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청소년의 안전망이 되는 길, 서초구 상담복지센터 3년의 변화
서울 서초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부모 상담아카데미’를 진행한 지 3년이 지났다. 이번 기획은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을 넘어, 학부모를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청소년 안전망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 특징이다. 센터는 2023년부터 매년 새로운 주제와 방식으로 부모 대상 상담교육을 진행해 왔고, 올해는 ‘관계 중심의 소통’과 심리적 응급대처력을 함양하는 실제적 사례 교육이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최근 서초구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이나 가정 내 위기해결 과정에서 해당 아카데미를 수강했던 부모들의 개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다수의 사례가 보고됐다. 상담복지센터의 내부 통계에 따르면, 3년간 누적 1300여 명의 부모가 아카데미에 참여했고, 수료 후 자발적으로 또래 부모나 자녀의 친구 네트워크 내에서 조기 위험신호를 포착해 센터로 연락하거나, 적절한 상담 연결을 한 경우가 매해 10%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 청소년 보호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기에 충분한 변화다.
국내외 여러 지자체에서 상담복지센터의 청소년 지원 확대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부모 세대가 ‘공공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직접 나서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그간 청소년 지원정책은 주로 위기 청소년 대상 직접 지원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부모 대상 교육은 일반적 상담참여 내지는 정보 제공에 그친 사례가 다수였다. 서초구 사례는 ‘부모의 역량계발→네트워크 행동확장→공공 안전망화’라는 단계별 모델링을 실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는 시도다. 현장 인터뷰에서 만난 한 부모는 “자녀의 고민을 듣고도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 사실인데, 교육을 받고 실제로 친구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며 나 또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상담복지센터 측도 “부모가 위기의 현장에서 단순 참견자가 아니라, 관계 중심의 중재자 및 첫 응급대처자가 될 수 있도록 밀착 지원을 기획했다”는 설명을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모델은 해외 사례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PEP(Parent Engagement Program)는 지역별로 부모 주도 네트워크를 구축, 학교와 지역 복지기관이 공동의 ‘안전매뉴얼’을 개발해 위기 시 부모가 선도적 역할을 맡았다. 일본 오사카시도 일찍이 ‘부모 지원교실’을 통해 청소년 자해, 폭력, 도벽 등 다양한 위기신호에 부모가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사전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두 지역 모두 학교-가정-상담기관이 하나의 원(圈)을 이루는 통합 보호체계 성과를 거두며, 위기청소년 재범률 및 학교폭력 비율 감소로 연결됐다. 한국에서 부모 주도의 ‘청소년 안전망’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시점, 서초구의 3년 성과는 제도적 지원의 방향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정책 현장에서는 분명히 보완점과 한계도 드러난다. 첫째, 아카데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부모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 치우쳐 있고, 복지 사각지대 혹은 한부모, 다문화, 취약계층 가정의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편입되는 비율은 아직 낮다. 청소년 상담 현장에선 “진짜 도움이 절실한 부모·가정에게까지 이런 정책의 손길이 닿도록 확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청이 반복된다. 둘째, 부모 대상 심층 교육의 내용이 전문상담, 법적 대처, 긴급 상황 매뉴얼 등 실무적 부분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다음 단계의 발전을 위해선, 상담복지센터와 지자체 협력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거리 두기’보다는, 위험 예측군 가정(저소득, 한부모, 다문화 등) 타깃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온라인 상담교육의 보편화, 학교-가정-지역복지 연계 채널의 지속적 개방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가 실질적으로 위기사건의 ‘조기 발견자’ 혹은 ‘1차 응급 조치자’로서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려면, 실무 개선과 인식 제고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서초구처럼 상담복지센터가 부모 아카데미를 이수한 학부모들과 정기 네트워크를 만들고, 위험신호 사례를 심층적으로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전략도 긍정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청소년 위기 예방과 조기 개입, 안전망 확충에서 ‘부모’의 역할을 국가와 지방정부, 학교, 지역사회가 모두 새롭게 규정할 시기임은 분명하다. 3년간의 서초구 사례는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청소년을 위한 공공안전망 확대의 방향성과 사회적 연대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현장성과 정책 실효성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부모-지역사회-전문기관이 열린 소통과 실질적 동행을 이루는 구조적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