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보호 3법’ 발의, 보완수사권 논쟁의 새로운 불씨
국민의힘이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경찰의 보완수사권을 강화하고, 경찰에 송치할 수 있는 범위 역시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어진 권한 배분 논의, 그리고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 문제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는 조치다. 발의의 배경에는 수사 및 송치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한계와 모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내포되어 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권익향상과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즉각적으로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감지된다. 최근 몇 년간 검경의 역할 조정이 제도적으로 이뤄졌지만, 경찰의 수사 종결권 보장,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 제한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신속 수사 사이에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범죄 피해자의 형사 절차 참여율과 보호 장치 실효성 관련 통계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 법안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기존 법령 체계에서 검찰은 강력범죄의 엄정 수사, 기소권 행사 등을 근거로 보완수사 지휘권을 주장해왔으나, 경찰은 일선에서의 신속 처리와 국민 접근성 향상, 피해자 중심 대응에 무게를 실어 대응해왔다. 이런 대립 구도는 2024년 ‘수사권 완전 분리’ 이후 검사와 경찰의 역할 경계, 책임 소재, 지휘 체계 등에 대한 갈등 요소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의 법안은 보완수사 요청권을 경찰에도 확대 적용하여, 사건 처리과정에 피해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또한 송치 범위 확대 조항은 지방 중소 경찰서나 피해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피해자의 법적·심리적 고통 가중, 사건 장기화, 자료 미비 등 실질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2025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 보호 요청이 있었던 사건 중 37%만이 실제로 필요한 절차와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등 민감 사건은 지역별·사건별 수사력 편차가 크게 작용해온 부분이다. 경찰단체는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이 정착되면 자료 제공 및 절차 보완에 힘입어 피해자 중심적 지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법조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선 우려와 비판도 쏟아진다. 경찰에 보완수사권이 더해질 경우, 자칫 조직 내부의 부담 가중과 전문성 확보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 수사권력의 이원화가 되레 사건의 장기화,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반론이 고개를 든다. 실제로 검찰 내에서는, 범죄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 이면에 경찰의 수사 자율과 권한 확대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학계에서는 각급 기관 간 협력 체계, 피해자 지원 인프라, 전담 인력 강화 등 근본적 대책 없이 권한만 늘려봐야 남는 건 책임 회피와 혼란뿐이라고 지적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의 실효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현실적 관건으로 사법연계 시스템의 통합성, 정보 공유의 투명성, 피해자 참여 확대를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현장 수사관과 피해자 사이의 실질적 신뢰 확보, 디지털 기반 자료 시스템 구축, 피해자 보호전담 인력 배치 등이 병행될 때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예산확보와 정보 햇빛정책은 필수적 요소로 여러 차례 언급됐으나, 정작 입법 과정에서는 전향적인 플랜 제시가 부족한 모습이다.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 지원의 저변이 계속해서 얕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뿐 아니라, 최근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지속적으로 피해자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사법기관의 협업 강화, 피해자 권리 고지와 심리 치료 등 다각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제도적 원칙을 두고 여러 이해집단 간 힘겨루기, 조직 이해 및 책임소재에만 몰두하면서 피해 당사자의 실질적 구제를 우선순위로 두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짙다. 정책의 핵심이 권한 균형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동의와 신뢰 확보, 실질적 고충 해소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권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이번 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경찰에 대한 권한 집중, 사후 감시체계 미흡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양적 지원이 아닌 질적 강화, 현장 실효성 확보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범죄 피해자 본인의 법률 상담권 확대, 심리상담 지원 등 현실적 구제 수단이 이 정책에 온전히 포함되는지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결국 이번 법안의 행방은 단순히 수사권 조정, 기관간 권한 배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피해자 보호를 눈앞의 권력 문제 이상으로 인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범죄 피해자가 구체적 맥락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토대 마련, 사법기관의 역할 혁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을 앞두고 지금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피해자와 가족, 수사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책임 있는 제도적 장치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