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83만 학생에 AI 의무교육…변화하는 교실의 풍경과 질문들

올여름, 중국의 한 도시에서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등교하는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그러나 교실 안 풍경은 전혀 달랐다. 흰 교복에 소형 태블릿을 든 아이들은 수학이나 역사 대신 인공지능 원리를 배우느라 한창이었다. 교육부 정책으로 전국의 183만 학생이 공식적으로 ‘AI 기초’ 과목을 이수하는 이례적 상황, 바로 중국이 AI 패권을 겨냥해 내놓은 초강수다. 이 정책의 파급력, 그 시작은 사회 변화를 몸으로 겪는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베이징 외곽에서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는 천리는 “로봇과 대화하는 게 수업이 됐다”며 신기해했다. 웬만한 프로그래밍은 거침없이 해내는 이 아이들은, 수능 비슷한 ‘가오카오’ 역시 AI 코딩 능력을 반영한 평가로 바뀐다는 말에 불안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인생이 이제 진짜 인공지능 손에 달린 기분”이라는 농담이 퍼질 정도. 교단에 선 왕웨이 교사도 고민이 깊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IT 전공이 아닌 인문 교사들에게는 새 교과가 낯설 수밖에. 실제로 한 교육 현장에서는 “…AI 기초 개념부터 챗봇 윤리까지, 단기간에 소화할 수 있겠냐”는 토로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교육 투자규모와 교구업체 지원, ‘코딩 캠프’ 확대 등이 무섭게 밀려드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AI 교육을 전략산업 차원에서 접근하는 흐름을 파악하려면, 전 세계 움직임과 비교가 필요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도 AI 교육을 국정 어젠다에 올려놓았으나 ‘의무화’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중국은 초등, 중등, 심지어 유치원 단계까지 체계화된 AI 커리큘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AI를 빅데이터, 반도체와 함께 신국가 성장동력으로 꼽으며, ‘AI 인재 1000만명 양성’ 정책까지 공식화한 사실이 주목된다. 이 에너지는 교실의 사소한 변화까지 미친다. AI 과목 신설로 입시 방향, 교사 연수 구조, 나아가 졸업 후 진로까지 줄줄이 재편된다. 현장 교사들이 “입시 경쟁보다 AI 실무능력 경쟁이 더 가혹해졌다”고 체감하는 건 바로 이 때문.

한편 개별 아이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의무화 정책이 명문대 진학보다 ‘빅테크’ 기업으로의 직진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실제로 ‘지능정보사회’ 인재 양성이라는 대명제 뒤에는, 극심한 입시 열기와 소득 격차 심화, 지방-도심 간 교육자원 편차 등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학부모 왕샤오씨는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까 걱정”이라며, AI 교구나 온라인 수업이 평등을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다. 상하이와 베이징, 심천에서는 이미 전국적인 무료 AI 교과서 배부 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교외 지역 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폭의 드라마 속, 꿈을 꾸는 학생이 기술 패권의 현장이 됐다.

이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AI 교육을 받아들이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마음이다. 실리콘밸리식 실습교육에 열광하는 아이도 있고, “왜 갑자기 AI가 내 미래를 결정하느냐”며 울먹이기도 한다. ‘AI 인재 대량 양산’이라는 국가적 목표가, 각 개인의 꿈과 동행할 수 있느냐는 숙제가 남는다. 교사 김쥔씨는 “AI 지식은 도구일 뿐, 학생 각자 적성을 지나치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오늘도 한 교실 구석에서 은희(가명)는 조용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파이썬보다 자기만의 감성이 더 중요한 이 소녀에게, AI 교육이란 기회일까, 두려움일까?

AI 교육 의무화는 중국 사회에 두 축의 빛과 그림자를 남긴다. 세계적 AI 리더로의 도약을 꿈꾸는 국가는 바람을 빠르게 실현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각자의 목소리가 더 분주하다. 한편 교실의 풍경은 분주하게 바뀌어도, 교육의 본질—사람에 대한 이해와 마음 성장—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진다. 아이의 꿈과 사회의 바람, 두 축이 만나 만들어갈 미래의 교실을 상상해본다. 그 현장에는 여전히 웃음과 한숨, 희망과 불안이 교차한다. 꿈을 이루고 싶은 아이들과,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소망하는 어른들 모두에게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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