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의 시대’에 얽힌 구조적 모순, 그리고 목소리 없는 현실

웹소설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때 마니아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디지털 소설은 모바일 기기와 플랫폼 혁신,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대중화와 맞물리며 주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연간 시장 규모가 조 단위를 기록하며 ‘K-스토리’의 원천이자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의 확장까지 불러오는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한 성장의 이면조차 살펴보면, 그곳엔 아직 제도적 사각지대와 구조적 모순이 깊게 드리워져 있음이 드러난다.

최근 논란의 핵심엔 ‘플랫폼 수수료’ 문제, 그리고 ‘작가가 부담하는 할인 비용’이 놓였다. 보통 메이저 웹소설 플랫폼들은 총 매출액의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한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각종 프로모션이나 할인 이벤트가 집행될 때, 그 비용 역시 플랫폼 측과 작가 모두가 일정 비율로 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웹소설 작가들은 상당한 창작노동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배분 구조상 실제로 돌아오는 몫이 크게 줄어드는 현실에 ‘2중 3중 착취’라는 단어까지 쓰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사안이 단지 경제적 이익의 배분을 둘러싼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까닭은, 웹소설 작가 상당수가 생업과 작가 작업을 병행하는 비정규적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직업적 창작자임에도 건전한 계약 관행이나 복지 제도에서 소외되는 현실, 그리고 플랫폼 간 경쟁 위에 암묵적으로 쌓여온 기울어진 관행들… 실제로 업계 내부에선 “플랫폼 독점 구조에 맞서 작가가 협상력을 갖추거나,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자조와 우려가 뒤섞여 나온다.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역시 소위 ‘앱마켓 수수료’로 창작 디지털 콘텐츠에서 30% 내외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의 힘’이 콘텐츠 생산자 개개인은 물론, 중소 퍼블리셔, 서비스 기획자들에게도 일한 만큼의 권리를 돌려주는지 근본적으로 묻게 한다. 각종 할인 프로모션이 본래 창작물을 더 넓은 대중에게 알리는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할인 비용을 작가가 함께 지고 플랫폼도 결국 이익을 나눠갖는 방식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창작자의 생계와 창작 의지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만들어주는 시장의 외연 확대 효과와 인프라 제공은 분명 크지만, 기형적 수익 분배 구조는 시장 전체의 건강성을 좀먹는다. 장기적으론 창작자 이탈을 부르고, 시장 자체의 다양성과 활력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플랫폼 계약 파기’, ‘독자 구독료 인상 요구’ 등 집단행동 움직임이 감지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왜 플랫폼을 떠나지 못하는가. 생활의 지속성, 독자와의 접점, 홍보와 결제의 편의성 등 플랫폼 의존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불공정 계약, 익명성 뒤에 숨은 일방적 약관 변경, 저작권 사용료의 투명성 부족 등의 복합적인 현실을 호소한다. 현 제도 안에선 개별 작가가 직접 협상력을 갖기도 어렵고, 기존 노조나 협동조합 모델 역시 플랫폼 중심 업계 특수성 탓에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주목해야 할 목소리는, ‘플랫폼의 가치’와 ‘창작의 가치’가 동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제도와 문화의 필요성에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책당국이 플랫폼 계약 투명성 강화, 수익 배분의 표준계약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효적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뚜렷하다. 시장의 성장성만 강조하는 사이, 정작 그 밑바닥에서 일하는 창작자의 권익은 멀어진다. 웹소설 산업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K-콘텐츠의 창의적 토양이 확보되려면 제도·관행·문화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논란은 단순히 한 업계 내부의 갈등을 넘어,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문화생태계의 건강성을 근본적으로 성찰할 시기임을 시사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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