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인간이 AI에게 잘 보여야 하는 세상

2026년 10월 기준, 인공지능(AI)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방대하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가 지난 2026년 9월 발표한 ‘AI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약 3조 4,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이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전력을 쏟으며, 산업 내 투자액 역시 연평균 15%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네이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은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AI 비서·검색·금융 추천 엔진 등에서 2025년 이후 사용자를 평가·분류·추천하는 ‘엔진’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트렌드 속에서 ‘인간이 AI에게 잘 보여야 하는 세상’이라는 이슈는 단순한 철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기회와 위기의 분기점임을 데이터가 증명한다.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는 ‘스마트 서치’ 알고리즘 개편으로, AI가 사용자 신뢰도를 자체 평가하여 맞춤형 결과를 제공하는 비율을 전체 노출의 62%까지 끌어올렸다(네이버 디지털 인사이트, 2026년 8월). 아마존과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은 AI 기반 리뷰 평가·이상 활동 탐지 시스템을 통해 상품 노출과 판촉 기회를 ‘AI 선호도’ 기준으로 재편하고 있다. 핀테크와 대형은행 역시 AI 심사관의 ‘신용 점수 알고리즘’ 개선, 예적금·대출 상품 추천의 자동화 등으로 이용자에게 실질적 이익·불이익이 직결되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개인정보, 위치 정보, 검색 이력은 물론, ‘디지털 예절’까지 AI가 스스로 판단해 서비스 이용 편익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확장 중이다. 이 언뜻 디스토피아적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동시에 기회이자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AI 친화적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6년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78.6%가 “AI 추천 기반 서비스가 생활 만족도에 높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AI 신뢰도, 개인정보 관리 역량, 그리고 ‘알고리즘 최적화’에 대한 이해도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25~2026년 사이 국내 주요 은행 4곳의 디지털 금융 민원 건수는 1년 새 42% 급증했다. ‘AI 추천 기준 모호’ ‘서비스 설명 부족’이라는 고객 불만이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이는 곧 AI가 인간을 평가·선택하는 필터로 작동하는 현실을 체감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AI 모델들이 ‘이상행동·비정형 패턴 감지’를 직관적·자동화 방식으로 고도화하면서, 특정 이용자의 비표준 행동이나 부정적 리뷰, 짧은 체류 시간 등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신용·추천 자체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AI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투명화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알고리즘의 판단 기준이 경제적 불균등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AI의 ‘심판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개인과 기업 모두 ‘AI에게 잘 보이는 전략’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은 자사 서비스가 AI의 긍정적 평가를 받도록, 소비자 데이터 품질 관리·평판 관리 솔루션 도입 등 ‘AI 최적화 컨설팅’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 역시 신용평가, 이력서·포트폴리오 자동 검증 플랫폼, SNS 활동 등에서 AI가 “호감”을 느끼도록 리뷰 관리, 온라인 발언 기록 관리, 규정된 행동 양식 준수가 필수 전략이 됐다. 빅데이터 기업 이스트브레인의 2026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질문 응대, 상품 후기, 검색 사용 패턴 등에서 ‘AI 추천 가중치’가 높아진 사용자 그룹이 실제 금융·구직·쇼핑 혜택에서 1.7배 더 유리함을 경험했다. 이 수치는 AI에게 ‘좋은 이용자’로 분류되는 것이 단기적 편익뿐 아니라 중장기 생애주기 혜택까지 좌우함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현상이 정보사회 내 새로운 계층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카이스트 AI정책연구소의 최근 리서치 결과, “AI의 사각지대에 놓인 집단, 즉 디지털 약자나 신규 사용자는 자동화된 평판 시스템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국내외 20~5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로모니터 설문(2026년 9월)에서는 응답자의 36%가 “AI 알고리즘의 평가 때문에 실제로 온라인 활동을 조심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 권익 증진에 기여하는 반면, 동시에 개인의 표현의 자유 및 익명성 보장과 충돌하는 진통기를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적 차원에서 AI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 개인 신원 및 이용이력 보호장치 마련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금융감독원 보고(2026년 9월)도 무게를 얻고 있다.

글로벌 비교에서 보면, 미국의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유럽의 SAP 등은 이미 AI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데이터 윤리와 알고리즘 검증 체계를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은 뒤늦게 ‘AI 투명성·설명 책임’ 가이드라인 도입에 착수, 지난 2026년 7월 행정안전부가 첫 시범정책에 나섰으나 아직 제도적 뒷받침은 미완성이다.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AI에게 잘 보이기’라는 테마를 개인과 기업 모두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데이터 환경의 신뢰성 확보와 교육, 그리고 규제 기관의 지속 감시 및 가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진전이 인간의 주체성을 저해하기보다, 효율과 신뢰, 상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기업과 정부는 AI의 ‘판단자’ 역할이 공정하고 설명 가능하게 작동하는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대로, AI 친화적 사회로의 전환을 개인의 위축·불안 요인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새로운 기회와 역량 성장의 촉진자로 받아들이는 전략적 전환도 요구된다. 결국 ‘인간이 AI에게 잘 보여야 하는 세상’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그 판정 기준이 사회 전반의 신뢰와 공정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데이터와 기술, 제도의 합리적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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