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의 선택이 그린 복지 정책, 지역 미래에 던지는 의미

최근 고양시가 역대 최대 규모의 시민 참여를 통해 복지과제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2026년 7월 기준, 고양특례시는 약 1천여 명의 시민이 정책 우선순위 결정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시민참여형 복지 개혁’ 시도는 지역주민의 직접 의견을 반영해 향후 4년 간 복지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시민들은 복지안전망 강화, 아동·청소년 지원 확대, 장애인 이동권 개선, 청년주거·고용안정, 고령자 돌봄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영역에서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꼽았다.

고양시의 복지정책 결정방식은 다른 전국 기초자치단체와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전문 공무원과 시의원의 논의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설문, 원탁토론, 시민공모, 실시간 정책제안 등 다층적 과정이 활용됐다. 기존의 수직적 정책 전달 방식을 시민 동행형 거버넌스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시민참여단에 포함된 청년·노인·장애인·학부모 등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시민들이 복지 사각지대, 생애주기별 맞춤 정책의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제기한 점도 주목된다.

타지역 사례와 비교하면, 2025년 성남, 수원, 부산시 일부 구청 등에서도 비슷한 시민 참여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수원시는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했고, 경남 창원에서는 아동의 의견을 반영한 청소년의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설계 과정에 시민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그 결과가 중장기 행정계획에 소급 반영되는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여전히 드물다. 고양시 사례는 ‘참여의 결과물이 행정 전반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 최초의 구체적 사례’로써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도 받고 있다.

‘고양형 복지’가 의미하는 지점은, ‘실효성 있는 정책 발굴’과 ‘수요자 중심의 공공서비스 설계’를 통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다. 오랜 기간 제기되어 온 ‘정책 실효성 논란’은 한국 사회, 특히 지방정부 영역의 고질적 문제였다. 실제로 복지예산이 꾸준히 늘어도 촘촘한 복지, 현장의 목소리가 실천적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됐다. 이 점에서 고양시의 ‘4년 밑그림’은 예산 배분 단계부터 정책 수혜 계층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예산낭비 위험을 낮추고, 실질적 체감도를 높이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색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청년들의 주거·일자리·마음건강 지원 등 현실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로 띄웠다는 점이다. 그간 ‘청년정책’이 구호에 그쳤던 기존의 틀에서, 실제 청년 당사자들의 제안이 모니터링 절차를 거쳐 상위 정책과제로 채택된 것은 중요한 선례가 된다. 청년 1인 가구, 무주택 청년,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계층별 정책 수요도 세분화됐다. 이에 따라 향후 청년맞춤형 복지예산 설계와 일자리 연계, 정신건강센터 확대 정책도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고령자와 장애인 중심의 돌봄정책 역시 기존 단편적 복지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동권·접근성·장비지원 등 인프라 측면의 요구가 높았고, 시민단체와 지역활동가의 협업모델이 논의된 것도 비교적 새로운 접근이다. 아동·청소년 정책에서는 돌봄 사각지대 해소, 방과후 돌봄교실 확대, 저소득층 아동지원 등 현장의 구체적 제안이 반영됐다. 일부 시민들은 교육과 보육, 사회복지 영역을 통합하는 ‘복지 연계 행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참여형 의사결정이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우선 여론의 짧은 호흡, 시민 간 정보 격차, 전문가와 일반시민의 정책판단 간 괴리, 그리고 실제 행정 집행의 어려움 등 과제도 여전하다. 정책 수용자와 공급자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 상충과 갈등관리 체계 보완도 반드시 필요한 숙제다. 참여가 결정이라기보다 시작이 되어야 하며, 주기적 환류(provision-feedback)가 활성화되어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시 당국에서도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현장 설명회, 시범사업, 성과공유회 등 체계적 피드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고양시의 실험은 ‘복지란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사회적 대답을 시도한 사례다. 정책 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공공의 신뢰는 성장한다. 변화의 현장에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만큼, 향후 시민참여와 전문가 협치, 그리고 실제 삶을 바꾸는 집행력까지 촘촘히 점검하는 노력이 이어질 때, 이 밑그림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갈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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