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서평·허철선의 날’ 기념, 기억을 잇는 다리 위에 서다

2026년 7월, ‘서서평·허철선의 날’ 기념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조용히 치러졌다. 행사명에 앞선 두 인물, 서서평과 허철선은 각각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시대에 한국사회를 빛낸 기독교적 봉사자이자 인물로, 한국 근대화와 인권운동, 그리고 교육·복지·여성의제에서 탁월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기념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오늘 우리 사회가 그들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이어받아야 할지 묻는 장이 되었다.

서서평(Elisabeth Johanna Shepping, 1880~1934)은 독일 출신 선교사로, 광주 등지에서 여권 신장과 빈민 구제에 헌신했다. 허철선(1918~1997)은 간호사로서, 보건 간호 분야와 여성 복지의 현대화에 획기적 공헌을 세웠다. 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라는 한 마디로 요약하기엔 부족한 생을 살았지만, 그 헌신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밑바닥의 힘’을 상징한다. 2026년 이 날은 단순히 과거의 영웅을 되새기는 것을 넘어서, 당대의 해석을 요청한다. 이 점에서 올해 기념행사에는 다층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추모 예배, 기록 전시회, 시민 참여 강연, 학술 심포지엄, 다양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침묵에 가까운 성실함을 보여준 두 인물. 현장 취재를 통해서도 그들 삶의 중요 메시지는 시대가 달라도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서평이 실천한 ‘낮은 곳으로 흘러드는 사랑’, 허철선의 ‘간호는 사명’이라는 신조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한국현대사회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성·약자·피지배자에 대한 존엄의 복원, 나아가 진정한 공동체적 윤리란 무엇인지 묻는다.

최근 국내외에서 ‘위인 재해석’이나 ‘기념일 재조명’이 상업화, 형식화되었다는 비판이 일어난다. 올해 행사는 그 틀을 상당부분 뛰어넘고자 한 흔적이 읽혔다. 부수적인 상품이나 이벤트보다, 실제 역사적 맥락에 집중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행사관계자의 기조발언도 그러했다. “서서평, 허철선은 남다른 영웅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묵묵히 갔을 뿐”이라며, 그들의 평범함에서 오히려 지금 우리 모두의 삶이 교차한다는 점을 짚었다.

흥미로운 것은, 행사 현장에서 만난 청년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과거 인물들을 ‘권위의 동상’으로 삼기보다, 오늘의 나 자신의 고민이나 불안,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작고 느린 움직임의 가치, 사회적 약자 옆에 서는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념행사의 시의적 의미가 확장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말한 ‘작은 일들의 중요성’이랄까. OTT 사회 다큐멘터리 한 편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일상에서 영웅을 소환해야 할 이유. 책, 드라마, 영화 등 스토리텔링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영웅담과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적선의 서사’라는 점도 흥미롭다. 단지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삶의 ‘방향성’을 성찰하는 자리.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기록 전시관에 걸린 한 사진 속 짧은 메모였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모두를 위해 일을 한다.” 그 의미는 팬데믹 시대 동안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된 ‘돌봄과 희생’의 표정을 떠올리게 한다. 종종 간호, 선교, 복지와 같은 영역이 모방적 영웅주의로 소비되거나, 단순 기념비로 남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데 오늘날, 새로운 사회적 돌봄 모델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 ‘서서평·허철선’이라는 상징이 시의성을 획득한다.

이런 기념이 ‘과거의 박제’로 머무르지 않으려면, 우리 문화가 시대마다 그 의미를 현장에 새겨넣는 물음과 비판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한편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 연계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남겼다. 현장의 시민참여 강좌, 봉사 프로젝트, 어린이 독서회처럼 거칠지만 실질적인 접점이 다양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 자체의 ‘기억의 윤리’, 즉 무명의 사람들을 기억하는 문화를 얼마나 넓게 확장할 수 있는가로도 이어진다.

결국 문화란 다시 묻는 과정, 그리고 그 답을 ‘나의’ 현장에서 살아내려는 결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서서평과 허철선의 삶은 오늘날 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산업의 이야깃거리이자 동시에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평범한 윤리의 해답이 된다. 이번 2026년의 기념행사가 보여준 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잊고 지나치는가에 대한 아픈 성찰이자, 잊지 않기 위한 공동체의 다짐이었다.

한도훈 ([email protected])

‘2026 서서평·허철선의 날’ 기념, 기억을 잇는 다리 위에 서다”에 대한 4개의 생각

  • 이런 분들이 계셔서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ㅎㅎ 평소엔 간호사, 사회운동, 봉사 이런 키워드 멀게만 느꼈는데ㅠ 이번 기념행사처럼 다 같이 인물 기억해주는 문화 자주 있으면 좋겠어요! 과학 얘기만 보던 저도 가끔 가슴 따뜻해집니다~ 늘 좋은 기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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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이런 행사 뭐하러 하는지ㅋ 다 돈이네 돈ㅋㅋ 의미있어 보이기엔 현실이 너무 각박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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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하는 건 좋지만… 실제로 임팩트 남기는지 항상 의문임. 좀 더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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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voluptatem

    역사는 그냥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우리의 의식과 실천에 얼마나 깃드는가, 그 부분을 세밀히 짚어낸 기사네요. 허철선, 서서평의 삶은 사회적 모범이자 동시에 근대화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임을 느낍니다. 더 많은 진지한 논의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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