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색으로 채색된 잉글랜드, 무기력한 수비전략에 ‘인간 문어’도 혀 내둘렀다
아르헨티나와 맞붙은 잉글랜드의 경기 선택이 야기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치 ‘독일식’ 경기가 잉글랜드의 자존심을 갉아먹는 듯한 분위기에서, 30분 내내 수세에 몰린 잉글랜드의 역동성 상실은 전통 축구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BBC 해설진, 이른바 ‘인간 문어’라 불리는 슬라브 주커는 “아르헨티나 상대로 30분 내내 수비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공개적으로 한탄했다. 영국 현지 언론과 전직 선수들도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직된 운영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토니 크로스의 해설처럼, ‘컨트롤에만 치중하다가 전진성까지 다 잃었다’는 평가가 가장 뼈아프게 다가왔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전반 10분, 잉글랜드는 점유율을 뒤로한 채 ‘두 줄 수비(4-4-2 블록)’를 뒤쪽에 짜 두고 버텼다. 하리 매과이어, 존 스톤스 조합은 크로스와 로 셀소가 이끄는 아르헨 중원 마크에 집중했다. 문제는 공간 확보 없이 단일라인에서 볼을 돌리니, 윙백과 중원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긴 것이다. 경기 내내 로멜로, 가르나초가 윙에서 볼을 휘저을 때, 칼럼 윌슨과 주드 벨링엄조차 신경을 온통 후방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공격수들이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어서 직접 뛸 수 있다면 뛰고 싶었다”는 게 BBC 해설의 한 마디. 현장에서 듣기에도 답답함이 여실하다.
현대 축구에서 후반전 초반과 후반전 종료 10분의 심리전은 전술 결정의 갈림길을 만든다. 최근 트렌드는 변칙 전환 플레이, 즉 수비 전환 직후 역습 타이밍에서 적극적 공간을 활용해 속공 찬스를 만드는 것. 하지만 이번 잉글랜드는 오히려 교체 카드를 아끼며, ‘버티기’에만 매달렸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65분까지 공격 전술을 거의 가동하지 않았고, 빌드업 상황에서도 좌우 패턴 반복, 반복이었다. 별다른 세트피스도 없었고, 탈압박에서 실책이 쌓이면서, 30분간 완벽히 일방적인 경기가 전개됐다.
유럽 각국 해설진은 이 대목에서 잉글랜드의 ‘독일화’를 언급한다. 2024 유로 대회 때부터 잉글랜드 대표팀이 독일 감독진 출신 코치들과 함께 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신중한 수비운영 방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이 점이 잉글랜드 전통의 “속도·침투·파워”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크게 엷게 만든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사우스게이트가 ‘패하지 않으려는 운영’에 너무 몰입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과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빛을 발했던 다이내믹한 전환, 투박하지만 강력한 속도전은 찾아볼 길이 없고, 오히려 독일식 ‘관리형 전략’이 잉글랜드의 잠재적 공격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후반 30분 동안 잉글랜드의 패스 성공률은 56%로 급감했고, 상대 진영에서의 패스 횟수는 단 11회에 그쳤다. 특히 윙자원에서 가르나초-로멜로가 동시에 측면을 돌파할 때, 잉글랜드 수비진은 잦은 박스 안 클리어링과 패널티 박스 혼전만 반복해 ‘근근이’ 시간을 벌었다. 역으로 아르헨티나는 한 명의 추가공격수로 들어온 알파로가 순간적으로 박스 안에서 3회 결정적 찬스를 뽑아내기도 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조직력보다는 ‘전술적 소극성’의 결과이고, 영국 현지 팬들은 경기 후 홈 스탠드에서 “차라리 토트넘 축구를 보여줘라”라는 조롱까지 퍼부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냉랭함이 이래서 설득력 있다.
주목할 대목은 아직도 잉글랜드가 “고집스러운 경기 운영 속에서도 변화의 모멘텀을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유럽, 남미 강호들이 속도-폭발력으로 기선을 제압할 때, 잉글랜드는 외려 Europa League 수준의 ‘신중함+실수 관리’ 루틴만 들고 나온 셈이다. 이쯤이면 ‘잉글랜드의 색채 상실’이라는, 축구 팬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생긴다. 실제로 현지 언론은 “사우스게이트의 유일한 철학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까지 남겼다. 서포터즈 클럽과 옛 선수들의 자조적 회고에서, 과거 제라드, 램파드 시절의 진취적 전진압박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실감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 리뷰는 단순한 ‘부진’ 차원과 다르다. 공격과 수비의 불균형, 공간관리 실패, 선수단 자신감 하락이 중첩되며, 유럽타 팀에 비해 ‘경기 밸런스’ 자체가 눈에 띄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현장의 분위기를 체감한 BBC·스카이스포츠 해설과 팬들은, “이 스타일이라면 향후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에도 한계는 명확하다”고 내다봤다.
펩 과르디올라, 율리안 나겔스만 등 ‘현대 전술’의 긍정적 요소를 소화하지 못한채, 미묘하게 독일화된 잉글랜드의 ‘몰개성 전술’은 앞으로 2-3년 내 전국적인 방향성 논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차세대의 전술 지도자, 변칙적인 공격 참신성을 살리고, 변수를 활용하는 경기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홈그라운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도기적 독일식 이식이 잉글랜드 축구를 어디까지 데리고 갈지, 이제는 명확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