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얼마나 책을 안 읽으면”…문학동네 매각 소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들

가을비가 내리는 서점 앞,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조차 이젠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계절이다. 지금, 한국의 대표 문학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무게감 있게 전해진다. 출판계의 심장, 수많은 작가들의 산실이었던 문학동네가 새로운 주인을 찾는 이 상황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 매각 그 이상이다. 책을 향하고 있는 한국인의 시선, 또는 외면이 우리에게 가만히 묻는다—책, 아직도 삶의 일부인가.

문학동네는 1993년 창립 이후 ‘고요한 혁명’을 일으켰다. 20세기말 시장주의 출판 논리와 문단의 폐쇄성을 송두리째 바꿨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며 ‘한국문학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간을 빚어냈다. 『82년생 김지영』부터 손원평의 『아몬드』,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역서들에 이르기까지, 문학동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베스트셀러 지형도 없었으리라. 신진작가 등용, 짙은 서정 그리고 실험적인 편집으로 알려진 문학동네의 매각 추진 배경에는 가파른 출판 불황, 꾸준히 하락세인 독서인구, 그리고 전자책·스토리 콘텐츠 시장의 무서운 압박이 있다.

책을 펼친다는 행위가 더는 문화적 통과의례가 아니라, 뭔가 거대하게 사라져가는 전통이 되는 것 같다. 통계청 자료만 봐도,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4권 남짓으로 뚝 떨어졌고 10대, 20대조차 ‘책보다 짧고 빠른 컨텐츠’를 찾는다. 문학동네는 아직 양호한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2~3년 사이 콘텐츠 산업 빅테크와 유통업체, 웹툰 플랫폼 등 거대 자본의 융단폭격 앞에서 점차 ‘종이책의 포위’가 드리운 형국이다. 이 현상은 문학동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느리지만 확실히 사라져가는 작은 서점, 문예지, 그리고 매주 책방을 오가던 장년독자들의 ‘복고적 일상’이 쇠락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출판계에서는 누가 매각 주체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유통 공룡 교보문고나 반스앤노블 스타일 대형 자본, 혹은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네이버 등이 거론된다. 혹자는 문화 창작자 유지와 다양성 차원에서 ‘전달 만의 보루’라던 순수문학 출판사가 빅테크 자본에 흡수되면, 출판의 근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오히려 자본과 플랫폼의 결합이 ‘문학 콘텐츠의 재도약’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활자가 아닌 영상, 짧은 텍스트—포켓 안에 들어온 세계에서 문학은 과연 어떤 생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건, 젊은 세대의 일부가 다시 종이책을 찾으며, 한정판 에디션·독립서점·작은 출판사들의 미세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회색도시 속 ‘수풀 같은 희망의 흔적’처럼, 사그라지지만 여전히 살아남아서 시대와 호흡하는 사람들 이야기. 하지만 이 모든 ‘복귀’가, 메이저 스튜디오에 흡수되는 순간 대중성만 남고 실험적·한국적 감수성은 점차 옅어질 수 있지 않을지. 결국 이 논쟁의 핵심에는 문학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다시 묻게 되는 시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문학동네의 매각은 하나의 경매라기보다, 독서와 문화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중간보고서다. ‘한국인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 혹은 ‘콘텐츠는 진화한다’는 위로. 모두 맞고, 모두 틀리다. 누가 인수하든 결국 시장의 파도와 새 시대의 문화 소비에 적응해야만 살아남는 일. 그러나 텅 빈 책장, 사라지는 문학 잡지의 자취를 보면서, 독자가 느끼는 쓸쓸함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문학동네를 따라 긴 산책을 걸으며, 책을 읽는다는 그 오래된 습관만큼은 누구의 손에서든 다시 숨을 쉬기를 바라게 된다. 책장이 덮이는 소리마저 깊이 있게 스며드는 가을 저녁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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