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주행 해부]③ 쏘카, 15년 사고데이터에 크래프톤 ‘화력’
올해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 이목을 끄는 협업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쏘카와 크래프톤의 데이터 기반 융합 전략이다. 쏘카가 15년간 축적한 방대한 교통·사고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크래프톤이 AI 시뮬레이션 엔진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모빌리티 산업 내 자율주행 상용화의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했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국내 완성차 및 IT 기업 중 소프트웨어·데이터 중심 개발조직 규모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7%로 집계됐다. 2025~2026년 상반기 기준 누적 자율주행 레벨3 차량 등록대수 역시 7.1만 대를 기록, 실제 상용 데이터 기반 협업 수요가 급속히 확대된 상황이다.
쏘카의 전략은 명확하다. 2008년부터 축적된 15년 사고 로그, 주행 이력, 위험지점, 실제 도로 환경 변화까지 시계열 데이터로 체계화시켰다. 개별 차량 사고, 경미 충돌, 돌발변수까지 세분화해 이를 크래프톤의 AI 딥러닝 시뮬레이터에 투입함으로써 혼합현실형 자율주행 알고리즘 훈련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크래프톤은 기존 게임 엔진 기술과 시뮬레이션 역량을 접목, 실제 도시-도로 환경에서 수만 건 시나리오 처리와 비정형 장애물 대응능력, 예측 모델 테스트 규모를 한층 확대했다. 작년 말 쏘카-크래프톤 플랫폼에서는 월 평균 15,000건 이상 시나리오 반복학습이 이뤄졌고, 2027년까지 누적 200만 건 이상 상황 DB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들의 행보는 다소 차별화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연동형 센서, 지도 데이터, 글로벌 벤더 클라우드와의 삼각 협업 방식으로, SK텔레콤은 5G·V2X 통신-인프라 연계가 강점이다. 반면 쏘카는 리얼월드(대용량 실주행 데이터)와 AI 게임 시뮬레이션의 융합에 집중, 서비스형(SaaS) 자율주행 알고리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데이터 완성도와 다양성, 고위험 사각지대의 진단능력은 글로벌 벤더 대비 적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과 비교해도 이번 쏘카-크래프톤의 방식은 독특하다. 미국 GM 크루즈·웨이모, 독일 모빌아이,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등은 이미지/레이더/라이다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취득과 통합, 그리고 자체 비공개 시뮬레이터의 반복 실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쏘카는 실주행 데이터의 시간적(15년), 공간적(전국 범위), 공공/민간 융합(정부/지자체 교통 빅데이터 연계)이라는 3축 전술을 들고나왔다. 이는 시장 내 신뢰도(데이터 다양성·대표성) 및 학습 범위 확대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자율주행 데이터셋-시뮬레이션 구축비율은 북미 38%, 유럽 27%, 아시아 13% 수준이나, 쏘카는 단일 기업으로 6000만 건 이상 한국 교통상황 DB를 통합 운영 중이다.
통계적으로도 쏘카-크래프톤의 실험이 가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국토교통부 2026년 자율주행 리스크맵 분석 결과, 실제 상용 도로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위험상황 발생 빈도는 10만㎞ 주행당 평균 9.1회로, 단순 시뮬레이션 기반 알고리즘 적용 시 오탐률·미검출률이 18% 내외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쏘카는 15년치 누적사고 로그를 통해 95% 이상 리스크유형 커버리지를 확보했다는 점과 실제 서비스/사용 기반 룰셋 및 딥러닝 모델 동시진화 전략이 중장기 상용화 성공의 열쇠로 부각된다.
한편,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복수의 난점도 있다. 개인정보보호, 사고 판정기준 DB의 신뢰성, 플랫폼 알고리즘 공정성 검증 등 선결과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글로벌 사례에서도 2025~2026년 미주/유럽 내 관련 법규·데이터 메타버스 인프라, 사이버 보안 이슈가 꾸준히 이슈화되는 만큼, 국내 역시 산업·기관·정부 간 신뢰에 기반한 합의 메커니즘 정교화가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데이터 축적과 AI 시뮬레이션 융합 경쟁력이 자율주행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공통 전망한다.
국내 모빌리티 산업 재편과 빅테크-모빌리티 기업 간 협업 확대 시대, 쏘카-크래프톤 모델은 단순 기술교류를 넘어 데이터 자산화와 실주행 자율주행 전략의 새로운 표준화를 견인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글로벌 진출, AI 실증사업, 스마트시티 연계 프로젝트 추진 시 해당 융합 데이터 플랫폼 모델의 확장성과 효용성이 지속 검증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개발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 품질과 신뢰, 그리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형 알고리즘 플랫폼 경쟁력에 달려 있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