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정책 후퇴, ‘라코’ 논란과 그것이 던지는 신호

이재명 정부가 강경한 메시지로 시작한 대외 정책과 주요 국내 개혁의 방향성이 최근 들어 연이어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기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 정부는 초반 국가안보, 경제정책, 복지 확대 등 여러 분야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혁신적 전환’을 천명했다. 그러나 실제 심층 정책실행 단계에선 공식 발표와 상반되는 유연한 후퇴, 또는 모호한 입장 변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라코’(라스트 코어·Last Core)라는 신조어가 떠돌 정도다. 이는 정부가 강경의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대부분 기존 관행으로 후퇴한다는 의미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재명 정부가 ‘강경-후퇴’ 사이를 오가며 국민들에게 혼돈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 말미암아 국내외 정책 신뢰성에 적색불이 켜졌다.

대표적으로 한미동맹, 대중국 외교, 그리고 미국과의 기술경제 협력 관련 정책들이 연쇄적으로 변화했다. 취임 직후 ‘국가 중심·주체적 외교’를 선포했음에도 며칠 내 미국 대선 결과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협상 입장이 변했고, 중국과의 경제외교 역시 처음과는 달리 현장 실무진 위주의 타협적 접근으로 선회했다. 대외적으로 강경한 톤이 언론에 강조된 것과 달리, 실제 협상 테이블과 뒷거래에서는 유연한 답안이 나온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의 정책 변화와 견주어도 이례적으로 빠르고 빈번하게 반복된다는 지적이 크다.

국내 정책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와 복지예산 증액, 청년 정책 확대 등 국정과제 분야에서 강한 어조로 추진을 약속했지만 실질적 국회 통과 과정과 후속 발표에서 단계적 후퇴가 이어지고 있다. 세제, 임대차 안정, 청년 일자리 정책 등 민감한 현안에서 점진적, 또는 극적으로 ‘핵심만 남기기’ 식 정책 수정이 공식화된다. 그 결과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초기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정책 예측 가능성 역시 급락했다.

이러한 정책 경로의 반복은 국민 신뢰도, 기업 투자 계획, 사회 각계의 정책 수용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전임 문재인·윤석열 정부와의 연속·단절 구도, 미국 등 해외 동맹국과의 관계 동향 분석, 글로벌 투자은행 IMF·WB·OECD의 대외신용 평가까지 복합적인 압박 요소가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불투명해졌고, 정부 정책의 후퇴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평가도 다수 등장했다. 바로 이 대목이 반환점이다. 글로벌 정세 위기와 기술패권 경쟁 국면에서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이재명 정부는 확고한 ‘노선’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쫓거나 단기 여론에 휘둘리는 모습만 수차례 반복해 왔다.

정책 후퇴의 현실적인 불가피성 역시 분명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의 갑작스러운 후퇴가 시장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변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대외 경제안보와 미래산업 기술정책 분야에선 명확하고 일관된 ‘코어’가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 미국 바이든 2기 행정부와의 반도체 동맹 협상이나, 글로벌 펀드 유치 관련 유턴 현상, 탄소중립-에너지 정책의 후진적 재조정 등은 모두 이 재명 정부가 ‘강경 메시지→정책 후퇴’라는 불신의 순환을 실증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경계의 흐림은 한국 산업 경쟁력 유지에 심각한 구조적 위험이 될 수 있다.

앞선 정부들과 비교해도 이재명 정부의 최근 행보는 더 빈번하고 노골적인 정책기조 변동이 특징적이다. 정책안이 실제 실행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정무적 타협’이라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패턴이 반복돼, 국제 협상 파트너나 국내 집단 모두 ‘실체 있는 정책 의지’를 의문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역사적으로는 치밀한 중장기 전략 부재가 한국사회 전체 성장의 제약 요인이었음을 감안할 때 오늘날의 흔들리는 정책 방향성은 단기 정치적 유불리를 상쇄하지 못한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단기 정치 리스크 관리라는 본능적 유혹에 빠지기보다는, 초기에 선언한 ‘혁신의 뼈대’에서 실질적이고 투명한 정책 실행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외부 충격에 따라 잦은 노선 변경을 하더라도, 그 맥락과 타당성을 명확하게 설득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 사회의 신뢰는 영원히 회복 불능이 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모든 선진국이 글로벌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국민, 투자자, 국제사회와의 ‘정책 신뢰계약’임을 상기해야 한다. 가벼운 메시지와 조급한 실리추구가 남긴 그늘은 해당 지도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국제 위상 하락, 기술안보 구조 붕괴 등 연쇄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정치는 상징과 메시지만큼이나, 구체적인 행동과 일관성이 평판의 기반이 된다. 국민과 시장, 동맹국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혁신의 상징성 못지않게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 집행이라는 사실을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곱씹어야 할 시점이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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