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의 전설 장훈, 백인천의 투혼을 추모하다

야구계에 또 한 번 거대한 별이 졌다. 일본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장훈(본명 장훈, 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열혈남아’이자 ‘특유의 강한 기와 승부욕’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故 백인천 선수의 별세를 애도하며 깊은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번 친필 추모사는 KBO 리그뿐 아니라 한일 양국 야구계 전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장훈은 백인천과의 직접적인 경기 경험,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승부욕의 현장들을 언급하며 한 선수가 야구판에 남긴 악력과 투혼의 실체를 생생하게 전했다. 장훈과 백인천, 두 전설의 이름이 다시 조명되는 이 순간, 한국야구의 역사적 맥락과 일본 프로야구의 국제적 파장 모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8월, 야구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백인천의 타계 소식은 충격이었다. 선수 시절 백인천은 독보적인 인내와 승부욕, 그리고 투철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 KBO와 일본 NPB 최전방에서 활약한 그는 상황 판단과 응용, 매 타석 집중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 개막 첫 타석 홈런, 현역 시절 노사이드 없는 철저한 경쟁자의 자세. 거기에 감독 시절 LG 트윈스의 V2 신화를 썼던 혁신적인 리더십까지. 장훈이 이번 추모를 통해 짚은 건 백인천의 기록과 전술도, 퍼포먼스도 단순 통계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장훈이 기억하는 백인천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한 방’, ‘경우의 수를 끝까지 계산하는 집요함’, ‘승부의 순간 불꽃같이 타오르는 눈빛’. 그는 백인천이 보여준 승부근성과 자신감, 그리고 팀을 단단하게 묶어냈던 카리스마를 한국야구 최고의 미덕으로 꼽았다. 실제로 백인천은 선수 시절 직구 하나 빠르게 던져 승부를 보는 수비형 타자가 아니라, 상대 투수의 패턴을 읽고, 순간적으로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기술을 주무기로 삼았다. “불꽃 투혼이란 게 뭔지 알게 해준 남자”라는 장훈의 말처럼, 매 이닝, 매 아웃, 매 타석에서 그 승부의 뒷모습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위한 집요함이 있었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까지 백인천은 결코 느슨하게, 타협하지 않았다.

이런 구성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 의존도가 커진 KBO의 현실, 그리고 단기전에서의 집중력 저하 현상과도 연결된다. 백인천은 언제나 1루로 달려가며 자신뿐 아니라 벤치와 관중석 전체를 자극했다. 수많은 후배 선수들에게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가, 지도자들에게는 ‘기술보다 태도가 변화를 이끈다’는 교훈이 되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포지션별 고도화, 데이터 분석, 트레이닝 혁신이 계속되는 야구계에서 선수의 ‘인간적 에너지’가 아직도 얼마나 중요한지. 장훈이 추억한 백인천의 집요함과 승부욕은 현역 선수들에게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롤모델이다. 특히 최근 리그의 실책 증가, 결정적 순간 주저함 같은 현상과 맞물려 ‘정신력의 본질’을 되새겨 주는 의미 있는 통찰이다.

경기 내외적으로 백인천은 지도자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LG 트윈스 감독 재임 시절,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 체력관리 및 전술훈련의 디테일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장훈은 백인천의 지도 스타일이 겉으론 엄격하지만, 속으로는 선수 개개인 특성에 맞춰 접근하는 섬세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훈련장에선 강인함, 라커룸에선 인간미. 이런 양면적 리더십이 LG의 두 번째 우승과 OB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등을 거치면서 그 팀컬러와 팬 문화를 뒤바꾼 진원이었다고 본다. 백인천 야구의 키워드는 ‘직설’, ‘솔직’, ‘무타협’, 그리고 ‘야구에 미친 남자’. 그가 벌인 승부는 언제나 진짜였다.

일본프로야구(NPB) 스타 출신인 장훈이 한국야구를 보는 시각도 의미심장하다. 두 나라의 스타일, 경기 운영, 압박을 이겨내는 방식에서 차이와 공통점을 관찰하면서, 백인천의 승부사 기질이 동양야구 전통에서 어떻게 빛났는지 설명했다. 실제 일본 프로야구전에서도 백인천은 초반부터 투수의 심리전을 유인하며 리드를 쥐었고, 상대 진영이 흐름을 줏지 못하도록 경기 전반 내내 자극했다. 그 ‘선수로서의 존재감’이 한·일을 아우르는 야구의 본질로 재조명받고 있다.

영원한 챔피언, 선배로서 백인천의 가치는 여전히 구장 곳곳에서 살아있다. 장훈이 건네는 이번 추모사가 특별한 공명을 일으키는 건, 그가 단순히 친구의 부고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진짜 선수란 무엇인가’를 일갈했기 때문이다. 백인천은 묵직한 스윙 너머, 매 경기 심장 뛰는 사운드까지 온몸으로 야구장을 채웠다. 뛰어난 개인기록, 독특한 경기 운영, 끊임없는 자기혁신. 그가 남긴 유산은 승부 이상의 승부라는 점이다.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한국야구와 일본야구에 남긴 잎은 영원불멸하다.

한국프로야구의 길, 야구인이라면 한 번쯤 되짚어야 할 선수이자 지도자, 그리고 영원한 ‘열혈남아’의 이야기다. 백인천과 장훈, 두 거인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야구의 본질, 즉 치열한 현장, 경기 흐름의 변화, 팀워크와 희생, 그리고 끝없는 도전정신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오늘 구장에도 그의 투지와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있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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