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스탠다드가 선택한 디자이너, 김지용의 감각은 무슨 색?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거대한 존재, 무신사 스탠다드가 이번 시즌 선택한 디자이너는 바로 김지용이다. 평범한 이름이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디자인 DNA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이목이 집중된 까닭은 하나. 바로 그 특유의 ‘절제된 멋’이다. 무신사의 대표 PB 라인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늘 실용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 디자인을 앞세워왔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감각적인 디테일과 트렌디함이 제대로 더해졌다. 김지용 디자이너의 합류 이후 따끈따끈하게 선보인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온라인 커뮤니티부터 패션 전공생들까지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 그의 시그니처인 루즈핏 셋업, 테일러드 코트, 어스톤 계열의 니트 등 어떤 아이템을 고르든, 군더더기 없이 새롭고, 기대 이상으로 ‘지용스럽게’ 잘 빠졌다.
패션계에 자주 등장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간 시너지’라는 단어, 이번 무신사와 김지용의 만남에서 더욱 명확하게 보인다. 기존의 무신사 스탠다드가 단조로운 실루엣과 합리적인 가격만으로 승부했다면, 김지용식 필터를 거친 이후엔 아예 새로운 텍스처가 입혀진 느낌이다. 단순한 오버사이즈를 넘어 세련된 드레이프, 미묘한 컬러감, 예상을 깨는 레이어드 구조까지. 특히, ‘무난하지만 소소하게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스테디셀러가 되는 베이직 아이템과 동시에,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 있는 옷을 만드는 김지용 특유의 감각. 도회적인 스웨트 셋업과 하프코트에 살짝 더해진 파스텔 톤, 시즌 트렌드를 콕 집어넣은 베스트와 니트웨어까지. 상품 하나하나가 일상에 스며드는 트렌디함이 패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OOTD’에서 팔로워들을 사로잡으며 주목받는 중이다.
무신사는 꾸준히 외부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자체 브랜드 볼륨업을 노려왔다. 하지만 단순히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소비자가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있는 김지용은 이미 20대 후반~30대 초반 직장인들에게 브랜드 라인업에 슬쩍 변화를 주면서, 일상에서의 스타일링 난이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기존 무신사 스탠다드의 룩북이 자칫 무표정 ‘딱딱함’으로 느껴졌다던 이들도, 이번 시즌 룩북엔 MZ세대 모델의 자연스러운 포즈와 신선한 컬러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또, 남성복·여성복 경계를 희미하게 넘나드는 젠더리스 감성 역시 이번 시즌 특징. 스타일리시한 와이드팬츠와 박시 재킷, 슬립 드레스 등이 누구나 가볍게 입을 수 있도록 등장했다. 이들 아이템은 실제 커뮤니티 후기에서도 원마일웨어로 좋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컬렉션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1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SNS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흐름과도 맞물리며,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보다 유연한 시스템으로 브랜드 대중성과 디자이너 고유 감성을 ‘균형 있게’ 선보일지 여부가 포인트다. 김지용은 지난 시즌까지는 소규모 독립 레이블 운영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번 합류로 대형 플랫폼이 가진 ‘시장접근성’을 본격 활용하고 있다. 일부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무신사 같은 메가 브랜드가 트렌드 세터와의 시너지를 통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이미 루키 디자이너와 메인스트림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이번 협업을 통해 ‘국내 패션계 새 바람’이 일어날지 이목이 쏠린다.
결국 무신사 스탠다드 x 김지용의 만남은 ‘무난함 속 반전’이라는 단순한 경험에서 ‘트렌드가 일상에 착붙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도전이다. 오버핏 코트, 니트, 슬랙스 등 기본템에 담긴 작은 차이가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2030 소비자들에게 더 큰 반향을 주는 시대. 김지용의 합류가 무신사 스탠다드의 정체성을 한층 넓히고, 동시대 패션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할 수 있을지. 이 과감한 시도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지금의 패션 씬에서 ‘정확한 트렌드 레시피’가 될지, 혹은 또 다른 실험적 시도의 서막이 될지, 예의주시할 만하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