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업자 기술 갈취, 특허 경쟁의 그늘…한세모빌리티 4억 과징금의 시사점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또다시 중소 수급업체의 기술 정보가 부정 취득되어 대기업 계열사인 한세모빌리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기사에 따르면, 한세모빌리티는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 부품업체로부터 습득한 신기술 데이터를 자사 특허 출원에 이용하여, 해당 기술의 실질적 보유자를 배제한 채 특허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려 시도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거래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악의적 지적 재산권 탈취”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한세모빌리티는 2024년 5월~2025년 9월 사이 3건의 특허와 1건의 실용신안 출원 과정에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CAD 도면·원천 기술자료·테스트 데이터 등을 무단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세모빌리티 측은 “산업 표준화의 일환”이라고 항변했으나, 공정위에 제출된 메일 기록 및 내부 결재 문건에서 기술 자료 입수와 동의 없는 특허화 절차가 별개로 드러나면서 면책 논리가 인정되지 않았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6년 기준 대·중소기업 기술유용 신고 건수는 198건으로 2019년(94건) 대비 약 2.1배 증가했다. 벌금 또는 과징금 부과액 역시 2019년 43억 원에서 작년 97억 원으로 급증, 2026년 들어 상반기만 54억 원을 돌파했다. 자동차를 포함한 기계부품업종은 전체 피해 신고의 32.4%로 1위를 기록했다. 한세모빌리티 사건은 이 같은 지표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산업 생태계의 취약 구조를 다시금 드러낸다. 거대 완성차그룹 중심의 수직 계열화, 원가절감 압력, 특허 포트폴리오 경쟁 심화가 맞물리며, 중소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신기술이 대기업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진 결과다. 한세모빌리티와 거래하던 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개선을 요구할 협상력이 취약했고, 특허 출원이 진행되어도 이를 저지할 소송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세계 자동차 공급망에서 특허 경쟁은 글로벌화·친환경 시대 전환과 맞물려 격화되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는 2026년 기준 EV 및 전장 부품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적으로 22만건을 상회했다고 집계했다. 국내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차세대 배터리, 신형 모듈, 경량화 부품 등에서 TOP 10 기업의 특허 출원 비중이 전체의 61.8%로 쏠림 현상을 보인다(특허청 통계). 한세모빌리티 사건에 비추어볼 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특허가 기술혁신의 보호막이기보다, 오히려 자본력과 협상력에서 앞선 기업이 경쟁자·공급업체를 견제·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상이 만연함을 알 수 있다. 국내외 유사 사례로는 2025년 중국 상해기차(MG)와 협력사간 배터리 관리 시스템 특허 분쟁, 2024년 일본 O사와 2차벤더간 모터 특허 소송이 있다. 두 사례 모두, 자본력·법률 역량이 압도적이었던 대기업이 중소공급 업체의 원천기술 일부를 취득, 자사 명의로 특허를 출원한 뒤 오히려 역공격 소송을 시도했던 패턴을 보였다.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금·협상력을 모두 열세로 보유하고 있는 중소부품기업에게 특허는 “자생력 생존”의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기술 자료 입수-가공-특허 출원까지의 감시 체계가 허술할 경우, 대기업 내 인하우스 특허팀을 통한 신속 출원, 집단 별도의 부설연구소 계약, 원가절감 요구와 연계된 기술 보고 의무 등으로 사실상 내부 지식재산 탈취와 유사한 구조가 재현되고 있다. 이하늬 한국지적재산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유용 분쟁 10건 중 7건이 단가협상·OEM 개발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도 2026년 기준 기술유용 무임승차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상향, 기술 자료 제공 실명제 지침 강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현장 중소업체 보호망에는 여전히 취약점이 있다. 실제, 한세모빌리티처럼 대량의 기술 자료 취득 기간에 애초부터 통제권이 공급업자에게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공급망 상의 중소협력업체가 자사 독점 기술을 신규 모듈·배터리 관리 메커니즘 등 혁신 설계에 통합하려면, 초기 계약단계의 비밀유지협약(NDA) 실효성, 기술자료 제공의 이력 추적, 사후 특허 출원 타임스탬프 검증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원가경쟁력 압박과 대기업의 생산 일정 밀어붙이기 등 구조적 한계로, 실제 협력사들은 대부분 “계약만 지키면 납품정지”라는 압박에 자료 이관 자체가 구조적으로 일상화됐다. 이번 사안에서 한세모빌리티의 변명대로 “산업 표준화” 명분도 대기업 중심의 논리로 자주 이용된다. 그러나, 업계·학계에 따르면 글로벌 OEM 생태계에서는 특허 선점보다 협력사 공정 계약, 상호 기술 생태계 공유, 블록체인 기반 기술관리 등으로 신뢰 기반 공급망 혁신 노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른 주요 자동차·장비 대기업들도 최근 2년간 유사 위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25년 D모터스의 구동모듈 기술 분쟁, H자동차의 신형 전장제어칩 특허 출원 논란 등이 연이어 터져 공정위 과징금 누적액이 단일 업종 기준 5년 만에 4.5배 급등했다. 이는 단순히 산업윤리의 문제를 넘어 “기술 경쟁의 품질 저하–공정 생태계 불신”으로 이어진다. 정상적인 기술유통 질서 회복과 글로벌 협력네트워크 신뢰 제고 차원에서, 특허 획득 및 보호 관련 입법, 공급망 상 중소 파트너 보호 조치, 3자 감시제도(특허·공정위 중립 심사)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 한세모빌리티만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기보다, 대-중소기업 간 기술 생태계 공정성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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