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위고비’ 레시피에 필수…올리브유, 수입량 4배 ‘껑충’

여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오후, 서울의 어느 작은 마트 진열대 위로 오밀조밀하게 쌓인 유리병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천천히 올리브유 레이블을 뒤집는다. 초록빛 투명함과 황금빛 점성이 어우러진 그 액체, 올리브유가 이제 ‘건강한 삶’이라는 이름으로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내려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오늘 전한 소식에 따르면, 국내 올리브유 수입이 무려 4배나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천연 위고비’라 부르는 건강 지향 레시피들과 건강 트렌드가 올리브유 수요의 상승을 이끌었다. 2026년 들어 식탁 위의 주연이 된 올리브유의 흐름을 가까이서 살펴본다.

마트부터 편의점, 고급 식자재관까지 ‘엑스트라 버진’, ‘엑스트라-라이트’ 올리브유가 세분화되어 진열돼 있다. 주부와 요리인 뿐 아니라, 2030 젊은 세대들도 가볍게 한 병씩 담아간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올리브유 수입량은 약 1년 전 대비 4배가 뛰었다. 현업 수입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웰빙 식단 열풍과 단백질·지중해 식단 등 건강관리 열풍이 동시에 찾아온 효과가 절정에 달했고, 특히 위고비 등 식품군과 연동되어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나 결식대용 오일 종류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됐다고 분석한다. 올리브유는 항산화·항염 기능, 심장 질환 위험 감소 효과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지만, 대중적으로 식단에까지 적극적으로 스며든 것은 최근 몇 년의 일이다.

한쪽에서는 올리브유가 예전보다 너무 비싸졌다며 고개를 젓는다. 세계적인 기후 이상과 에너지·운송비 인상, 주요 산지 유럽(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역의 올리브 작황 부진 역시 올리브유 가격과 품질 양쪽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한때는 작은 병에 ‘지중해 감성’이란 이름으로 진열만 되어 있던 수입 오일이, 지금은 ‘최소한 식단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트렌드에 발맞추어 하루 한 큰술에서부터 샐러드, 파스타, 구운 채소 등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된다. 소셜미디어에는 오트밀, 닭가슴살 샐러드, 고구마 슬라이스 위에도 아낌없이 둘러 붓는 영상이 넘쳐난다. 건강을 챙긴다는 작은 습관이지만, 심플하고 정직한 맛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는 경험은 많은 이들에게 정서적인 만족으로 남는다.

트렌드가 된 식문화의 변화 뒤에는 언제나 개인의 욕망과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위고비 요법에 맞춰 일주일 식단에 올리브유를 챙겨넣고, 또 다른 이는 단순히 촉촉한 감자구이 위로 뿌려지는 은은한 향미 때문에 올리브유를 고른다. 오일로 완성되는 풍성한 감칠맛까지도, 이제 우리 식탁을 이루는 감각의 일부다. 음식 칼럼니스트 강은희씨는 “식탁에 변화가 오는 순간은 대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게 조금씩 입맛이 변하고, 이를 따라가는 것이 누적되다보면 새로운 표준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지금 올리브유가 바로 그렇다. ‘위에 좋은 오일’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끓여보는 파스타에도, 빵에 곁들이는 풍경에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유럽 산지 이상기후 등은 소비자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그냥 집에서 채소 익힐 때 한 번씩만 써야겠네요”라며 움찔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일부 식품업계와 마트에서는 현지 직수입, PB 상품, 중남미나 그리스 등 신규 공급선을 개발하며 가격 안정화 시도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엑스트라 버진 표시’ 등 소비자의 집착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다. 건강 이슈가 곧 소비문화로 이어지는 시대,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일상 전체의 리듬까지 바꿔간다.

올리브유 한 숟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부드러운 선명함, 오후의 빛과 어우러진 초록·황금 물결. 식단 개선, 건강 챙기기, 그리고 내가 챙기는 하루의 소박한 리추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변화의 풍경 속에서 익숙한 페타치즈, 참나물, 혹은 소박한 감자 한 접시도 처음 만나는 감각처럼 다가온다. 그렇게 지금, 우리 식탁은 다시 진화하고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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