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조선소에 피지컬 AI, 새로운 투자바람 불다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신기술 도입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피지컬(physical) AI 기술이 전통적인 인력 중심 조선소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 자동화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수준을 넘어서, 실제 용접·적재·조립 등 체력과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에 AI 기반 로보틱스, 즉 ‘피지컬 AI’가 투입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조선소는 글로벌 수주 호황이라는 긍정적 외부환경과 달리, 숙련 작업자의 절대적 부족을 심각한 리스크로 안고 있다. 인구구조 고령화와 3D 업종 기피 현상까지 겹쳐 단기·중기 모두 현장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피지컬 AI의 등장은 사측의 생산성·효율성 관점에서뿐 아니라, 조선업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조선소들은 이미 일부 공정에서 AI 로봇팔, 자율주행 운반 시스템, 스마트 웰딩(용접) 솔루션을 도입하며 조업 속도와 품질에서 적잖은 개선을 경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왜 지금 ‘피지컬 AI’에 주목할까.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조선·중공업 시장에서 이미 공장 자동화, 무인화 트렌드는 주도적 변화로 자리 잡았다. 다만, 조선업은 제품 변형성이 크고 맞춤형 대형구조물 공정이 많아 완전 자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분야다. 하지만 최근 AI 기반 센서기술 발달, 빅데이터 예측분석, 기계 비전 고도화 등이 맞물리며 한계가 상당 부분 지워지고 있다. 조선에 특화된 ‘피지컬 AI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술적 토대와 국내외 조선업 공급망의 투자 수요가 직접적으로 결합된 영향이 크다.
노동시장에서 AI 대체에 대한 불안과 우려도 상존한다. 하지만 최근 현장의 목소리는 기술 대체가 아니라, 반복적·고 위험 작업의 기계 대체와 고숙련 인력의 관리·감독 역할로의 전환을 해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부산·울산·거제 등 국내 조선산업 핵심 클러스터에서는 현장 엔지니어 인재 양성, AI 장비 운영교육, 현장 문제 대응 시연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피지컬 AI 도입을 통해, 인력 부족에 따른 공정지연·품질저하 등 산업 경쟁력 하락 문제를 체계적으로 막겠다는 산업계의 실용적 접근이 읽힌다.
정부도 조선업계의 피지컬 AI 도입을 뒷받침하는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 조선소’ 시범 사업에 대규모 지원금을 편성하고, 현장 밀착형 AI 솔루션 실증 지원과 데이터 공유 시스템 확장에 나섰다. 중소 조선업체를 위한 맞춤형 R&D 바우처, 금융권 연계 투자유치 상담 등 구체적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특히 ‘인력-기계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설비감가특례, 작업자 안전인증 규제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실질적 기업 현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도입 초기의 비용·생산성 딜레마와 노사 간 갈등 우려를 최소화하며, 산업 전반의 혁신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국내 조선사가 AI 기반 고부가가치 플랫폼으로 진화할 경우, 생산성 향상 외에도 글로벌 친환경 선박·스마트쉽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미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선두업체들은 해외 벤처 투자, 자체 로봇 플랫폼 개발 및 시험 운용 등 다각적 전략을 구사 중이다. S동양, H머신 등 국내 신생 AI 스타트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다만, 완전한 자동화와 인력배치의 최적화 사이에서 정책·현장의 디테일이 여전히 중요하다. 숙련자와 신기술 사용자 간의 간극, 안전사고에 대한 만전한 방책, 현장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 보안 등 미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아울러 AI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기존 노동자의 전환교육 강화 등 사회적 합의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피지컬 AI가 산업의 ‘새 얼굴’이 되는 과정에서 일자리 불안과 기술 혐오 정서를 막기 위한 적극적 소통이 병행되어야 현실적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피지컬 AI 도입 투자를 계기로 조선업은 기술혁신과 사회구조 변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생산성·품질혁신의 기회와 리스크를, 정책 분야에서는 노동시장 안정을 위한 섬세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거센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유지·확대될 수 있을지는 현장 혁신의 실질적 성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신뢰에 달려있다.
— 이수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