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품은 청소년 안전망, 서초구 상담복지센터 3년의 기록
서울 서초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올해로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부모 상담아카데미가 지역사회 내 부모를 청소년 보호 ‘안전망’으로 성장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아카데미는 최근 상담·심리 위기 청소년의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히 증가한 현실 속에서, 부모 스스로가 문제 인식과 대처 역량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실제로 센터는 매년 다양한 주제와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을 제공하며, 일부 프로그램에는 ‘현장 사례’와 ‘솔루션 워크숍’ 등 참여형 콘텐츠를 추가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올해 진행된 부모 상담아카데미 신청자 중에는 40대 중반 이후 양육자,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배경의 주민이 참여했으며, 학교폭력·디지털 중독·정서 장애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한 특강이 마련됐다. 센터가 공개한 설문 결과, ‘자녀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참여한 응답자가 30%를 넘겼고, 이 외에도 부모 자신이 양육이나 생활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상담 역량을 키우고자 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참여자의 평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점은, 상담전문가의 전문지식 이전에 ‘비슷한 경험을 나눈 이웃들과의 소통’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상담실 바깥에서도 공감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지역 친구를 만났다”며, 부모 상담아카데미가 단순 지식전달을 넘은 ‘돌봄 공동체’로 기능했음을 전했다. 상담복지센터 담당자 역시 “처음에는 정보만 얻으러 오던 부모들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며 지역에서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여러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유사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례와 맞닿는다. 은평구와 송파구 등이 운영 중인 ‘부모 챌린지’ ‘공감육아 토크’ 등은 서초구와 달리 부모 대상 심리검사, 1:1 심층상담 등의 세분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역 센터별로 특화된 사례관리, 위기개입 추적시스템 등이 병행됨에 따라 한층 다양한 형태의 ‘가족 안심 인프라’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국가적으로도 최근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학교·가정 연계 심리방역체계’를 확대 중이며, 일부 권역 청소년상담센터에서는 부모교육 콘텐츠를 공개 강의나 온라인 워크북으로 개발,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했다. 이 같은 시도는 현장 적응성과 확산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상담사와 경찰·복지행정이 연계된 경우 사이버 위협, 학생 우울 등 복합 문제가 한정된 기관의 부담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로 인식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부모가 ‘최초이자 최후’의 보호자라는 인식만으로 실제 청소년 위기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는지는 분명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전히 심층적인 상담이나 전문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청소년·가정은 현실적으로 센터개입이나 의료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상담아카데미 수강이 끝이 아니라, 양육자의 정서회복·자기돌봄 활성화, 가족 내 갈등관리 등 장기적 지원책과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적 제언으로, 각 지자체가 ‘부모 역량강화’라는 미명 하에 정보전달 중심 단기교육에 그치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서초구의 ‘이웃망 중심’ 접근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위험신호를 감지할 구체 시스템이나 돌봄 연계 체계가 탄탄히 구축돼야 한다. 아울러 가정해체, 경제적 곤란 등 구조적 위기에 놓인 가족이 프로그램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민관 복지 협력이 더 필요하다.
사례를 종합하면 부모 상담아카데미는 청소년 상담·예방 영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양육자 스스로를 ‘자녀의 친밀한 안전망’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 그리고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공동체적 돌봄의 발견이 바로 그 성과다. 하지만 상담·인지교육에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 위기개입과 가족복지 대책으로의 연계를 적극 도모해야만 보다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돌봄, 지역사회가 만나는 새로운 경계에서 서초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보여준 3년의 경험이 대한민국 내 청소년 안전망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