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클래식이 흐르는 청주 거리…시민과 음악의 열린 만남

저녁 여덟 시. 청주 하우스콘서트 공간 입구 앞, 여름 특유의 습기가 사람들 머리 위를 둥글게 감돈다. 흰색 천막을 따라 줄지어 들어서는 관객들 표정엔 설렘이 가득하다. ‘썸머뮤직페스티벌’의 현장은 작은 광장처럼 열려 있다. 긴장보다는 어깨가 스며드는 자유로운 무드.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장에서 벗어난, 일상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공연은 관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다. 푸른 조명빛 아래 악기 튜닝 소리가 잔잔하게 공간을 채운다. 그 위로, 청주하우스콘서트가 추구해온 ‘개방성’과 ‘동네 음악회’라는 아우라가 자연스럽게 쌓인다.

올해 여름, 청주 하우스콘서트가 마련한 ‘썸머뮤직페스티벌’은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한껏 낮췄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자, 젊은 신예 연주자들이 대거 무대를 꾸민다. 리허설 풍경에선 관록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젊은 피아니스트를 다정하게 리드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청중의 대화가 무대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 악장(樂章)이 끝날 때마다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박수가 뒤섞인다. 신작, 클래식 명곡, 대중적인 팝 레퍼토리까지 아우르는 선곡. 클래식에 낯선 이도, 단골 관객도 모두 눈을 반짝이는 순간이 이어진다.

여름밤에만 허락된 저녁 바람이 공간을 스치고, 초록 잎새 사이로 흘러드는 노랫소리. 콘서트장 앞에서 만난 박성은(39) 씨는 “매년 이 시기에 가족과 함께 온다. 전통 무대보다 훨씬 가깝고,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아이 손을 꼭 잡고 무대 가까이 앉는다. 스탭들은 수세미 달린 물통을 나르며 구석구석 자리 정돈에 분주하다. 실내·외를 오가며 연주가 이어지는 구조, 공연 중간엔 즉석 토크와 소규모 해설 시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 음악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살아있는 음악의 장’이 만들어진다.

비슷한 시기, 전국 각지에서도 ‘한여름 밤의 클래식’, ‘포켓콘서트’, ‘거리음악회’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동네 단위의 커뮤니티 콘서트 참여율이 크게 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대면 공연의 활성화와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동시에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최근 청주 뿐 아니라 대구, 전주 등 중소 도시마다 클래식 저변 확대를 목표로 한 소규모 공연이 증가세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예산 문제, 한정된 인력, 낮은 티켓 수익 구조는 늘 고민거리다. 청주하우스콘서트 역시 자원봉사자와 연주자들의 헌신이 없다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번 페스티벌의 한 가지 화두는 ‘공공성’이다. 일부 공연은 지역 저소득 가정을 위한 특별석을 운영하며, 공연 영상은 온라인으로 순차 공개된다. 누구나 음악의 현장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 시도다. 현장에서는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얼굴들이 오간다. “음악이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함께 즐기는 일상이 됐으면 좋겠다.” 공연 관계자의 짧은 한마디가 현장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공연이 끝난 직후, 관객 대부분은 서두르지 않는다. 앵콜 연주가 시작되자 한 아이가 무대 앞으로 달려가 리듬을 탄다. 엄마 미소와 박수, 마지막 커튼콜. 다채로운 빛과 질감으로 채워진 무대, 남은 온기와 교감의 잔향. 청주하우스콘서트를 비롯한 전국 소규모 음악회의 이런 면면이 미래 지역 문화의 방향을 선명히 보여준다. 지역의 작은 공연들도 충분한 지원과 관심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길 바라는 목소리엔 동의가 붙는다. 응시하는 이들을 위한 진입로가 넓어질 때, 클래식 음악은 더 이상 일부만 누리는 ‘문화 재테크’가 아니라 모두의 ‘여름 밤 일상’이 될 수 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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