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농구 금메달, 이현중의 웃음과 한국농구의 진로

아시아게임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한국 남자농구가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심에는 ‘2세 농구인’ 이현중이 있었다. 엄마의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아들에게는 도쿄의 아픔까지 물려준 농구 DNA. 20여 년 전 어머니 결혼식에서건, 16강 진출이 쉽게만 보였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건, 늘 화제였던 ‘금메달’의 무게다. 이현중은 이번 항저우의 결승에서도 자신의 몫을 정확히 해냈다. 담담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그의 농구엔 여유가 있었다.

결승전의 경기는 서서히 달아오르다, 3쿼터부터 한국이 주도권을 잡는 흐름을 보였다. 중국과의 결승전, 각 쿼터는 서로의 강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초반 이현중은 외곽에서 페이스를 조율하며 게임을 읽었다. 3점슛 성공률 48%, 특유의 에너지와 공간 활용. 상대는 한국의 프런트코트 움직임에 번번이 수비가 흔들렸다. 이현중은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약간 느긋하게 템포를 전환했고, 이승현의 스크린과 돌파에서 킬패스를 연결하는 전형적인 ‘프로페셔널’다운 조율력을 보였다.

금메달을 씹어봤냐는 질문에 웃으며, ‘맛은 없더라’고 말한 그는 그러나 그 속에 담긴 경기장의 치열함, 40분 내내 훈련으로 다진 패턴의 결과를 느끼게 한다. 다른 신인들의 돌파력이 올라온 것도 고무적이다. 경기 내내 상대의 쉬운 찬스를 막아냈고, 리바운드도 턴오버 없이 잡았다. 파이브 아웃셋에서 이현중이 외곽과 인사이드 모두를 오가며 생긴 기동력 차이는 매우 컸다.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으며, 집중력과 에너지. 여기에 벤치 포인트와 세컨 유닛의 부상 없는 로테이션까지 가동됐다. 단지 스타의 활약이 아니라 조직력의 승리다.

이번 금메달의 함의는 ‘러시아-중국-이란’ 3강에 눌려 주저앉았던 지난 10년과의 결별이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국제농구에 다시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현중은 NBA 무대까지 노크했지만 상처도 컸다. 그럼에도 국내와 해외, 두 문화를 온전히 흡수한 그의 플레이는 후배들에게 중요한 전범이 될 전망이다. 더 이상 우리 농구는 빠른 트랜지션만 하는 팀이 아니라 시스템 속에서 공간과 역할을 분할하는, 현대 농구에 부응할 준비가 끝났다.

최근 각국 대표팀들이 아시아게임에 ‘세대 교체’를 투입하면서 전술적 수준이 급격히 상승했다. 일본의 강한 풀코트 프레스, 중국의 빅맨 라인업, 필리핀의 가드 편중. 이 모든 조합을 뚫고 금메달을 거머쥔 것은 단지 “운”이 아니다. 분석해보면, 한국팀은 스태프진의 ‘상황별 오펜스 플랜’과 비디오 분석이 주효했다. 모든 선수의 스팟업 슈팅 자세가 일관성을 보였고, 경기 막판 체력 분배에서도 단 한 명의 무리한 이탈이 없었다.

물론 덩달아 해결할 과제들도 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빅맨 자원의 수비, 고비마다 터져나오는 파울 트러블, 여전히 아쉬운 골밑 마무리. 이현중 개인도 더욱 높은 레벨 무대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사례를 쌓아야 하고, 실무진의 지도력도 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금메달에 담긴 가치와 미래에 대한 시사점은 분명 크다. 단순 합숙 시스템, 열정과 근성에만 의존하던 농구는 이제 끝이다. 습관적 플레이, 모험적인 지역방어 그리고 “헝그리 농구” 대신, 선수 개별 능력의 극대화와 현대적 경기 운영이 결실을 보였다.

경기 종료를 알리며 코트를 가득 메운 환호와 박수. 이현중에게 금메달은 “씹어봐도 맛은 없다”지만, 그가 손에 쥔 것은 더 값진 ‘자기 증명’이었다. 같은 포지션의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 대표팀 체계의 변화, 아시아 농구 지도에서 한국의 새로운 위상. 이제는 결과로 증명할 차례다. 누가 다가올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만들지, 팬들은 다시 기대하게 됐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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