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안주완, 목동을 흔들다: 성장통을 힘으로 바꾼 유소년
경기장 한가운데, 그러니까 목동의 초가을 저녁 공기마저 긴장으로 얼어붙던 순간이었다. ‘K리그 뒤흔든 17세’라는 수식어가 붙은 안주완이, 또 한번 머뭇거림 없는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흔든다. 관중석에서 5000명 수원 팬의 야유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마치 상위 라운더 베테랑처럼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첫 경험’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성장의 밑거름 삼겠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멘탈 파이터, 유망주 최고의 자질을 품은 선수의 탄생이다.
안주완은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다. 이번 원정 경기에서 그는 전술적으로 포워드와 윙어의 변칙 활용을 오가며, 순간적으로 공간을 창조했다. 특히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강화하자 볼 운반 시 빌드업 라인까지 내려오며 패스를 유도했고, 기본기와 시야가 기대 이상임을 증명해 보였다. 볼을 받을 때 한 박자 빠른 터치와 방향 전환, 이후 크로스 상황에서 보여준 냉철한 판단은 마치 ‘전형적인 8번’과 ‘윙플레이어’의 하이브리드를 보는 듯했다. 이 부분에서 K리그 내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 예컨대 최근 주목받는 포항의 김정연과 비교해도 볼 운반과 포지셔닝 측면에서 더욱 완성도가 높다. 작년 기대주들이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만 받고 실전 적응력이 아쉬웠던 반면, 안주완은 이제 실질적 ‘게임 체인저’가 되어가고 있다.
수원 원정팬 5000명의 야유는, 어쩌면 이 선수에게 주어진 ‘첫 번째 큰 벽’이었다. 많은 유스 출신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거나 위축된다. 그런데 안주완은 오히려 이 경험을 ‘축구 인생의 한 챕터’로 받아들였다. 경기 후 본인이 직접 밝힌 “첫 경험도 소중하다”는 어구에서, 선수로서의 내면적 성장과 자기객관화가 뚜렷하다. 야유와 압박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자기만의 경기 집중도를 유지했다는 점, 이는 이제 막 성인 무대를 넘보는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질이다.
올해 들어 K리그 유스 시스템의 성공사례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울산의 이강인, 포항 김정연처럼 대형 유망주들이 선배들의 그늘을 빠르게 극복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안주완의 사례는 ‘버티는 멘탈+실전 전술 이해력’이 한데 모여야만 진짜 승부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인의 진로에 대해 스스로 돌파구를 개척하고, 프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탈압박 능력이나 오프 더 볼 움직임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클럽 내부 분석에 따르면, 이미 1군 훈련에서 대인마크 돌파 확률이 78.3%로, 리그 내 톱레벨 미드필더와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PNR(패스&런) 시퀀스, 감각적인 2대1 콤비 플레이, 쉐도잉 무브먼트까지 정확히 활용하는 세밀함이 있다.
물론, 아직 미완성의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오늘 경기 후반, 몇 차례 수원 중원의 압박 속에서 패스 미스도 나왔다. 체력 부담이 누적될수록 템포 조절에 서투른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17세, 시즌 첫 원정에서 이 정도 파동을 만들어낸 사례는 최근 5년 K리그 전체를 살펴봐도 드물다. 또, 이 경험들이 그에게 긍정적인 성장통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전성기 박지성이나 손흥민도 10대 시절 거친 1군의 압박과 야유, 그리고 연이은 실수의 순간들을 거쳤다. 안주완이 이 루트를 그대로 경험한다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팀 내 전술 활용도 역시 앞으로가 기대된다. 수원전에서 감독이 그를 측면으로 내세운 전술 판단, 그리고 후반에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압박 분산을 노린 운영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 빠른 삽입 패스에 이어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꾸며 격렬한 프레싱을 공략하는 모습 등, 이미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만한 유려함과 용기가 엿보인다. 선수 개인 퍼포먼스 지표뿐만 아니라 팀의 에너지 레벨, 심지어 공격 전환 효율성까지 상승시킨다는 부분에서 안주완 효과는 팀 전체 흐름에 긍정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멘탈의 내구성’이다. 짧은 인터뷰에서도 압박, 야유, 분노 대신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겠다는 태도—이 부분이 또래 대부분의 유망주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앞으로도 EPL, 분데스리가, 라리가 등 다양하게 성장 모델이 있지만, K리그 유스 출신이 유럽 무대로 직접 가기 위해선 미디어 압박과 팬심의 좌절, 떼창 야유에 스스로 버텨내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주완이야말로 그 첫 관문을 훌륭히 통과 중인 새싹이다.
전술적으로도, 당분간 팀에서 그를 다양한 롤(롤 치환: 좌우 윙어—인터널, 중앙 미드—박스 투 박스, 전방 쉐도우—스위퍼타입)로 실험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승부처에서의 기민한 결정력, 상대 수비 라인에 뒤에서 파고드는 2선 침투력까지 조금 더 다듬어진다면, 리그 전체 판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17세, 경험 많은 수원 서포터들의 야유까지 자신의 데이터로 흡수한 이 선수, 이제 K리그는 물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