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진, 정규앨범 ‘트로트의 심연’서 장윤정·설운도와 울리다

10월 10일 저녁, 무대의 조명이 아직 켜지기도 전에, 전유진의 정규 1집 발매 소식으로 공연장은 이미 에너지로 가득 차오르고 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첫 정규 앨범에는 트로트 대선배 장윤정과 설운도라는 이름이 곁들여진다. 두 거장이 각 곡의 프로듀싱과 피처링 일부를 맡아 전유진의 음악에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트로트 음악 특유의 반복 구조와 서민의 정서를 유려하게 담아내는 가운데, 전유진은 이번 앨범에서 독특한 감각의 음색에 힘이 실린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전작들에서 보여주던 담백함과 깊이가 때론 아련히, 때론 대범히 다가온다. 장윤정의 진중한 호흡, 설운도의 선굵은 감성이 더해질 때, 노랫말의 결이 빛의 파장처럼 쏟아진다. 공개된 주요 트랙 ‘심연의 노래’, ‘나는 꿈을 꾼다’에서는 그간 전유진이 무대에서 갈고닦은 압도적인 표현력과 청량한 고음이 새롭게 펼쳐진다.

무대에서 마주한 전유진의 표정은 선율처럼 변화한다. 객석을 가로지르는 빛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가 내뿜는 음과 기운, 손끝의 떨림까지 예사롭지 않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첫 소절부터 숨을 고른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익숙하면서도, 각 곡의 이음새마다 새로운 해석과 실험적 시도가 눈에 띈다. 장윤정 특유의 무드와 설운도의 편곡이 조심스레 녹아, 전유진의 보컬은 오히려 더 자유롭게 흐르고 춤춘다.

최근 트로트 시장이 다양성 확장과 세대교체라는 숙제 앞에 선 가운데, 전유진은 자신만의 목소리와 시선을 분명히 드러냈다. 청자들은 이번 앨범에서 화려한 기교보다는 담백한 감정선, 동시대적 감수성에 집중하게 된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트로트의 심연’을 비추는 듯한 그녀의 노래는 기성의 트로트 팬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음악적 스펙트럼의 경계가 무너지며, 과거와 현재, 명인과 신예가 교차하는 드라마가 실감난다.

한편, 장윤정과 설운도의 협업은 단순한 피처링이 아니라, 음악적 스승이 후배에게 전하는 바람 그리고 무게이다. 이들의 존재는 이번 앨범에 역사적 깊이와 예술적 품격을 부여한다. 연출진은 무대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짙은 푸른 조명, 어스름한 안개, 섬세하게 움직이는 음향장치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보컬 음색 하나하나가 오케스트라의 선율처럼 극적으로 증폭된다.

트로트가 전통의 경계를 넘어 새 문을 두드리는 현장이 여기에 있다. 전유진의 신보에는 뚜렷한 흐름과 결, 그리고 세련된 사운드 디자인이 차곡차곡 쌓인다. 특히 마지막 트랙의 숨죽인 감정선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음악과 삶, 세대와 세대가 어우러지는 울림이 바로 이 순간 객석을 흔든다. 전유진의 여정은 익숙하고, 동시에 예기치 못한 감흥으로 채운다.

수많은 이별과 만남, 환희와 눈물의 레이어가 수록곡마다 깔려 있다. 장윤정의 견고한 디렉팅과 설운도의 현장적 노련함, 그리고 전유진의 순수한 열정이 삶의 노래, 시대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빛과 그림자, 소리와 침묵을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번 신보는, 트로트가 추구해야 할 다음 단계를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전자음과 전통 국악 타악이 교묘히 섞인 곡, 드라마틱하게 터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빛난다. 수록곡의 끝, 잠깐 정적이 흐른 뒤 다시 터질 듯한 갈채 소리가 상상된다.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의 힘,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삶의 파노라마. 전유진의 목소리가 선사하는 오늘 밤의 감정을 오래도록 마음 한쪽에 머금는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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