 특정 제조업 국가에 크고 작은 충격을 주며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동시 제공한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원료, 재생에너지의 가치사슬 내재화 전략을 실행하며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가속한다. 중국 역시 반도체, 희토류, 이차전지 소재 등에서 자국 우위 확보와 더불어 동남아-아프리카 등지의 원자재 공급선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완성차 메이커들의 빠른 전동화 전환과 배터리 셀-모듈-팩의 현지화, 그리고 수소, 풍력 등 그린테크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유인책이 공존한다. 일본은 전자·자동차·소부장 등에서 특유의 심층 제조력을 여전히 내세우지만 투자와 혁신의 과감함에서는 다소 뒤쳐진 모습이다.

한국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생산량 단순 확대가 아닌,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고도화, 차세대 배터리(고체, 리튬황 등) 및 수소·재생에너지 기술 내재화, 그리고 제조업 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친환경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조 과정의 자동화, 생산 이력 추적(트레이서빌리티), 인공지능·IoT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협업을 넘어,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형태의 제조 생태계를 우선 구축하는 추세가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신기술 도입의 속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격차, 그리고 첨단 인재 확보 경쟁은 정부와 민간의 창의적 협력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또한 친환경 R&D 투자와 국제인증, 글로벌 시장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제조업은 중국-미국-유럽 강국들에 뒤처질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 글로벌 EV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는 것은 배터리 업계의 성장 한계, 내수시장 기반 부족,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 역량의 부족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제 살아남는 제조업 국가의 조건은 양적인 생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친환경 원칙, 지능화된 생산 시스템, 그리고 원천기술 혁신역량이 결합된 글로벌 종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K-제조업이 변곡점에서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려면, 배터리와 전기차를 넘어 그린수소·스마트팩토리·AI기반 생산 등 차세대 산업의 원천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세계적인 규제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인력·자본·정책의 유기적 시스템도 병행되어야 국제 기술패권의 한축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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