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여야 환경 질타 속 정부·기업 책임 공방…지역·산업 갈림길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환경문제 질타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10월 16일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각 정당은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책임을 지적하며, 이전·폐쇄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오랜 기간 낙동강 수질 오염, 토양 중금속 누적, 인근 거주민 건강 문제 등 다층적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와 더불어 영풍그룹측이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사회적 책임 강화”나 “시설 현대화” 약속에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들 모두 여전히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 이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연·납 제련 공장이자, 경북 봉화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이 첨예하게 얽혀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환경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역 경제 위축, 일자리 감소, 대체 산업 미비 등 연계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시행한 정밀조사에 따르면, 제련소 주변 토양과 하천에서 환경기준치를 30배 이상 초과하는 카드뮴, 아연, 납 등의 중금속이 검출된 바 있다. 지역 주민들은 생활 기반 훼손, 안전성 불신, 각종 건강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나, 실제 피해 구제나 환경 복원은 지지부진하다.

차기 정부의 공약에서도 석포제련소 취급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다만, 구체적 정책 방향성과 재정·산업적 보완책 제시 없이 ‘폐쇄 혹은 이전’ 원론적 입장에만 머무르고 있던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의 미봉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다시금 내놓았지만, 실효성 높은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아직 진척이 더디다. 본지 취재 결과, 정부 내에서도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 등 이해부처의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도 크고, 산업 영향 평가도 감안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폐쇄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이 환경오염 우려 사업장 관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음에도, 석포제련소처럼 대규모 시설에 대한 실효적 접근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갈등 양상 역시 심화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하루빨리 제련소 폐쇄 및 환경 복원을 촉구하는 거리 집회를 반복하며, 각종 시민 소송을 제기 중이다. 반면 지역 경제계와 고용인들은 “기업의 사회책임 실현”을 전제로 한 점진적 대안 마련을 요구한다. 최근 제련소 인근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실질적 지원 대책 없이 폐쇄론만 들고 나와선 지역 공동체 존립조차 위협된다”고 토로한다. 정책 당국은 정밀조사 확대, 환경 개선 투자 확대 등을 언급하지만, 정책의 실질적 집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사 사례도 주목된다. 중국, 일본 등지의 대규모 제련시설이 단계적 이전·친환경 전환을 거친 사례가 정책 참고선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대체 산업 육성, 지역 경제 회생, 생태 복원 속도 등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이후 재정·산업 지원 패키지를 촘촘히 설계하는 것이 정책 집행의 관건”임을 강조한다.

이번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은 기존 다수의 논의보다 실질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행정부가 실제 정책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 사회적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경제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어떤 유연성을 보일지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지방소멸 위기,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 공동체 환경권 보호 등 복합적 이해가 충돌하는 만큼, 단순 대립구도 해소를 위한 정부 조정역할이 절실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이야말로 실효 있는 로드맵과 지속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반복된 국내 환경민원 사례는 문제 해결 지연 시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남을 증명한다. 석포제련소 사안을 단순히 주소지 문제나 민원이 아닌, 대한민국 미래 산업정책 및 지역균형발전, 환경권 보장 문제로 인식하는 변화가 더 시급하다. 정치권·정부·산업계 모두 근본 대책 마련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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