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다”는 베트남, “같이 해보자”는 한국…판 커진 한·베 의료협력[현장]
2026년 9월, 한국과 베트남의 의료협력 사업이 한층 확장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의료진과 공공보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의 대형 병원에서 진료·수술·병원운영 실무까지 배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베트남 보건부 산하 병원장급 의사들, 간호사, 행정실무진 등이 빠르게 움직였다. 관계자는 “한국의 의료 수준과 환자 흐름 관리, 병원 첨단 인프라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직접 수술 장면을 참관하며 의료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전자의무기록(EMR) 관리, 중환자실 시스템까지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양국은 단순 의료기술 전달을 넘어, 미래형 병원 전환·최신 진단 치료기법·효율적인 환자 관리 등 전반적인 의료 체계 혁신까지 논의 범위를 넓혔다. 이번 방문은 양국 정부 기관, 대학병원, 비영리단체 등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보건산업진흥원 등 국내 기관들에 따르면, 베트남은 보건능력 제고와 함께 인구 고령화·만성질환 증가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공공-민간 협업 모델, 질병관리 전략, 국가적 감염병 대응 노하우 등이 현지 의료 시스템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 측은 유방암·간암 등 전문수술, 최신 로봇수술, 환자안전 기준 적용 사례, 첨단 진단 설비 도입 사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의료진은 현장 실습과 더불어 실제 환자 케이스 중심으로 협진, 맞춤형 치료 플랜 설계 방법 등을 공유했다. 베트남 보건부 관계자는 “단순 기술 전수보다 시스템화된 의료 관리가 인상 깊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의료진 일부는 “베트남 의료진의 학습 의욕이 높고, 이미 현지에서 민간보험·스마트 병원 등 도입 바람이 거세다”고 전했다. 최근 양국 정부 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도 의료기술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확대가 공표되는 등 양국 협력은 제도적 뒷받침 아래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의료협력 확대의 이면에는 베트남의 빠른 도시화와 소득수준 상승, 인구 고령화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베트남의 만성질환 부담은 최근 10년 사이 60% 이상 증가했다. 암·심혈관질환·당뇨 등의 환자도 급증한다. 이에 맞춰 베트남 정부는 대형 종합병원, 응급의료 체계, 예방의학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주시하며, 의료기술·IT융합·병원경영 등 전방위 협업 기회 확보에 적극적이다. 국내 의료기기업계,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현장 취재 결과, 의료협력 사업은 지식·기술 전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베 병원 간 공동 연구, 의료인 연수, 텔레메디슨(원격진료) 실증, 환자 맞춤 플랫폼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해 초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베트남 내 병원과 MOU를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교류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의료 선진국 경험 공유와 경제적 상생 모델 개발이 병행될 때 장기 지속성과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지 의료현장의 인적·물적 인프라 격차, 언어장벽, 의료규제 등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현지 의료진 주도 역량 개발이 필수적이다.
베트남은 고령자·임산부·어린이 대상 예방접종, 감염병 대응망, 의료보험 보장성 확대도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ODA(공적개발원조), 보건사업 파트너십을 활용해 베트남 지역의료 네트워크 강화, 감염병 대응 훈련, 농어촌 보건사업 모델 전수 등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의료협력 과정에서 국내 전문의·간호사의 동남아 진출, 해외환자 유치 등 연쇄 효과도 도출되는 상태다.
최근에는 한-베 양국의 빅데이터 기반 질병 예측, AI보조 진단, 모바일 헬스케어 솔루션 교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한국의 경험은 단순 수입이 아니라, 현지화와 주도적 활용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국제협력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 사업이 일방적 지원·도움 모델이 아니라, 상호 학습과 공동 이익 기반의 새로운 의료 파트너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베 의료협력은 단순한 원조·지원 프레임을 넘어, 의료산업·보건정책·기술혁신이 맞물려 확장되는 현장이다. 현지 의료진의 열의와 현장 경험, 한국 측의 기술·인력 지원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동반성장’ 현대판 의료외교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협력과 상생의 기반 속에서 실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 의료 취약층 보호,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 역량 강화 등 실질적 성과가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