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정치의 무협적 언어와 그 이중적 풍경

도마에 오른 정치인의 말 한마디, 그리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또 다른 정치인의 반응. 이 광경은 21세기 한국 정치의 풍경 속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된다. 지난 18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어준 방송인(‘뉴스공장’ 진행자)의 ‘방미(방미숙 전 의원 파견)는 차기주자 육성’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를 ‘무협소설 같다’고 평한 장면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 한복판을 둘러싼 무게감은, 그러나 이 단발적 설전 이면에도 불현듯 엎치락뒤치락 소용돌이친다. 한 사람의 주장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이야기꾼’의 서사로 가공되고, 다시 현실의 전략과 진실성에 대한 회의로 번져버린다.

기자의 시선에서는 이 언사들이, 마치 한 편의 잘 쓰인 드라마 대본처럼 상호작용하며 현재 한국 정치의 미묘한 권력구조와 언론 환경을 교차 투영한다. 김어준의 담론은 오랜 세월 대중문화의 ‘스토리텔러’로 각인된 그의 말맛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가 ‘방미’를 ‘차기주자 육성’의 신호로 해석한 건 각 정파 안팎의 역학구도를 드러내려는 분석적 시도였다. 하지만 김민석 의원은 ‘무협소설’이라는 비유로, 정치 현실의 복잡다단함을 허구적 이야기로 만드는 데 대한 불편함과 경계심을 노출시킨다. 익히 알려진, 실제와 허구, 전략과 진심의 경계를 둘러싼 이 논쟁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자동으로 회전문처럼 정치인의 의제 경쟁, 언론과의 대립, 대중의 피로감까지 촉발시키는 풍경은 한층 첨예해졌다.

최근 정치사회를 다룬 다수 저작과 미디어를 보면 주요 인사는 자주 ‘전략가’ 내지 ‘검객’으로 비유된다. 이는 누군가의 돌출적인 한마디가 곧바로 해프닝이 되고, 이 해프닝은 다시 여론 형성의 소재로 가공되는 사회적 패턴과 맞닿아 있다. 비평적 시각에서 본다면, 김민석 의원의 ‘무협소설’이라는 프레이즈에는 단순 비꼼을 넘어 현실정치 이야기가 자주 지나치게 극화되는 점을 경계하는 함의가 있다. 반면 김어준의 풍부한 은유와 스토리식 담론은 대중적 소통의 미덕이자, 때론 ‘정치의 픽션화’라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서 보자. 그간 ‘방미’라는 인물은 차기 대권 경쟁 그룹에서 다소 이단적 존재로 묘사되어 왔다. ‘육성’이라는 키워드는 한국 정치에서, 특히 거물급 후보군 육성론에 있어서 매번 등장하는 익숙한 프레임이지만, 구체성 없는 키워드는 때로 모호한 정치적 셈법에 그칠 때가 많았다. 김민석의 반론에는, 바로 이 현실의 복잡성과 비가시성을 ‘무협소설’이라는 말로 단순화한 것은 아닐까 하는 메타비판도 엿보인다.

문화비평의 시각에서, 정치 언어의 ‘무협화’ 현상은 꽤나 흥미롭게 읽힌다. 구시대적 서사를 빌려 현실을 해석하는 일, 다시 말해 무협소설 구조의 ‘영웅-패자-정파’ 삼각 구도를 차용하는 건, 한국 대중정치 판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여전히 언어는 권력 다툼의 장기판 위에 올려진 주요 말이 되어, 현실의 복잡한 맥락을 날카롭게 ‘컷’해낸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은 자주 스스로의 캐릭터에 갇혀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연출을 반복한다. 오늘 기사도 그런 장면 중 하나다.

본질적으로, 한 인물이 한 인물을, 혹은 그 인물을 둘러싼 맥락까지도 ‘소설’이라고 규정해버리는 순간, 정치적 메시지는 곧바로 인간의 감정, 대중의 피로, 언론의 해설을 끊임없이 유도한다. 이렇듯 현실과 픽션의 경계 위에서 내던져진 한마디가 갖는 무게는 적지 않다. 대중 앞에서 ‘무협소설’이라 폄하된 비유는, 그러나 결국 동시대 한국 정치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극화하고 서사화하는 습성이기도 하다. 관객으로서의 우리들은 그것을 참신하게 소비하지만, 결국 피로도와 실망의 부산물로 되돌려 받는다.

최근 국회 주변과 정치 현장, 그리고 언론에 퍼진 ‘이야기식 진단’은 점차 현실 정치의 해석자들이 ‘작가’ 혹은 ‘감독’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메시지의 전달과 더불어, 그 메시지가 사회적 소설이 되고 코멘터리를 불러일으키는 이 대목은, OTT 드라마 등장인물 해석과 다르지 않다. 실제 정치판에 투영되는 이 서사성은, 앞으로도 각종 파장과 해프닝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늘의 ‘무협소설’ 발언이야말로, 정치 극장 한가운데서 현실과 허구, 의도와 해석의 ‘치열한 긴장’을 실감케 한다.

정치담론을 수용하는 대중, 그것을 다시 해설하는 언론, 그리고 드라마처럼 움직이는 정치인의 말. 이 세 층위가 끊임없이 맞물리며, 한국 정치와 대중문화의 경계선은 갈수록 흐려진다. 어쩌면 무협소설이라는 평 자체가, 정치권이 의도하든 아니든 우리가 모두 꾸준히 ‘픽션’으로 해석해야만 이해가 되는 현실에 대한 자조적 농담인지도 모르겠다. 김민석 의원의 언어적 전략, 김어준의 해설가적 담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관하거나 개입하는 다수의 시청자들과 독자들. 더 나은 시나리오, 더 명확한 현실의 언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드라마’의 결말은 아직 멀었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현실정치의 무협적 언어와 그 이중적 풍경”에 대한 7개의 생각

  • 또 서로 비꼬면서 싸우네 한심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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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시즌엔 ‘정치사극’으로 장르 확장 가나요!! 현실보다 소설이 덜 황당할 때가 왔네. 근데 무협이든 로맨스든 엔딩은 다 예측불가. 근데 진짜 국회에서는 배우들 캐스팅 어떻게 하는지 궁금함…!! 연출도 이제 AI가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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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voluptatem

    정치인들도 이제 웹툰 주인공처럼 말하네🤔 근데 무협소설 비유는 진짜 너무 웃긴듯. 현실엔 해피엔딩 있을까? 궁금하다🤷‍♂️🤷‍♀️ 정답 없는게 정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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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정치얘기에 자꾸 소설 대입하는 건 그만하자. 누가 옳고 그른지보다, 현실이 왜 이렇게 각자만의 스토리로 흐르는지가 오히려 문제 아니냐. 대중도 피곤한데 계속 대사만 늘어남. 정치판이 문학상 노리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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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는 결국 이야기꾼들의 경쟁일 뿐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한마디 한마디에 큰 의미를 부여해도, 실제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문제겠죠. 이런 무협 비유가 나온다는 자체가 대중과 정치 사이 장벽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현실 변화로 연결되는 언어, 그게 정말 절실한 요즘입니다!! 극장식 정치, 이제 좀 지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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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가 무협은 맞는 듯🤔 영웅? 악당? 보면 볼수록 다 거기서 거기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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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유 남발, 팩트 실종, 결국 대중 혼란만. 무협소설보다 현실이 더 황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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