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전쟁과 기후변화 위기…’공동 보존’ 절실

2026년 7월 21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각국 대표단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 번 세계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기후변화와 전쟁 등 최근 세계유산을 위협하는 다양한 재난적 요소에 각국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경고와 함께, 국가 간 입장차와 정책적 한계, 그리고 일선 현장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현장에서는 대표자들이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가자지구 등 전쟁 피해로 훼손된 고대 유적 사례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헤르손 등지의 역사적 교회, 시리아 팔미라 유적,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예루살렘 구시가지 파괴 양상까지 실질 피해 제보도 이어졌다. 기후변화 역시 세계 각지의 세계유산에 급격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어민 문화와 고산지대 농경지, 산림 생태계가 급속히 변형되며, 그에 속한 유산물도 심각히 손상되고 있다. 특히 초고온 현상, 산사태, 해수면 상승 등 환경 변화가 보호 관리에 대한 국제 협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어 현장 담당자들은 ‘시간과의 싸움’을 언급했다.

유네스코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119개국 1,199개 유·무형 세계유산 중 56개가 ‘위험 목록’에 실질적으로 등재됐으며, 이 중 30%가 전쟁·내전 등 인위적 요인, 40%가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각국은 현장 실무자 교육, 긴급보수펀드 조성, 유산 관리 데이터 공유를 확대하자는 데 합의하였으나, 분쟁지역 접근권 보장, 일부 국유유산 관리제도의 폐쇄성, 자원 부족 등 난항도 여전하다. 중동 국가 대표는 군사 충돌 속 문화재 복원 인력 자체가 확연히 감소했으며, 소규모 공동체 유산은 공식 통계에조차 반영되지 않는 실정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원조국가, 수혜국가 모두 내부 논쟁거리로 번지고 있다.

국내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 제천 의림지,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 등 우리나라 세계유산 역시 태풍과 호우, 산불 등 계절별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 복구가 반복되고 있다.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은 재난대응 매뉴얼을 수차례 수정·보완하고 있지만, 장기적 기후 위험 예측과 현장 모니터링 인력 확대 문제, 특히 농촌·지방 유산 보호 체계 내실화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국내 전문가들도 “현장 중심의 보존 정책, 구체적 재정투입, 그리고 국제공조를 통한 데이터 접근성 개선”을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실태를 종합할 때, 전면적 공동 대응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현장 인식이 확연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일시적 재해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네스코와 국제 전문가들은 각 유산 지정국이 소유권 관리에만 집착하기보다, 정보공유와 공동기금 마련, 기술지원 협약, 분쟁 지역 특별보호조치 등 다층적 협력체계 구축을 권고했다. 또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의 전통지식, 현장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통계적으로도 자연재해·전쟁 반복 시 현장 인력의 심리적 피로 누적, 지역경제 침체, 소규모 마을 기반 유산 관리 능력 저하까지 구조적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최근 보고서에서 재차 확인됐다.

쟁점으로는 현 정부들 사이의 책임 분산, 고도보존지역 내부 접근권 논란, 단기적 이벤트 중심 예산투입의 한계가 뚜렷하다. 현지 실무 전문가들은 “서로 핑퐁하며 실질 지원은 늦어지는 형국”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분쟁지역·빈곤국의 경우 외부 원조의 정치적 조건이 걸림돌이 되고, 보호활동이 자칫 현지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복원공정에 적용할 첨단기술 개발, 현장기록의 디지털화, 시민사회 참여 방안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예산·정책 차원의 조율 문제가 남아있다.

현장의 진단은 분명하다. 유산은 인류 모두의 삶과 기억, 경제·교육·협력의 자산이며, 때로는 복원보다 보존의 연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국가 간 책임을 분명히 나누고, 국제 사회 전체가 실질적 연대 구조를 구축하지 않는 한, 다음 세대로의 유산 전수가 근본적으로 위태로울 수 있다. 지난 수 년간 발생한 유사 사례와 실질 피해 통계를 바탕으로 볼 때 사건별 단기 대응보다 국가·이해관계자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 공동 관리 체계, 그리고 현장 실무를 지원하는 지속가능 정책이 절실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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