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국악방송TV, 추석 연휴 특별편성…청춘 연희부터 여성국극까지 ‘풍성한 한가위’

서울 야경이 슬며시 온기를 더해가는 저녁 무렵, 2026년 추석을 기념하는 국악방송TV의 특별 편성 소식이 전해진다. 초가을 밤 공기에 실려 오는 박자, 우리네 흥과 멋이 깃든 연희의 리듬. 대중의 발걸음을 정확히 감지한 듯, 이번 연휴를 수놓을 특별 프로그램은 청춘의 열기와 구의 혼, 그리고 여성국극의 진주 같은 고요함까지 포괄하며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국악방송TV는 추석 연휴를 맞아 전통공연예술을 테마로 한 특별 편성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것은 현대 국악과 전통 연희의 교차점, 그리고 잊혀가던 여성국극의 원형 보존에 대한 시선들이다. 대담하게도 기획진은 젊은 연희꾼들과 원로 명인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를 마련했다. 프로그램 목록을 따라가 보면 <청춘 연희>의 명쾌한 리듬, 전통의 바람을 안고 무대에 오르는 사물놀이의 묵직한 타격음, 그리고 여성 국극단이 들려주는 절절한 노래와 연기가 어우러진다.

특히 <청춘 연희>의 무대는 젊음의 충돌과 전통의 계승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휘돌아가는 북채, 얼싸안은 꽹과리의 여운, 자박자박 밟는 소리마다 일상에 정체된 감성을 깨우는 듯하다. 무대 조명은 오늘의 도시 불빛 못지않게 선연하고, 손끝에서 흐르는 젊은 예술가들의 땀방울은 안방 시청자에게까지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전통의 골조 위에 견고히 쌓여만 가는 오늘의 숨결. 시선은 자연스레, 그 무대 위에 깃든 청춘들의 역동성에 머무른다. 익숙함과 새로움, 전통과 실험성의 어울림이 스크린 속 국악의 매력을 확장시킨다.

여성국극의 편성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남성 중심적이었던 전통 극장의 오래된 벽을 부드럽게 허무는 여성 예인들의 등장. 목소리의 결, 몸짓의 흐름은 섬세함과 힘이 공존한다. 오롯한 여성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무대 아래, 관객은 우리 공연예술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서사의 복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감할 수 있다. 국악방송TV가 이처럼 하나의 장르이면서도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편성 기획은, 전통예술이 미래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의미한다.

음향의 결을 잘 살린 생생한 라이브 녹화도 주목해야 한다. 연휴 특집답게 현장감 넘치는 음향 설계가 더해져, 시청자는 고즈넉한 한옥 마루에 앉아 직접 공연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북의 진동, 피리의 길게 울려퍼지는 숨결, 합창의 웅장함까지. 마치 들숨과 날숨 사이로 조심스레 깃드는 가을 밤 한 자락을 그대로 옮겨둔 듯하다. 이는 기계적 기록이 아니라, 일상에서 물러나 온전히 국악의 향연에 심취할 수 있는 몸소리 나는 경험이다.

국악계 전문가들은 이번 편성에 담긴 메시지와 담론에 주목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국악/전통공연이 어떻게 현재성을 펼쳐낼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해석의 넓이와 깊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국의 다양한 국악 방송사·공영 예술 기관들도 동참하는 CJ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문화공공기관들의 지원 흐름 역시 돋보인다. 현장 인터뷰 속 연희꾼들은 한결같이 ‘과거가 오늘을 밝혀준다’는 기분 좋은 확신을 전한다. 전통이 일상에 들어오는 발걸음, 그것을 매력적으로 기획하고 시각화하려는 방송사의 치밀함이 대중을 다시 한 번 국악 앞으로 이끈다.

이번 편성을 계기로 국악방송TV의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재정의되는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한 공연예술계 판도에서, 지상파 기반의 방송 채널이 얼마나 신선하게 국악 콘텐츠를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한가위의 온기를 더하는 낯익고도 새로운 여흥을, 예술 현장에서는 전통의 탈바꿈과 고유미의 재발견을 체험할 수 있다.

결국, 한가위라는 한국 고유의 시간적 축을 매개로, 국악의 생동감과 다양성, 그리고 새로운 기획의식이 어우러진 이번 특별 편성은 공동체의 기억을 불러내고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예술적 역동성을 환기한다. TV 스크린 밖에 경험의 지평이 확장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차분한 서늘함이 드는 9월의 방 안, 국악방송TV의 음향과 무대는 다시 한 번, 우리 모두에게 한가위의 의미와 예술의 숨결을 새기고 있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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