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동남아의 여름, 여행의 열정에 물든 가격의 물결
짙은 여름의 해는 언제나 우리를 창 밖 멀리, 아직 닿지 못한 낯선 어딘가로 불러낸다. 2026년 7월, 코로나19로 인한 긴 정적이 걷힌 뒤 맞이하는 본격 휴가철.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갈증 끝에 들썩이는 마음과 달리, 올해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한숨이 유난히 무겁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가성비 여행의 정석으로 여겨져 오던 동남아의 항공권과 호텔 요금이 상상 이상으로 치솟았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항공·숙박 비용, ‘왜 이렇게까지 비싸졌을까’라는 질문이 이번 여행 시즌의 키워드가 됐다.
방콕, 다낭, 세부, 발리. 이름만 들어도 어깨가 들썩이는 동남아 대표의 휴양지들. 이곳들에 대한 설렘은 지치지 않았지만, 이제 예전처럼 ‘저렴하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더이상 아니다. 서울~방콕 왕복 비행기 표는 성수기 기준 100만원을 훌쩍 넘고, 4인 가족 기준 숙박과 항공을 합치면 400만원대 견적서가 익숙하지 않게 다가온다. 저가항공(LCC) 브랜드마저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격이 이토록 오른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엔데믹 선언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코로나19 동안 미뤄졌던 결혼식, 가족여행과 휴가가 한꺼번에 몰렸다. 여행사는 일정 내내 만석을 확인하는 일이 흔해졌고, 각 항공사도 비행 스케줄 회복에 총력을 쏟고 있으나, 2019년 대비 여전히 공급 회복 속도는 더디다.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국적항공사와 LCC들은, 노선 확대에 제약이 크고 운항 편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불안정한 유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도 항공권 요금 인상의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죄다 ‘예약 대란’ 상태에, 인기 일정은 발매와 동시에 좌석이 사라진다.
숙박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주요 국가도 연이은 물가상승을 겪었다. 방콕이나 발리, 다낭의 고급호텔은 물론, 이른바 ‘가성비’ 중저가 숙소마저 평상시 두 배 넘게 비싸졌다. 부동산 시장 재편과 고물가, 에너지비용 상승 등은 현지 숙박료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로컬 체험마저 ‘관광지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여행 역시 가격 인상은 물론 혜택 줄이기, 제한된 좌석 확보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박탈감이 커지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격변의 시대적 풍경에서 새로운 여행의 방식을 배우고 있다. 이제 동남아 여행에도 ‘충분한 계획’과 ‘유연한 일정’, 그리고 현지인의 시선으로 생활을 경험하려는 실용적 트렌드가 자리한다. “언제든, 아무 때나, 싸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라는 동남아의 이미지는 희미해졌고, ‘합리적인 소비와 진짜 필요’를 돌아보는 여행이 올해를 지배한다. 일부는 OTA(온라인여행사) 및 메타서치 엔진을 활용해 특가를 잡기도 하고, 지방공항 및 새로 취항한 환승노선을 눈여겨본다. 또 생활형 숙박, 집 교환, 빌라 장기투숙 등 여행의 형태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는 즐거움과 아쉬움이 뒤섞인다. 익숙했던 가성비로 동남아에서 느꼈던 자유로움, 한 끼 2~3천원에 맛보던 노상 식당의 추억이 희미해지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낯설고 서운함을 호소한다. 여행을 통한 힐링, 그리고 숨통 트임이 점점 소수의 선택이 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여행자들은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거나 새로운 방식의 ‘나만의 여행 시간’을 모색한다. 여행수지 적자, 국외 지출 증대 등 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리 사회에도 경제적 고민을 남기지만, 여행의 본질인 충만한 영감과 작은 모험심까지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익숙하지 않은 타지의 온도와 풍경, 낯선 골목의 냄새와 사람 사이에 있다. 동남아의 해변이든 이국적 도시의 밤거리든, 가격표를 넘어선 그 경험의 순간이 우리를 항상 조금 더 자유롭고 넓은 존재로 만들어준다.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여름 오후의 햇살, 잠시 발을 담근 바다, 현지인의 눈빛에서 건진 환대의 기억이야말로 오롯이 남는다.
무료했던 ‘일상 너머’의 여행을 꿈꾸다가, 우리는 이제 그 꿈이 조금 더 값진 것이었음을, 그리고 어디든 한 번쯤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추억임을 새삼 기억한다. 적지 않은 비용에 고민이 많겠지만, 그만큼 선택의 순간과 함께 쌓이는 설렘 역시 각별하다. 2026년 여름, 기다림의 시간과 가득해진 여행의 열정이 만나는 이 계절이, 언젠가 먼 미래의 여름에 특별한 한 장면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이젠 동남아도 눈치 보면서 잡아야 하네요ㅋㅋ 너무 힘들어요. 가격이 미쳤어요 진짜… 어디까지 오를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