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나이로 재단하는 사회

한국 사회 고유의 연령 중심 구조가 최근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닫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나이가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각종 통계와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취업, 승진, 심지어 일상적 대화에서조차 상대방의 나이가 중요한 화두가 되는 문화가 여전히 견고하다. 정부가 2023년 6월 이른바 ‘만 나이 통일법’을 시행하며 나이 산정 방식에 기준을 통일하였음에도, 실생활에서는 아직 연 나이, 만 나이, 한국 나이가 혼재되어 혼란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조차 연령 기준이 인사 및 채용 단계에서 여전히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 변화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담당자들은 나이에 따른 차별적 요소가 실제 생활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이유로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가족 중심 질서를 거론한다. 정부 관계자는 “만 나이 도입이 제도적 표준을 마련했다 해도, 일상에서 나이 중심적 위계질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기업 채용 공고의 절반이 여전히 나이 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일부 청년 구직자는 실력보다 나이로 심사받는 현실에 좌절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은 조기 취업과 공정 경쟁을, 장년층은 연령의 경험치를 인정받길 요구하는 등 세대별로 연령에 대한 기대와 불만이 혼재돼 있음을 강조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연령에 따른 호칭 체계가 사회적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일본이나 유럽 국가의 경우 나이보다는 직함·역할이 대화에서 중시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일상적 인사말에서도 나이 파악이 선행된다. 이런 문화적 토대는 국가기관 인사 관행에도 반영돼 정책 변화의 효과를 저하시킨다. 조직 내 권력 관계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연공서열’의 이면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위축되는 분위기와, 반대로 어린 세대에 대한 거부감이 공존한다. 최근 일부 사기업에서 연령 무관 인사제도나 호칭 파괴 실험을 시도했으나, 내부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결국 다수 기업이 기존 제도로 회귀하는 양상도 관찰됐다. 현 정부 정책 담당자는 “제도 개선만으로 사회 인식이 단기간 전환되긴 어렵다”며 “연령 존중과 실질적 공정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령제한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노동시장과 학교, 심지어 SNS나 커뮤니티 등 비공식적 공간까지 나이 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멀다. 현행 법률은 공식적으로 연령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문화와 관행의 영역까지 강제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 채용 차별 논란이 단골로 오르내리며, 입시와 군 입대 등에서조차 ‘적정 연령’이라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여전히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나이 기준 대신 역량·경험 중심 채용, 세대간 상호 존중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노동시장에서 40대 이후 경력 단절과, 청년 실업 간의 괴리 현상은 구조적 문제로, 연령 외에도 성별·지역 등 다양한 요인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문제 역시, 연령을 유연하게 보고 적합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역시 연령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순한 연령적 다양성 확보를 넘어, 국정운영 과정에서 경력·참신성·전문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내부에서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직인사 인선에서 나이보다는 실적과 정책 전문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는 변화가 감지된다. 이 같은 변화가 전체 공공 영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 정착, 불합리한 연령 관행 청산,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연대 강화가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젊은 나이’와 ‘경륜’ 간 선호의 간극도 뚜렷해, 단기간 내 인식 변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적인 인구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연령 중심주의를 완화하는 데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며, 동시에 민간의 문화적 수용이 병행돼야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연령 그 자체가 ‘차별’이나 ‘특혜’의 근거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명확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 그리고 세대를 넘는 상호 신뢰가 민주적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동력임을 시사한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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