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거창문화재단, 가족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로 책과 무대의 긴밀한 대화 시작

거창의 밤공기가 제법 묵직해지는 5월, (재)거창문화재단의 무대 위에 한 마리 푸른 사자가 조용히 발을 들인다. 소설이 아닌 현실의 공기, 활자로 넘겨진 진동 대신 피아노와 노래, 아이들의 숨소리가 무대 위에 번진다. 베스트셀러 동화 ‘푸른 사자 와니니’가 가족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이름엔 이미 많은 독자의 미소와 울음이 배어 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독서와 공연문화, 그 틈을 잇는 숙련된 손길이 만드는, 한 편의 교감과 확장의 설렘이자 실험이다. 지난해부터 유독 전국 곳곳의 문화재단이 ‘책의 무대화’라는 이름으로 창작뮤지컬, 가족극을 기획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코로나 이후 가족·어린이 관객의 극장 복귀를 위한 전략이기도 했으나, 무대와 책, 두 갈래의 예술이 세밀하게 만나는 방식은 매번 다르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2020년대 출판시장에서 유례없이 널리 읽히고 사랑받은 이야기다. 동물과 생명, 우정과 성장, 용기를 은유하는 줄거리 덕에 초등생부터 청소년, 어른까지 가슴에 남았다. 그런 프랜차이즈급 스토리를 한껏 품은 채, 세트장과 조명, 음악, 배우의 표정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공연은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됐다고 해도, 실제로는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연대에 닿아 있다. 아이들은 와니니를 보며 생애 첫 모험의 가슴 뛰는 설렘을,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순수와 소망을 찾아간다. 책을 이미 읽었던 관객에게, 무대는 또 하나의 번역이다. 글의 결이 살아 있는 대사와 노래, 무대 장치 하나하나가 직접 살아 꿈틀거린다. 공연예술계 내부가 지금처럼 대중적 텍스트에 촉수를 세우는 건 그만큼 예술의 경계가 얇아졌다는 신호처럼 읽힌다. 박물관 같은 무거움이 아니라, 흙에서 솟은 풀잎처럼 일상으로 깃드는 무대. 부모와 아이, 혹은 마음만큼은 여전히 사자인 우리 모두가, 같은 이야기에 기댈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전국서 이어진 ‘책 원작’ 가족극의 흥행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자료를 보면, 2025~2026년 신작 공연 라인업의 절반이 책을 원작 삼아 만들어졌다. 오늘날 관객의 선택엔 옛날처럼 ‘이름 값’만으론 부족하다. 마음을 붙들어 맬 서사, 일상에서 나를 건져줄 환상, 그리고 가슴 안 어딘가에 고장난 용기를 잠시나마 부드럽게 부여잡을 수 있는 무언가… ‘푸른 사자 와니니’가 가진 힘이다. 누군가는 소설의 와니니와 무대의 와니니 중 무엇이 더 진짜냐 묻겠지만, 정답은 없다. 각각의 서사와 감정이 마음에 머물도록 허락한, 여러 개의 여정일 뿐이다. 이번 거창공연은 단순한 지방 투어가 아니다. 거창문화재단은 ‘지역이 가진 독자적 감성’과 ‘전국적 테마의 접목’이라는 키워드로 최근 3년간 공연·전시를 꾸려왔다. 작은 도시의 공연장이 대도시 못지않은 감동지수를 기록하는 건, 바로 이런 감성적 맞춤 제작 덕분이다. 지역 아이들이 무대 뒤에서 배우들과 소통하며 직접 꿈을 그려보는 ‘관객참여형’ 프로그램도 예고돼 있다. 이 현장엔 책을 읽는 동시에 무대를 다시 쓰는 독자이자 관객들의 에너지가 퍼진다. 성장과 용기가 주제라면, 거창이라는 도시는 그 자체로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최근의 공연예술 정책과 교육 현장도 이와 맞닿아 있다. 초등생 대상 독서캠프, 가족 뮤지컬 관람 체험, 감정 표현·공감 교육 등 ‘책’과 ‘무대’를 가로지르는 시도가 많이 증가했다. 이는 결국 예술이 우리를 조금씩 더 부드럽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근거다. 공연 일정엔 평일 낮, 주말 저녁 등 가족들의 다양한 일상을 고려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고, 거창문화재단이 공식 밝힌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문화적 토양, 그리고 온 가족이 울고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무대”라는 취지는 진심이었다. 문화재단들의 공모사업, 관광특화 연계 운영 등도 이미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요란한 마케팅보다 중요한 건, 딱 한 명의 아이가 공연을 보고 스스로 ‘내가 와니니처럼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작고 깊은 각오를 만드는 장면, 그 순간의 울림이다. 공연예술의 존재 이유가 바로 그런 작은 파도 같은 변화다. 오는 6월, 거창의 밤하늘에도 모험을 시작하는 사자의 발자국이 울린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읽는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의 겹침이라는 기적을 일상 속에 심어줄 것이다.— 정다인 ([email protected])

(재)거창문화재단, 가족뮤지컬 ‘푸른 사자 와니니’로 책과 무대의 긴밀한 대화 시작”에 대한 4개의 생각

  • 얘네들 진짜 열일하네!! 공연까지 하는 거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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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공연 활성화 ㅇㅈ 근데 막상 표값 보면 또 비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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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공연들 다 이렇게 트렌디하게 포장하는데… 실속 있는 컨텐츠가 남아있는지 궁금하네!! 그냥 동화 줄거리만 읊는 뮤지컬이면 의미 없음. 진짜 창의적 연출이나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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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뮤지컬 시장이 계속 커지는 만큼, 질 높은 무대와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푸른 사자 와니니’ 공연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궁금하네요. 후기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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