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색깔마다 인증 받아야”…코트라가 본 중국 수출 ‘복병’은
최근 중국 정부의 화장품 수입 통제가 더욱 강도 높게 강화되고 있다. 코트라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제 립스틱 한 개를 수출하기 위해서도 단순한 통관이 아니라 색상마다 개별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단순한 마케팅 변주 차원을 넘어, 색상별로 제품 인증 절차가 상이하게 적용된다면 실질적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 특히 색조 브랜드의 수출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모든 색상의 립스틱에 대해 하나하나 인허가를 받으라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불만이 나온다. 중국 시장에 특화된 색상 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맞춘 소량 다품종 전략을 구사해오던 국내 화장품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조처는 판매 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신호탄이다.
중국의 화장품 규제 변화는 단순한 관세나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소비재 산업에서 중국이 취하고 있는 일종의 비관세 장벽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5년 시행된 ‘화장품 감독관리조례(新化妆品条例)’에 따라, 이미 수입 제품 전수 데이터 제공, 생산·수입 이력 공개 등 강화된 요구 조건이 시장 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품목별(이제는 심지어 색상별) 인증까지 더해지면서, 전통적인 대중(對中) 수출 전략이 계속 통용되기 어려워졌다. 마스크팩 신화에 기대어 2010년대 글로벌 강자인 듯 비쳤던 K-뷰티 진출은,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국산 브랜드 흥행과 맞물려 여러 차례 위기를 겪고 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시장 다변화를 타진해온 것도 이러한 규제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중소 화장품 기업에 가해질 전망이다. 색상별 인증, 라벨 등 부대비용이 크지 않은 대기업과 달리, 한정적 자본과 인력으로 소규모 라인업을 운영하는 중소업체는 복수 인증에 따른 비용 부담, 물류 지연 문제, 재고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립스틱 라인 하나가 보통 6~12가지 색상으로 구성될 경우, 인증에 따른 각종 비용과 소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비용 증가 차원이 아니라, 트렌드 회전이 빠른 색조 시장에서는 제품 출시 적기에 발목이 잡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규제가 가지는 상징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수의 신흥국이 중국식 강력 규제를 벤치마킹하거나 유사한 인증 절차를 도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 뿐 아니라, 건강보조식품·반도체·의료기기 등에서도 중국의 인증 강화는 곧바로 세계 시장 연쇄 파급 요소로 전이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혼란 이후, 외국계 기업의 중국식 대체시장 전환이 가속화됐다는 점도 주목될 필요가 있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대기업 역시 중국 현지 거래처를 통한 OEM, ODM 방식의 현지화 전략을 다시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본사 브랜드의 중국 내직 수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 분배, 상표 보호 등 새롭게 떠오르는 규제·제도 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 헤지 전략 역시 더욱 치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히 색상 인증의 번거로움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품질 기준, 안전성 자료 요구 확대, 임상 시험 자료 제시 의무화 등 중국 내 화장품 관련 제도가 서구를 능가할 정도로 엄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단기적인 수출 전략 수정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글로벌 표준과 현지화 요구를 동반 충족시킬 수 있는 인증·품질 관리 체계가 반드시 요구된다. 상품의 트렌드화, 개성화 기조 외에도 “규제 내성”이 기업 경쟁력의 일부로 자리 잡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 역시 이번 조치를 관망하거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K-뷰티란 용어가 만들어낸 지난 10년의 성공 뒤에는, 한한령 이후 사실상 무의미해진 한류 프리미엄, 경쟁 격화, 현지 소비자 취향 세분화, 그리고 구조적 규제 리스크가 연속적으로 존재했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책적 차원에서는 중소기업 인증·수출 지원체계를 한층 고도화하고, 민간에서는 인증·라이선싱 역량 내재화와 동남아·미국·유럽 등 대체 시장 속도전을 병행하는 복합적 전략이 요구된다. 국내 화장품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강제력 강한 중국 규제 충격이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