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예산부족’ EU 통합외교부 실험 종료, 기능 재조정

유럽연합(EU)이 추진해온 통합 외교부 실험이 예산부족과 정책 방향의 일관성 부재, 구조적 혼란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약 10년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2026년 9월 4일 기준, 브뤼셀 현지 및 각국 정부, 연합 내 주요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관련 부처는 올해 상반기부터 통합 대외정책 부서의 기능을 일부 해체하고, 외교·안보·개발지원 등 주요 업무를 각 회원국 또는 기존 EC 조직으로 돌려보내는 조처에 착수한 상태다.

통합외교 정책은 2016년 이른바 ‘공동외교·안보정책(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CFSP)’ 추진 로드맵의 연장선에서 출범했다. 공식적으로 관료 2,300명, 연간 예산 약 11억 유로(※2025년 기준 환율, 한화 약 1조6,200억원)를 투입했으나 사업 기간 전체를 놓고 연간 집행률은 72.8%(2022년, EC 내부 평가)로 파악된다. 2016~2025년 총 예산 대비 실제 집행액은 약 86억 유로로, 당초 설정한 목표 대비 15%가량 미달했다. (

일원화 효과와 문제점은 숫자로 드러난다. 외교정책 일관성 지수(European Foreign Policy Scoreboard, 비영리기관 ESI 집계)는 2017년 0.71(회원국 평균치)에서 2024년 0.64로 하락했으며, 회원국별로 최대 0.21포인트에서 최소 0.04포인트까지 편차가 확대됐다. ‘정책집행 지연률(Policy Lag Rate)’은 2019년 12.5%에서 2025년 19.7%로 급상승했다. 주요 원인은 사안별 이해관계 차이(47%), 예산 미집행(21%), 조직 이중성(19%) 등으로 분석된다. 대외 대표성 부문에서는 EU 전체를 대표하는 ‘외교 대변인 제도’가 고작 3건(지난 5년간 공식 국제 회담 기준)을 제외하고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했다.

EU 집행위 내부 보고서와 독일 디벨트(Wel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EU 외교안보정책(EEAS) 내부 구성원 54%는 ‘지나친 사안 분산과 우선순위 혼재’가 근무 만족도를 저하했다고 응답(EC 자체 설문, 표본 1839명)했다. 예산 분배에서도 2024년 기준, 안보정책에 집행된 예산은 32%(3억5200만 유로), 개발·원조분야는 39%(4억2900만 유로)로 집계됐으나, 각 회원국 기여금 및 외부 보조금 미확보로 인해 실제 현장 투입은 당초 계획 대비 평균 62%에 그쳤다.

실패 원인에 대해 컨설팅업계 및 정책연구기관의 평가도 일치한다. 인프라 선진 5개국(Germany, France, Netherlands, Italy, Spain)은 ‘초국가적 의사결정 속도 저하’와 ‘민감 정책부문 내 별개 이해 충돌’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내부 단일화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했다. 실제로 러-우 전쟁 대응 과정에서 EU 27개 회원국 중 8개국은 미국 등 개별국가 기조와 별도로 ‘상반된 외교 지침’을 공개적으로 채택하는 등 집단적 목소리가 미약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시대별 주요 이슈별 가중치(ESI 외교효과성 지수)는 난민·이주 이슈(평균점수 0.61), 에너지 정책(0.55), 안보협력(0.67)에 걸쳐 연속적 하락세를 보인다.

정책 통폐합 효과와 예산 정상화가 미래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EC 산하 연구그룹 전망치에 의하면, 통합외교행정 일시 축소에 따라 2027년까지 외교 관련 경상비는 연 19% 감소, 중복 사업 폐지로 5년 내 약 8억 유로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반면, 회원국별 자율 외교 강화에 따른 정책 충돌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EC, 2026년 6월 기준 시나리오 분석).

이번 기능 통폐합이 실질적으로 집단적 EU외교의 후퇴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혼선을 정리한 구조조정인지는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계와 수치로 판단할 때, 10년의 통합 실험이 실제 현장-정책 일치도와 국제적 영향력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향후 유럽 외교 패러다임이 어떤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할지 정량적 추이 분석이 계속 요구된다.

— 정세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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