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내부형B’ 전환…공론화된 자율권, 현장과 온도차
교육부가 2026년 10월 15일 ‘교장공모제’의 내부형B 유형에 대한 시도교육청 자율권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내부형B 교장공모제 운영의 구체적 기준 및 절차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조정된다. 현장에서는 최근 반복되어 온 교장 인사 갈등과 내부 위원 논란, 국·공립학교 교원 자격 논쟁 등에 대비해 각 지역 맞춤형 접근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교장공모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 ‘내부형B’(현직 교원 지원형)와 ‘개방형’(외부 지원 및 위촉)으로 구분돼 운영돼 왔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교직 내부의 자율성에 고삐를 더 푸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교장공모제는 진보·보수 교육감의 교육정책 대결장으로도 불리며, ‘교원의 자율성과 교육 현장 혁신의 균형’이라는 난제로 작동했다. 내부형B가 일부 지역에서 ‘학교장 경력주의 완화’ 기제로 자주 활용된 데 따른 부작용으로, 기존 학교장 승진체계와 교사 집단 내부 갈등을 초래한 부분이 크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교장자리는 약 11,000여명 수준이며, 이 중 내부형B 공모제로 임용된 학교장은 400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신임 교장 대부분이 여전히 기존 승진트랙을 거쳤다는 점에서, 그간의 공모제가 상징적 변화에 그쳤다는 지적도 꾸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공모제 도입 이후 학교 자율경영, 교육혁신 등 개선효과를 체감한 사례가 일부 보고됐으나, 반대급부로 절차 공정성 논란은 반복돼 왔다. 지난해 B시도교육청에서는 위원 구성 내밀성, 심사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교사노조가 공모제 운영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부도 이러한 해묵은 갈등에 대응, 공모제 전반의 운영 권한을 ‘시도 자율’로 넘기고, 현장 의견을 반영할 여지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율권 확대가 일선학교 현실을 반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교 현장 상황을 직접 아는 지역교육청이 기준·절차를 정하는 게 취지에 맞다”며 신중한 운영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가 시도교육청의 재량권만 강화할 경우 공모제 취지가 지방행정 또는 교육감 구도에 따라 임의로 변질되거나, 각 지역별로 지나치게 상이한 운영기준이 정립될 소지도 함께 지적됐다. 실제, 2026년 1학기 기준 경기·서울 등 대도시 지역과 도시외곽 지역 사이 공모제 신청률 및 운영 방식에서 편차가 나타나고, 지원 조건 변화에 따른 현장혼선도 잦다. 내부형B가 경력을 중시한 승진 외 또다른 ‘무늬만 공모제’로 전락할 우려 또한 있다. 시도 간 이질적 기준 적용으로 공정성 시비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일선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뚜렷하다. 많은 교사단체는 “공모관리위원회 구성 및 심사 절차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특정인에게 특혜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투명한 가이드라인 설정을 촉구한다. 반면 교육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사들은 “모든 학교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현장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며 독립권한 보장을 환영하기도 한다. 교육부의 기존 지침은 심사위원 중 교사 위원 50% 이상을 내부 교직원으로 위촉하도록 규정해 왔으나, 개편 이후 각 시도교육청은 위원 선정비율과 심사방식, 절차 공개범위 등에 자율성을 갖게 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신임 교장 임용이 곧 학교 교육방향·분위기 변화로 이어지는 만큼, 실질적 의사결정 절차의 투명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시민단체는 “자율권이 넓어지는 만큼 부적격자를 사전에 거르는 장치 역시 강화돼야 한다”며 검증 프로세스 현실화 요구도 제기했다. 또한 전교조 등 일부 교육단체는 “자율화와 분권화 흐름 자체에는 동의하나, 시도교육청별로 자격·평가 기준의 편차가 너무 크면 오히려 학교현장 혼란만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임 교육부는 앞으로 공모제로 임용된 교장이 ‘교육 성과와 학교구성원 만족도 점수’ 등 구체적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임기 중 평가를 받도록 하는 신규 관리방안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이에 맞춰 각 지역교육청에서는 학교 구성원 만족도 조사 및 임용 후 성과평가 자료 관리·공개 시스템을 단계별로 도입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초 서울·광주 등지에서는 교장공모제 운영실태 점검 결과, 위원회 심사 일지·면접 과정 미공개 등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런 부분도 현장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책임 있는 정보 공개와 학교장 검증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향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이견 조율, 지역별 기준 조정 문제 등이 남아 있다. 공모제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모두 살리면서 불투명성·특혜 논란의 여지를 해소하는 세밀한 운영지침이 필요하다. 전국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개편 방향에 대한 해석 차와 기대·우려양상이 교차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지역 사정에 맞춘 융통성 있는 대응, 현장 의견 수렴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장공모제 개혁은 학교 자율성, 교직문화 변화, 지역별 형평성 등 다양한 사회적 쟁점을 함축한다. 보다 정밀한 제도 설계와 투명한 운영원칙, 효과적인 결과 관리 시스템이 병행될 때 이번 개편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