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여름이면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100년 만의 이상기후’라는 표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최근의 기사에서는 그 경계심마저 무뎌지게 하는 현실이 그려진다. 며칠 새 쏟아진 집중호우, 기록을 새로 쓴 폭염, 전례 없이 강해진 태풍.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실체를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다는 섬뜩함이 기사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후변화석학 도미닉 주커만은 이번에 발표한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와 국내 피해 사례를 들어 “이제 ‘보통’ 태풍조차도 대재앙을 불러오는 시대”라 밝힌다. 이것은 개인의 체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확대·상시화된 위험이다. 사회 시스템 전체가 근본적 재점검을 요구받는 이유다.
여러 기상 데이터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2026년 여름, 전국적인 폭우와 태풍이 닥친 상황에서 각 지방 정부의 대응체계와 인프라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남부지방 도심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하수도와 전력망이 마비됐다. 노령화된 주택, 낙후된 배수시설, 그리고 급격하게 늘어난 계곡 급류 사고까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에는 수십 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던 기록적 기상이 거의 매년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국 평균 강수 및 최고온도, 태풍 세기 등은 이전 50년치 통계를 갈아치웠다. 익숙하게 여겼던 ‘100년 빈도의 자연재해’라는 개념 자체가 무력해진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의 무게가 불평등하게 나눠진다는 사실이다. 다세대·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노인, 청년 1인 가구는 극한 기후의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더 자주 겪고 있다. 기사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이 모(27) 씨 사례처럼, 취약계층이 사는 지하·반지하 공간은 한순간에 ‘생존불가’ 공간으로 바뀐다. 한편, 학교 현장에서도 폭염이나 태풍 발생시 수업 중단, 교통 마비,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 등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학원 강사 등 청년 노동자층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사회구조적 취약점과 맞닿는데, 아직 지원 정책과 도시계획, 노동·교육행정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기상 체계의 급변, 재해 빈도 증가, 피해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 경고한다. 특히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긴급 대응’을 넘어서 선제적·통합적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실제로 일본, 유럽연합의 초대형 도시들은 대규모 ‘기후 적응 마스터플랜’을 가동 중이다. 도심의 물길 복원, 침수 대비 그린 인프라 확충, 거주 취약 지역 우선 지원, 공공시설 및 학교의 기후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 강화—이 모든 것이 우리의 선례가 될 수 있다. 국내 일부 지자체도 최근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철저 관리, 폭염 쉼터 확대, 실시간 정보체계 개선을 내놓았으나, 정책 실행의 속도와 예산, 구조개혁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와 구체적 참여 또한 주목해야 한다. 이미 기후위기청년네트워크 등 다양한 청년단체들이 전국 곳곳의 피해 현장 기록, 캠페인, 정책 제언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는 절실하지만 정치적 결단과 예산, 교육, 시민사회의 동참이 동반되지 않으면 일회성 대책에 머물 수 있다. “내 일상에도 직접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만, 일상적 회복력과 정의로운 적응이 가능해진다. 소비자이자 시민, 노동자인 우리는 바뀐 기상 환경에서 오늘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내일을 약속할 수 없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국사회는 이제 ‘이상’이 아니라 ‘실제’가 된 기후위기 시대에 맞서, 복원력(resilience) 있는 도시와 사회구조, 그리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짧은 비 소식 하나에도 불안해하는 시민의 마음, 특히 아동·청년·노년 등 모든 세대가 겪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사회 전체가 응답할 때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100년 만의 이상기후’라는 말이 의미 없는 수사가 되지 않으려면,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