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무너지다: 빅테크 와해와 중동 리스크의 구조적 위험”
24일 코스피 지수는 6900선 붕괴라는 상징적인 하락선을 내주며 투자자들의 경고음이 현실이 됐다. 지수 급락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계 증시의 견인을 맡던 빅테크(대형기술주)의 부진. 다른 하나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군사적 긴장이 다시 극한으로 치달으며 중동 리스크의 강이 깊어진 탓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급격한 외부 충격’은 과연 단순히 국제 소요와 글로벌 산업 조정에서 기인한 우연한 동시다발적 현상인가. 탐사보도팀은 현상을 넘어, 총체적인 시장 시스템의 균열을 구조적으로 추적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우선 빅테크 붕괴는 단순 조정이 아니다. 2020~2025 세계 주가 랠리를 선도하던 IT·AI주, 즉 미국의 리더 기업들조차 수익성 둔화와 시장 과점의 부작용, 규제 본격화의 파고를 한 번에 맞고 있다. 그중 메타·알파벳·삼성전자·TSMC 등은 투자 모멘텀 약화를 겪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내부자 매도’ 시그널을 강하게 보냈다. 금융감독원/증권사 데이터로 본 결과, 올 상반기 코스피 기관·외국인 순매도액은 이미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빅테크 비중 확대의 역풍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잔고마저 증가했다. 국내 시장의 뿌리인 ‘코스피 척추’로 불리는 시가총액 10대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역시 사상 최고치에서 거꾸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부터 반복 지적한 ‘거품 구조’가 현실화됐음을 방증한다.
중동 리스크의 폭발성과 파급은 예견된 재앙이다. 겉으로는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쳤지만, 실상은 오랜 기간 묵혀온 글로벌 공급망 병목과 석유·에너지 지정학의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노출된 국면이다. 국제유가가 98달러를 횡단하며 비상경계령이 떨어졌고, 국내 상장 석유·화학주와 조선업에까지 도미노처럼 하방압력이 퍼졌다. 특히 한국 시장은 미국·유럽 대비 안보변수에 더욱 취약하다. 일본은행 보고서와 글로벌 IB 분석자료를 취재한 결과, 현 상황에서 외환수급-외인투자-주식시장 전반에 걸켜있는 레버리지 비율과 환위험 노출도가 이미 OECD 기준치를 초과했다. 여기에도 정치적 무능이 도사린다. 소수의견이지만, 재정 및 통화정책 구심력 저하, 정부구조의 미흡한 시장대응이 불씨를 키우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데이터로 추적해 본다. 탐사팀 취재 결과, 최근 12개월간 ‘코스피 라운드트립’(급등 후 전고점 하락 복귀)이 반복되면서 주식 선물·옵션 시장의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달 대비 37% 급상승했다. 빅테크의 허상이 무너진 지금, 시장 자금의 약 40%가 거대 펀드 내 ‘AI·4차산업 ETF’로 몰렸다가 다시 이탈하는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하락장에서 대중의 공포심과 신용융자 확대로 인한 되돌림(마진콜 압박)이 동반 증가해, 개인 투자자는 헤어나기 어려운 ‘유동성 덫’에 빠지고 있다. 일부 기관 자금 역시 파생상품 위험관리 실패로 내부 손실이 확대 중인데, 해당 내역은 아직 절반 이상이 추정 또는 미공개 상태다. 물론 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연일 약속했지만, 실제 총동원하는 자금 규모는 2022~2024년 위기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 이면엔 정치-금융계의 유착과 실질적 대책 없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면피 대응이 웅크리고 있다.
탐사보도팀은 여기서 묻는다. 우리 시장의 청사진은 왜 번번이 외풍에 무너질 구조로만 설계되어 있는가. 기관-정치권-금융감독 당국이 주도해온 ‘핀셋 개입’이 실제론 빅테크/대형주 위주로만 작동하며, 중소형주와 실물경제와의 괴리만 심화시킨 건 아닌가. 글로벌 패러다임, 특히 AI·반도체 중심의 디지털 대변혁 구호만 퍼붓던 정부·정치권의 실질적 대응과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 시장 리더십이 실종된 이 시점, 개혁 진영조차 내부 기득권 카르텔에 안주하며, 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점에도 우리가 진지하게 주목해야 한다.
2026년 여름, 코스피 6900선 붕괴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외부 충격이 근본 원인이 아니다. 위기의 뿌리는 빅테크 거품, 무능한 정책, 미루기와 면피가 날줄과 씨줄처럼 엉켜있는 시장 구조에 있다. 지금, 한국 자본시장의 총체적 리셋과 책임 있는 위기 관리 메커니즘 개편이 절실하다. 그 시작점은 “현상 뒤의 구조”를 끝까지 추적하고, 보여주는 단호한 감시의 눈이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