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만들던 게임사 맞나”…크래프톤, 서울 AI 학회에서 뽑아든 ‘빅샷’

AI 열풍이 잠잠해질 틈조차 없는 2026년 여름, 크래프톤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IT씬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무게감 있는 변수를 시장 한복판에 던졌다. 흔히 ‘배틀그라운드의 회사, 게임만 잘 만드는 곳’으로 굳어진 대중 이미지. 하지만 7월 서울에서 열린 A*AI(Asian Advanced Artificial Intelligence) 컨퍼런스 현장에서, 크래프톤은 이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어버린다. 이들이 선보인 최신 AI 모델 프레젠테이션과 논문, 그리고 실제 상황 적용 데모는, ‘게임사’란 한정적 수식어가 미칠 수 없는 새로운 위상을 보여준다.

1997년 PC방 붐부터 2026년 클라우드 네이티브 메타까지, 게임업계 기술력은 한 번의 진화로 끝난 적 없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이번에 제시한 AI 대화엔진 ‘토스AI’(가칭)의 완성도는, 단순 패치나 시스템 개선을 넘어 산학계 전문가들이 ‘뿌듯할 만큼’ 놀랄만한 수준. 자연어 생성, 게임 내 NPC 인공지능 응답, 그리고 현재 60억+ 유저 대화 데이터까지, 크래프톤이 꾸준히 AI 연구팀을 증설해 온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모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현된 ‘플레이어와의 자유 대화’, 그리고 NPC가 환경에 실시간 반응하며 미션·전투 전략을 실시간 조율하는 패턴은 기존 게임업계 AI의 벽을 아예 철거한다. 트렌드를 꾸준히 분석해온 경험상, 이 정도 리얼타임 인공지능 NPC라면 아예 장르의 룰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내부자는 더 소름 돋는 부분에 주목한다. 보통 ‘AI 학회’라 하면 구글, MS, 하버드, 카이스트 이런 이름 석자가 어깨너머로 깔리는데, 발표 Q&A에서 도리어 크래프톤이 논문의 기술적 깊이와 오픈소스화 로드맵에 먼저 손을 내민다. 발표된 논문은 ‘강화학습 기반의 대규모 인게임 대화 데이터셋 자동 전환기술’과 ‘메타버스 대상 멀티에이전트 간 협력·경쟁 인터페이스’ 등, 단순 엔진 개발이 아니라 실제 게임-현장-유저 데이터를 파고든다.

여기에 애초 ‘배그 사운드’로 주목받던 오디오 프로세싱 영역, 배경 알고리즘을 응용한 게임 내 딥러닝 시나리오 트리거 분석까지 발표 자료에 포함. 이쯤 되면 게임사를 뛰어넘은 IT테크 전문 그룹에 가까운 역량이다. 클라우드 연산 환경에 맞춘 LLM(대형언어모델) 경량화와 분산처리 모델 연구, 그리고 ‘게임플레이 중 AI 인연속 미묘패턴 분석’이라는 생소한 키워드까지. 누가 봐도 단순한 벤치마킹 선에서 멈춘 게 아니라, 그동안의 전형적 게임회사와는 결이 다른 ‘문제정의’와 ‘실제 글로벌 현장 적용’을 노려온 흔적이 확연하다.

전통적으로 국내 게임사 실적 구조는 1차 판매, 2차 유지서비스 중심이었다. 이에 비해 크래프톤은 2024년 이후, 생성AI/메타버스/딥러닝 엔진 내부 개발 인력 채용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그 결과 배틀로얄 인기 하락 국면에서 오히려 IP 확장과 게임 외 사업(로지스틱스, 트래픽 데이터 분석, 엔터테인먼트-유저 대화 AI)으로 신시장을 여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025~6년 글로벌 게임 업계는 AI 메타 도입을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크래프톤의 일련의 시도는 기존 게임사들과 격차를 극적으로 벌리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AI 학회에서 ‘인게임 AI’를 ‘사회적 상호작용 강화’, ‘유저 성향 예측·피드백 시스템’ 등으로 구체화하면서, 전통 게임 내 유저 경험(UX) 논의 판 자체가 재정의되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서 반짝 유행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기자 입장에서 K-게임사가 단순 AI, LLM, 챗봇 만든다는 걸로는 뉴스를 쓰지 않는다. 크래프톤이 지금 보여준 패턴은 ‘시류 따라잡기’가 아니라 명백한 ‘기술 리더십’ 선언에 가깝다. 핵심은 게임을 중심으로 한 대화형 AI의 적용을 실제 수천만 유저 일상에 녹여내며, 그 데이터 자체를 학계·글로벌 기업과 공유할 준비까지 하고 있다는 점.

게임업계 대화AI, NPC의 진화, 그리고 실시간 인게임 분석 패러다임의 변화. 단순한 벤치마킹, 혹은 연출된 데모에서 멈춘 과거 사례와 달리, 크래프톤은 이 변화의 흐름을 실전에서 구현하며, 글로벌 시장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회사의 시대적 역할’이란 판 큰 테이블에서, 지금 크래프톤이 던진 주사위는 미래 10년을 좌우할 수 있는 ‘뉴 메타’가 될 수 있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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