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홈쇼핑 풍경, TV의 온기와 탈TV의 균열 속에서
11월의 저녁, 거실 구석을 채우는 TV 소리엔 여전히 쇼 호스트의 경쾌한 목소리가 깃든다. 얼굴을 가만히 비추는 조명 너머, 각사 홈쇼핑의 올해 실적이 그려내는 풍경은 전환기적 무게를 지닌다. GS샵이 ‘TV내실’ 전략을 앞세워 미소 짓는 동안, CJ온스타일은 ‘탈TV’ 실험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홈쇼핑도 그 사이에서 현상 유지의 흔들림을 겪는다. 모두가 TV를 떠나 온라인, 모바일과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대이동을 예고했지만, 실적 그래프는 마음처럼 오르지 않았다.
GS샵은 올 3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TV홈쇼핑 본연의 틀을 지키며, ‘안방’이라는 공간적 친밀감을 중심에 놓았다. 집안에 머무는 계절, 따뜻한 조명 아래 쇼핑호스트의 목소리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생생하게 전해지는 상품의 질감과 요리의 김, 새벽 배송의 알뜰함이 화면 너머 실재감으로 스며든다. GS샵에선 최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며, ‘리빙’ ‘키친’ ‘푸드’ 등의 카테고리가 탄탄히 선방했다. 방출되는 상품들은 소박한 저녁 식탁의 그림, 고요한 오후의 커피 한잔처럼 친근했다. 이 역시 TV만이 전하는 느린 안정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CJ온스타일의 ‘탈TV’ 실험은 전면적인 변화를 향한 도전이었다. 더 많은 고객과의 접점을 위해 과감히 모바일, 온라인, 그리고 라이브커머스에 무게를 실었다. 시대 흐름을 읽으려는 역동성의 표정. 하지만 3분기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마트폰 화면 위를 바쁘게 오가는 손끝, 짧은 영상과 자체 콘텐츠가 넘치는 디지털 공간에서도 TV 특유의 신뢰와 친밀감은 의외로 치열했다. CJ온스타일이 계획한 ‘젊은 세대 잡기’ 전략은 트렌디한 이미지와 신속한 배송, 참신한 브랜드와 협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익숙한 패턴의 무게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역설을 남겼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대화, 그러나 익숙한 결이 필요한 초입이었다.
현대홈쇼핑은 이들 사이에서 신중한 조율의 표정을 보였다. 기존 TV 홈쇼핑 강점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모색했다. 공격적이진 않지만, 한편으론 지켜야 할 것들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라이브커머스 및 온라인 플랫폼 확대와 동시에, 여전히 고정 고객층이 선호하는 TV쇼핑의 품격을 살폈다. 매출 성장세는 뚜렷하진 않지만, 고객의 습관적 ‘시청’이라는 미묘한 시간의 흐름, 그 안에 머문다. 느린 흐름조차 결코 삼키지 않는, 한 그릇 저녁 밥을 차분히 비우는 것과 비슷한 풍경이다.
이번 홈쇼핑 3사의 희비가 주는 풍경은, 곧 집이란 공간과 우리 일상의 변화를 반영한다. 거실에 펼쳐진 소파, 늦은 밤 이불 속에서 듣는 홈쇼핑 음악.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쉼 없이 들어오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내 공간’의 익숙함에서 위로를 찾는다. 모바일과 디지털 홈쇼핑의 가능성, 그리고 라이브커머스의 활력이 확장되고 있지만, 낯설고 빠른 속도 위에서 느껴지는 작은 불안. 그 틈을 TV의 온기가 채우고 있다.
미묘한 변화는 판매 상품군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GS샵의 집콕 요리, 프리미엄 홈카페 상품이 인기를 끌고, CJ온스타일에선 K-패션, 트렌디 브랜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차별화된 상품도 채널의 온도, 신뢰, 공감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양손 가득 박스를 옮기는 택배기사의 노고 속에 담긴 가장자리까지, 쇼핑의 온도 또한 달라진다. 온라인의 속도와 다양성, 그리고 TV만이 지니는 느린 시간과 정서적 안정이 교차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집의 의미가 바뀌었다. 집은 이제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일상과 웃음이 스며드는 공간이다. 홈쇼핑은 그 흐름 안에서 익숙한 일상, 혹은 새로운 기대를 모두 끌어안으려 노력한다. GS샵은 TV라는 매개로, CJ온스타일은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문(new window)을 열면서 저마다의 길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고객과의 관계 맺기, 생활 공간에 대한 세밀한 감각, 그리고 결국 ‘집’이 주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
쇼핑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물건, 공간이 만나는 경험이다. 홈쇼핑 3사의 희비는 단순한 수치 너머, 우리 내면의 변화까지 이야기한다. TV의 촉감과 화면의 온도, 온라인 공간의 속도감이 한데 어울리는 새로운 쇼핑 풍경. 과거에 익숙함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지금의 홈쇼핑들. 조용한 저녁, 거실 한 켠에서 비쳐오는 잔잔한 빛처럼, 변화는 집요하고도 다정하게 찾아온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