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리모델링 지원 확대’…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서울시 각 자치구가 노후 공동주택 등 리모델링 사업 행정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리모델링 전담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양천구 등 다른 주요 구들도 사업 설명회, 컨설팅, 실무 매뉴얼 보급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에 많은 제동이 걸리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올해의 변화는 현격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걸림돌은 여전하다. 결국 행정의 지원 확대가 실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행정지원 확대의 배경에는 노후 주거지의 급속한 증가와 서울시의 주택공급 정책 변화가 있다. 서울 아파트의 약 60%가 사용연한 30년을 넘기고 있는 만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할 때 대대적인 노후지 개선은 불가피하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을 병행해 추진하면서 주거환경 개선과 공급물량 확대를 동시에 노린다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와 함께 지자체별 행정도 지난해 대비 역동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 리모델링 사업의 현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행정지원 확대’라는 말이 현장에서는 구체적이면서도 실효적인 지원이 되느냐가 문제다. 자치구 전담부서는 인력 부족과 전문성 약화 문제를 여전히 겪고 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 구성이나 동의율에 막히는 단지들이 여전히 많다. 용적률 규제와 이주비 대출 등 재정적 문제는 행정이 인허가나 컨설팅을 아무리 확대해도 결국 골칫거리로 남는다. 실제로 올해 리모델링 추진을 공식화한 단지 가운데, 기대만큼 속도를 내는 곳은 여전히 소수다.

주민 집단의 이해충돌 역시 사업 추진의 고질적 변수다. 재건축에 비해 비교적 빠른 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단지에서는 증축 규모나 세대수, 비용부담, 공사기간 등으로 시끄럽다. 최근 송파구 모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2단계 동의율을 채우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행정지원 체계가 확실히 매뉴얼화되어 있다 해도, 사업의 주체인 주민들 사이에 균열이 나면 일선 공무원들은 애매한 중재자 역할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행정지원이 확대될수록 시장 참여자, 즉 시공사와 컨설팅사 등 업계 유입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자재값·공사비 인상, 정부의 금융 규제 등이 사라지지 않은 채 회색지대로 남아있고, 더욱이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다른 도시들의 사례도 항상 좋은 교훈만 남긴 것은 아니다. 선진국의 리모델링 정책도 자금력과 일관된 거버넌스, 참여민주주의 등 구조적 토대 없인 쉽게 추락했다.

서울 자치구의 행정지원 확대는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나, 자칫 거시 정책의 실적쌓기 수단으로만 남을 우려도 크다.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판에 박힌 설명회와 안내문, 전담부서 신설이 아니라 사업 추진 전 과정에서 체감할만한 재정·세제 인센티브, 역동적인 분쟁 해결, 맞춤형 즉답 행정이다. 아울러 사업시행과정에 걸맞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책임 있는 사후관리, 기존 생활권의 지속 가능성을 꾀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도 절실하다.

단순한 ‘행정지원 확대’라는 구호만으로 시장의 불신과 주민 갈등, 재정적 애로를 넘어설 수는 없다. 2026년 현재, 서울의 리모델링 정책이 ‘실적 쌓기’냐 ‘실질 혁신’이냐의 갈림길에 선 만큼, 선택의 책임은 결국 서울시민 모두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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