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대전고법 의료감정 협약 체결…법정 신뢰 강화 기대

충남대학교병원이 대전고등법원과 의료감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의료 전문성이 요구되는 각종 재판 과정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전고법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의료분쟁 등 다양한 건강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지역 핵심 법원으로, 소송 과정에서 의료적 사실관계 해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의료소송이 증가하면서 법원의 전문적 감정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 상태다.

14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충남대병원장, 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업무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앞으로 소송 관련 의료감정 요청, 감정인 선정 및 파견, 감정서 작성 및 제출 과정의 공식화된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응급상황이나 긴급 감정이 필요한 경우 우선적 협력 방안도 포함됐다. 수사기관, 법원, 의료기관 간의 상호불신이나 감정지연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감정은 해당 사건의 진위와 책임소재, 피해 규모 산정 등 재판 과정 핵심 절차다. 지금까지는 감정 인력 부족, 감정서 작성 지연, 전문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지역 법조계 일부에서는 의료감정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실제로 법원이 소수 민간 병원·감정인에게만 반복적으로 감정을 의뢰하거나, 지연되는 감정서 제출에 따라 피해자가 추가 고통을 겪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번 협약은 대학병원의 지속적 참여로 전문성과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대병원 측은 감정 실무진 교육, 감정 자료 표준화, 감정인 확보 등 내부 역량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진단서 작성이 아니라 소송과 법적 판단에 부합하는 감정서 양식, 신속 발송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병원 내에 법원 감정전담팀을 따로 두고, 사건 유형별로 내·외과, 정신건강 등 전문별 맞춤 감정이 가능하도록 의료진 협의체도 확대했다. 각과 과장 등 시니어 인력의 감정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고등법원은 협약 이후 감정 의뢰 절차 간소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판이 지연되는 가장 빈번한 사유 중 하나가 의료정보 누락 또는 감정의뢰 기관과의 소통 지연인데, 이번 공식 파트너십을 계기로 감정요청서 전자화 및 실시간 회신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서울·부산 등 대도시 법원에서 대학병원과의 MOU를 확대 체결하고 있는 전국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서울고법·서울대병원 등지에서도 의료감정의 법적 신뢰성, 피해자 맞춤형 감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지역 의료계는 이번 협약에 공감하면서도 부담감을 드러냈다. 대학병원은 이미 진료·연구·교육 등 3중책무에 소송감정까지 추가될 경우 현장 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감정업무가 단순 의견서 작성에서 끝나지 않고, 법정 증인 출석, 감정서 보완 등 추가 행정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정부 차원에서는 의료감정에 기여하는 병원·의사에 대한 지원책이나 보상 현실화 방안도 여전히 부재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감정 전문센터’ 등과 같은 상근기구 신설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피해자와 소송 당사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 산업체 재해, 의료사고 등 중대한 건강 이슈에서 객관적 감정건수가 늘면 불필요한 법정 분쟁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속한 감정절차로 장기 지연소송에 따른 당사자 심리적 고통 경감, 보험 등 2차적 사회문제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대전 지역은 최근 산업단지 확장과 인구 증가로 인해 법적 소송수요도 늘고 있어 협약의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향후 의료감정 시장의 공공성 확보, 민간 의료기관과의 역할 분담, 개인정보 보호 강화, AI감정 도입에 따른 기준 정립 등 과제가 남아있다. 법원 관계자는 “의료가 법리해석과 결합하는 영역에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게 앞으로 핵심과제”라 전했다. 충남대병원 측은 환자 진료와 소송감정 양 분야 모두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거점 병원과 법원이 상호 신뢰와 협업으로 지역 법치주의와 공공의료 신뢰 제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현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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