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 주역’ 김보연 약사 이야기, 우리 곁에 다시 시작되는 약사의 시간
무심코 건네받는 약 봉투. 그 안에는 이 사회의 지난 20년이 얇은 차례로 겹겹이 쌓여 있다. 2026년 3월, 보건의료 현장에 또 한 번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DUR,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의 탄생과 성장을 이끈 김보연 약사의 목소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의 새 시대, 약사가 주체가 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김보연 약사가 처음 약국 문을 열던 2000년, 그녀의 작은 공간엔 위태로운 기대와 근심이 공존했다. 매일 삶과 죽음, 희망과 포기 사이를 오가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면서 흘린 땀이 있다. ‘동네약국’이라는 단어가 소소한 일상의 풍경처럼 여겨지던 때, 김 약사는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처방과 복약의 길목에서 실질적 변화를 고민했다. DUR 시스템은 그 고민에서 비롯됐다. 환자가 동시에 여러 의원, 병원을 오갈 때 중복 처방이 참으로 많았던 그 시절, 단 한 건의 정보 실수로 누군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그게 바로 시작이었다.
김보연 약사는 동료 약사들과 약국 정보 시스템 TF를 꾸려 복잡다단한 의료관계를 새롭게 연결할 사슬을 만들고자 했다. 의료진, 환자, 정책 당국, 그리고 지역사회의 앞에 선 그들의 실수는 없었다. 지금에서야 당연히 여기는 약국+병원 연동, 중복처방 차단, 알러지·상호작용 경고창까지—거기엔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 이들의 야근과 회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누적 2억건이 넘는 DUR 알림—그 숫자가 곧 현장의 신뢰다. 김 약사를 비롯한 약사라는 직업의 무게가 실재 사회와 환자 사이에서 점차 두꺼워진 이유다.
이제 2026년, 한국 사회는 ‘약사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다시 불러온다. 최근 고령화와 만성질환, 다약제 복용의 급격한 증가 속에서, 약사가 해야 할 역할은 상당히 확대됐다. 노인 혼자 사는 골목길, 치매환자 가족의 깨어지기 쉬운 일상, 지역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는 소규모 약국… 눈을 돌리면, 약사는 단순한 조제 전문가를 넘어 건강과 돌봄의 최접점에 있다. 김보연 약사는 ‘보건의료 사각지대의 수호자’라 불릴 만하다. 약국은 때로 상담소였고, 이웃 도움 센터였으며, 무엇보다 일상 아픔을 살펴주는 생활 동반자였다. 매번 접수되는 DUR 경고가 단순한 버튼 클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는 작업임을 김 약사는 자신의 사례를 빌려 이야기하곤 했다. 한 번은 약국 문턱을 망설이던 할머니에게 알약을 제대로 구분해주는 일을 도우며, 위험했던 출혈 사건을 사전에 막았다. 눈에 띄지 않는 이 작은 수고에 지역 주민들은 점점 더 기대와 신뢰를 쌓아왔다.
최근 논쟁이 커져가고 있는 ‘약사의 보건의료 참여 확대’ 이슈 역시 김보연 약사가 몸으로 겪은 사회 문제에서 비롯된다. 원격진료, 복약지도, 지역중심 건강 프로그램 등 보건의료 시스템이 달라지는 지금, 약사의 역할이 단순한 ‘조제 전문가’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 김 약사의 주장이다. 여러 보건의료 단체와의 협업, 끊임없는 정책 제안, 실시간 환자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작지만 치열한 노력들이 모여, 약사회가 주도하는 혁신적 변화를 이루어냈다. 실제로 DUR 시스템이 생긴 이래 중증 부작용 감소율과 중복 처방 차단 건수는 해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다. 단순한 시스템 도입을 넘어, 현장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된 결과다. 이 연결고리 중심에 약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약사의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김 약사는 한 인터뷰에서 ‘견고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수많은 교육, 상담, 실시간 피드백 과정과, 약국 문턱을 오가는 노인·아이·가족·가난한 이웃의 고단한 사연이 그녀의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DUR 개발의 선도자이자 실생활 의료의 개척자인 김보연의 사례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사람’ 중심의 신뢰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타이틀이나 시스템 뒤에 숨겨진 이름 없는 약사들의 일상이 더 많은 존중을 받아야 할 이유다.
최근, 의료법상 약사 권한 확대와 관련한 여러 이슈(원격진료 시 약사 역할 강화, 중소도시 약국의 보건 프로그램 참여 등)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환자 목소리를 김 약사는 빠짐없이 기록한다. 한 치매노인의 아들이 ‘우리 엄마의 약이 안전한지, 매번 확인해줘서 안심된다’고 적은 작은 쪽지는, 약사의 현실적 보람 그 자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하는 약사의 중재 능력 없이, 우리 사회 의료안전망은 한순간에 약해질 수 있다.
이제 지켜야 할 것은 시스템만이 아니다. 김보연 약사가 해냈던 일들, 그리고 전국 3만여 동네약국에서 반복되는 발품과 진심이 의료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DUR이 보여준 약사의 가치가 앞으로는 더 다양하게,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야 한다. 이웃의 안녕을 지키고, 불안을 덜어내는 이름 없는 이들의 뜨거운 순간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보건의료의 미래다.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약사의 역할에 대한 편견을 넘어선 신뢰와 기대를 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그 곁에서 작은 안심을 누리고 있다. 보건의료 ‘최전선’에서 일하는 김보연 약사와 또 다른 수많은 약사들에게 오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오… 이게 약사 국룰 시작인가… 누가 뭐래도 DUR은 혁명이지;;
…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합니다. 약사들이 누구보다 현장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환자를 돌보는 가장 가까운 전문가임에도 자주 무시당해왔죠. DUR이라는 안전망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노력이 더 많이 조명되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도 약사의 권한 확대가 공적 이익에 부합할지, 구조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
DUR 시스템의 취지와 약사의 현장 역할, 이 기회에 사회적으로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고령화와 다약제 문제처럼 닥치는 위기 속에서 약사들의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앞으로 의료정책에서도 약사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공적 책임과 권한이 균형을 이루기를.
이런 인터뷰 읽으면 약국의 의미가 단순히 약 파는 곳 그 이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역사회에서 약사님들이 건강관리의 실질적 주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DUR은 생활밀착형 시스템이고, 저도 가족 때문에 약국 자주 다니는데 설명 잘해주시는 약사님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제도적으로도 약사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