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강인’의 등장? 김예건, K리그에 불어온 18세 돌풍의 진짜 의미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이 또 한 번 대형 미드필더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18세 신성 김예건이 첫 출전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중원에서의 볼 터치, 공간 인식, 그리고 압박 시의 탈압박 결정력까지,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 현장 취재진과 스카우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실제로 첫 풀타임 경기에서 김예건은 90분간 패스 성공률 92%, 6번의 전진 패스, 3건의 키패스로 교체 투입 경기임에도 팀의 빌드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이 숫자는 올해 리그 MVP 이재성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김예건의 신체 스펙과 플레이 스타일이다. 178cm의 신장에 낮은 무게 중심, 뛰어난 볼 키핑, 2선을 오가는 유연한 포지셔닝까지 합쳐지면서, 실제로 그는 이미 이강인·이승우 스타일의 플레이메이커 계보를 잇는 새로운 유형으로 평가된다. 몇몇 팬들은 “제2의 이강인”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훨씬 더 입체적이다.

기존 이강인이 구축한 좌측 하프스페이스-중앙 허브 이동 루트와 달리, 김예건은 우측 사이드와 하프스페이스를 자유자재로 전개하면서 롱패스로 순간 전환을 만드는 유형이다. 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케, 혹은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엔진으로 주목받는 필 포든과 비교될 만하다. 지난 경기에서도 상대 중원의 선 수비 압박을 앞에 두고 양쪽 풀백에게 한 번에 연결되는 다이렉트 패스, 페널티 아크 주변에서의 짧고 굵은 패스 조합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팀의 템포를 올려세웠다. 이 과정에선 의도적인 상대 라인 붕괴와 2차 전방 압박 유발이라는, K리그 어린 선수들에게선 드문 전술적 판단도 그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은 김예건 세대에 들어 해외 아카데미식 훈련(기동성, 볼 운반, 프레싱 하이라인 공격 등)이 본격적으로 접목된 시기다. 그래서인지 김예건은 공을 받자마자 상대 수비의 포지션을 한 번 더 읽고, 필요한 경우 드리블보다는 짧은 트라이앵글 패싱을 선택한다. 이는 최근 K리그가 스피드와 피지컬 중심에서 점점 리그 전체가 ‘어린 전략가’ 양성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과도 맞닿는다. 유스 대표 시절부터 ‘포지션별 리딩’을 반복적으로 받아온 경험 덕분에, 1.5선, 2선 플레이 모두에서 자기 장점을 100% 끌어낸다. 특히 올여름 현장 스카우터들이 “이강인보다 오히려 넓은 플레이 커버리지를 가진다”는 후문도 들린다. 김예건의 등장은 K리그 전술 트렌드, 즉 특정 선수가 아니라 ‘빌드업 엔진의 다양화’라는 큰 맥락을 증명하는 사례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피지컬 경쟁의 고삐가 바짝 죄어지는 후반 막판, 강한 압박과 파울 유도에 약간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프로 데뷔 시즌임에도 순간적인 포지셔닝 혼선, 활동량 조절 미숙 때문에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몇 차례 노출됐다. 그러나 이 부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성장통이다. 압박 상황에서의 탈압박 성공률(지난 경기 78%)이 K리그 평균(62%)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칭스태프의 추가 관리와 경험 축적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그의 등장이 고질적인 ‘스타 유망주 조기 해외 유출’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세리에A 및 프리메라리가 중하위권 클럽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구단의 장기적 플랜과 선수 본인의 성장 로드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김예건의 등장이 곧장 K리그 전체 유스 시스템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KFA가 발표한 유스 황금세대 육성 정책과 맞물려, 실제 K리그 구단들은 김예건을 롤모델 삼아 16~18세 유망주 활용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국형 10번” 계보의 재림과, 그 유산이 과연 단기 현상인지 장기 패턴인지에 쏠린다. 김예건은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유망주를 넘어, K리그 전술 생태계가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 선수 개발과 전술 실험이 어떤 식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일 수 있다. 단순한 ‘제2의 누구’가 아니라, 『K리그 중원의 새로운 DNA』를 만드는 주역이란 점에서 그의 성장궤적은 더 주목할 만하다.

지금 이 순간, K리그에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경기를 틀고, 유스 아카데미의 진화 흐름을 모두 몸에 새긴 18세 신성이 등장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곧장 해외로 떠나는 것이 아닌, K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성장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미래 K리그, 그리고 한국 축구 전술의 얼굴은 김예건 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어느 팀, 어떤 스타일이든 그 중심에 놓일 선수, 김예건의 이름을 챙겨둘 시점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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