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남자가 세상의 빌런인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낮은 톤으로 어둠이 깔린 영화관 복도 끝, 포스터 한 장이 시선을 파고든다. 실내등 불빛 아래 ‘인턴’이라는 두 글자가 묵직하게 떠 있다. 기자의 시선은 카메라 렌즈를 타고 관객을 따라간다. 상영 전부터 티켓을 받은 관객 몇몇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선다. 입구엔 <인턴>을 두고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올해 들어 유난히 빠르게 불붙은 ‘젠더’ 담론 위에 올라탄 작품답게, 단순 오락 그 너머의 파장을 예고한다.

자신있게 드러내는 의도, 그리고 불편한 거울
극장이 어둑해지고 첫 장면이 펼쳐진다. 숨죽인 공기, 화면 안 남성 캐릭터들은 익숙한 습관처럼 일상에 녹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곧장 낡은 구도를 해체한다. 남성이 사회의 영웅이 아닌, 배려와 공감 능력을 잃은 ‘빌런’의 자리로 내몬다. 기자의 카메라 앞에 선 관객 중 누군가는 중간중간 숨을 들이켜고, 누군가는 연신 고개를 갸웃한다. 젠더 갈등이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남성=문제’라는 낙인을 포장 없이 들이민 느낌. 작위적이냐, 문제제기냐를 둘러싸고 극장 안도 양분된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쫓는 듯한 연출, 일상 풍경 속 남자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직장, 가정, 친구 사이 인물들의 대화 장면에선, 자그마한 행동 하나, 표정 하나마저도 빌런의 단초로 변환된다. 기자의 눈엔 감독이 의도적으로 ‘남자 캐릭터를 해부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느낌이 선명하다. 비단 과잉 남성성 비판만은 아니다. 영화는 왜곡된 기대 속에서 길을 잃는 젊은 남성들의 외로움, 소통 단절, 일상의 무기력함도 놓치지 않는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자주 흐려지는 클로즈업, 속도감 있는 컷. 관객들이 스크린과 가까워질수록 영화 속 남성의 모습은 점점 입체적으로 변한다.

시끄러운 사회, 현장 밖 진짜 논쟁은 어디서 불붙나
기자가 영화관 로비에서 만난 또래 직장인 김모 씨(32)는 “영화가 한쪽 입장만 너무 강조한 것 아니냐”면서도, “불편하긴 했지만 내 모습 같아 무섭기도 했다”고 답한다. 온라인에는 이미 ‘피해자 놀이식 역차별’이라는 거친 비난, 혹은 ‘이젠 용기 내야 한다’는 지지가 섞여 올라온다. 분명 객관 중립을 지키려 애쓰는 기자 입장에서도, 이 영화가 현실 남성들에게 ‘당신, 가해자 맞아?’라고 정면 질문을 던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대사와 장면 패턴을 따져보면, 현실 속 젠더 이슈들이 꾸준히 반영되어 있다. 누군가는 여성을 부차적 존재로 다루던 관습, 누군가는 남성 내부의 경쟁과 퇴행을 꼬집는다. <인턴>은 미묘하게 균형 감각을 추구하지만, 불가피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셈이다. 손에 땀이 맺힌 기자의 카메라 그립, 관객 표정 하나하나가 ‘어떤 메시지가 더 타당한가’를 물어오는 듯하다.

산뜻하고 유쾌한 청춘 영화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 있지만, 사회면 한복판에서 긴급 촬영한 다큐멘터리 같은 날 것의 현장감이 있다. 영화 ‘인턴’은 결국 남성과 여성, 아니 그보다도 인간의 복잡한 일상과 내면의 충돌을 카메라 렌즈로 응시한다. 시대 변화 속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기자가 영화를 다 보고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여러 관객들이 서로 작게 웅성인다. 누구나 빌런은 될 수 있다는, 불편하지만 그렇기에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변화 중이며, 영화를 통해 들춰진 불편함이 결국 사회를 밀고 나가는 힘이 아닐까.

관객들에게 <인턴>이란 영화는, 한순간 현미경처럼 세상을 재조명하는 계기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일상같은, 하지만 동시에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이야기.

— 백하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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