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위한 서평] 공공재를 잃을 때 날아오는 청구서

서울 변두리 도서관이 사라질 때, 그곳을 매일 채우던 이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맞이하는가. 사회 곳곳에서 공공재의 축소와 민영화가 실제로 맞이하게 하는 비용을 말없이 묻는 책이 등장했다. 최근 출간된 ‘공공재를 잃을 때 날아오는 청구서’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삶의 아래층, 무심히 누린 도서관·공원·지하철 같은 공간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닥치는 변화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작은 풍경의 변화를 들어 사회 구조가 흔들릴 때 피부로 느끼게 되는 생생한 경고음을 전한다. 어느 날 익숙하던 동네 도서관이 폐쇄되고, 지역 버스가 노선에서 사라질 때,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누군가에겐 서글픔이고 누군가에겐 생존의 타격이 된다.

이 책이 우리 몰래 진하게 드리운 메시지는 ‘사적 이익’이 ‘공적 가치’를 대체하며 남기는 공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집단적 질문이다. 실은 공공재가 ‘없는 줄도 모르고 살던’ 이들이, 하나씩 잃어갈 때에야 ‘값을 매길 수 없는 비용’이 통지서처럼 날아듦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편의점 점주가 지자체 도서관 앞에서 떨구는 짧은 한숨, 장애인 엄마가 폐쇄된 무료 놀이터 앞에서 남긴 긴 문장에 독자들은 무거운 공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저자는 분별력 있는 통계와 사례를 집요하게 덧붙이되 감수성은 잃지 않는다. 영국·미국 등 이미 ‘공공’이 해체된 선진국의 구체적 사례까지 끌어와, 한국의 현재가 미래의 잔상임을 강조한다.

책의 중심 서사는 다큐멘터리와 닮았다. 개개인의 일상이 집합해 사회적 파장이 되기까지의 단계를 추적하면, 공공재 소멸이 곧이어 불평등·소외·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본질을 도출한다. 문화·책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책이 시사하는 가장 깊은 지점은 ‘공유의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에 있다. OTT 시장, 영화관 재편 등 사실상 ’공공 재화’의 민영화 현상은 이미 문화와 책, 연예 산업에도 드러나고 있다. 해체되는 모습들은 결국 이용자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시민만 남는 사회를 가리킨다.

흥미로운 대목은 공공재 상실의 비용을 개인 단위 경험으로 환원시키지 않으려는 작가의 신중함이다. 각 장은 철저히 집단적, 그리고 구조적 변화의 맥락으로 설명하며, 정책·예산의 미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약자 집단을 옥죄는 한국 특유의 ‘사회적 레이어’를 벗겨내 보여준다. 심층적 스타일의 서술은 통습적 감상이나 신파적 청승을 경계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소리도 감상이나 후회가 아닌, 담담한 자기 고백이나 반문에 가까워 읽는 이를 ‘공공재란 대체 무엇이었나’라는 철학적 고민으로 곧장 끌어들인다.

동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걱정거리—문화적 인프라, 복지 시스템, 대중교통, 디지털 도구 등—이 모두 공공재로 분류될 수 있을 때, 이 책이 던지는 경고는 결코 이론적이지 않다. 최근 도서관 폐쇄, 공영 주차장 매각, 시립 문화센터 축소 등 전국 곳곳에서 ‘우리 동네 이야기’가 되곤 한다. 또한 저자는 ‘공공재 논쟁’이 선거용 구호로만 소비되는 현실, 그리고 ‘공유지의 비극’ 이론을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함을 상기시킨다. 이 과정에서 담론의 배경을 뉴딜과 복지국가의 역사에서부터 훑어, 한국 사회가 앞두고 있는 경로의존성(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게 되는 구조)을 집요하게 짚는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공공재의 회복’은 단순히 시설이나 예산의 복구를 넘어서는 시민의 권리 확보임을 주장한다. 공공재 상실이 어떤 집단에는 ‘비용’이 아니라 ‘파멸’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지점에서 이 책은 가벼운 경고를 넘어선다. 공공재가 ‘특정 취약계층의 복지’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일상적 필수품이라는 논리, 그리고 사라진 ‘공공’의 빈자리를 돈으로만 환산하자는 유혹에 맞서 어떤 집단적 행동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유를 촉진시킨다.

영화나 드라마, 대중 문화 속 ‘공공성’이 반복적으로 해체되는 장면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입장에서, 이 책은 선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공공의 퇴장’은 단지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공동체의 가장 근본적 질서를 해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행하는 유토피아적 미래상 속에서 오히려 가장 오래된 가치를 다시 붙잡아야 한다. 공공재를 잃는 순간, 모두에게 날아오는 청구서는 결국 미래의 우리 자신에게 가장 무서운 송장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귀띔한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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